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죽음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기 마련이다.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과 종교에 귀의하는 심리, 장례·제례 풍습 등도 결국은 죽음을 하나의 삶이 끝나는 그 자체의 현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저승에서 또 다른 생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 게다.
이처럼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두려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삶에 대한 미련이다. 오늘날 인간의 평균 수명은 80세가량으로 여겨진다. 아무리 욕심을 내도 100세 넘기기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80~100년에 이르는 시간은 어찌 보면 긴 시간이다. 그 사이 많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고,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옛말을 떠올리면 세상이 몇 번은 더 변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러나 사람이 살아가면서 원하고, 계획하고, 꿈꾸는 모든 것들을 이루기에는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고, 세상이 변하면 거기에 따라 새로운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당신이 죽기 전에 꼭 해봐야할 그것
최근 서점에 가면 죽기 전에 해봐야할 일들을 다룬 책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죽기 전에 해야할 일, 죽기 전에 먹어야 할 음식, 죽기 전에 가 봐야할 여행지 등 주제도 다양하고, 종류도 많다. ‘죽기 전에…’라는 수식어는 특별하다. 그것은 사람들에게 반드시 해보지 않으면, 혹은 가보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때문에 사람들은 ‘죽기 전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책에서 추천하는 것들을 경험한다. 그리고 거기서 만족을 얻으면 그 경험은 새로운 경험에 대한 재미를 넘어 하나의 감동으로 다가온다. 자신의 삶을 완성시켜주는 어떤 경험을 완수했다는 뿌듯함과 자부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삶의 반대말인 죽음은 삶의 간절함과 아름다움을 확인시켜주는 가장 절대적인 단어인 것이다.
랜덤하우스코리아의 ‘죽기 전에 꼭 가봐야할 여행지’ 시리즈는 첫 책이 여행 안내서 부문 최초로 20만부의 판매고를 기록했을 정도로 여행과 관련해서는 가장 유명한 ‘죽기 전에…’ 시리즈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할 여행지 33’ 1, 2권에서 국내의 유명 여행지들을 다루고, 세계편으로 넘어간 후 미국과 중국의 여행지를 각각 한 권의 책에서 꼼꼼히 살핀다. 지난 6월에는 시리즈의 첫 책의 발간 7주년 기념 개정판이 나왔다. 이 책은 바다, 산, 꽃, 강을 아우르는 최고의 비경 33곳을 소개하며, 저자가 직접 찍은 아름다운 풍경 사진과 구수한 필체를 바탕으로 자세한 교통과 숙박, 먹을거리, 볼거리 등의 여행 정보를 소개한다. 잔잔한 감성과 최신 여행정보가 알차게 담겨 있다.
마로니에북스의 ‘죽기 전에…1001’시리즈는 각 분야별로 죽기 전에 꼭 경험해야할 대표적인 것들을 1001개씩 엄선한 책이다. 국내 여행, 자연절경, 세계역사유적 등의 여행 관련 분야와 음악, 미술, 책 등 예술 분야에 꼭 알아야 할 발명품, 세계 역사 등 상식까지 다양한 분야를 살피고 있다.
해외에서 출간된 동명의 시리즈들을 번역 출판한 것은 물론, 국내 여행지와 같은 한국판도 추가했다. 각 책마다 1001개나 되는 내용이 소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죽기 전에 모든 내용을 다 시도해보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는 점은 아쉽지만, 특히 관심이 가는 분야를 위주로 자신만의 리스트를 만드는데 있어서는 참고해볼만한 하다.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88가지’는 25년간 편집자로 일하며 다수의 베스트셀러 작가를 발굴해 낸 편집자 댄 펜웰이 직접 쓴 책이다. 성공을 향해 앞으로만 달려가는 현대인들에게 인생의 속도를 조금 늦추게 하는 88가지 ‘도전’이 제시되어 있다.
‘토요일 오후를 도서관에서 보내라’, ‘한 달에 한 번 새로운 요리를 시도해 보라’, ‘당신의 고등학교를 다시 방문해 보라’, ‘옷장을 정리해 안 입는 옷들을 기증하라’ 등 일견 사소해보이지만, 머릿속에 떠올렸을 때 마음이 따뜻해지는 일들이 정리되어 있다. 획일적인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에게 한 번 뿐인 자신의 인생이 어디를 향해가고 있는지, 인생에서 진정으로 의미 있는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하는데에 의미를 두는 책으로, 죽기 전에 해봐야 할 일들을 정리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잘 살리고 있다.
브라운관에서 만나는 삶의 이야기
주말 저녁 방영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도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KBS 2TV에서 방송되고 있는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이 그것이다.
‘모름지기 대한민국 남자로 태어났다면 죽기전에 한번쯤 해볼만한 것들을 체험 해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이 프로그램은 이경규, 김국진, 김태원 등 7명의 남자 연예인들이 매주 하나의 목표를 두고 그것을 체험하거나 이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자격증 따기, 해병대 체험, 합창단 활동, 마라톤 등 다양한 과정들을 체험하며 주인공들이 삶의 의미와 가치를 깨닫고, 어떤 삶이 진정 아름답고 진실한 삶인지 느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방송이 끝날 때마다 프로그램 홈페이지는 물론이고, 인터넷 뉴스 기사의 게시판에도 많은 사람들이 방송을 보면서 느낀 감동을 남길 정도로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전달하며 호평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남자로서 자신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살아가면서 잊고 지내는 진정 소중한 것을 발견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행복을 나누는 삶을 꿈꾸기 위해 제시되는 여러 미션들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한 번쯤 나도 저런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된다.
나만의 리스트를 만들어 보자
죽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을 다룬 책이나 영화, TV프로그램들은 사람들에게 삶을 보다 아름답게 채워줄 무언가를 추천해준다. 이런 내용들을 보면서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해보고 싶은 무언가를 찾아내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나 자신을 위한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양한 매체들에서소개하는 엄청난 양의 정보들을 직접 다 체험해보는 일이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결국 삶은 나 자신이 계획하고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꿈이 있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며 살아가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현실적인 문제로 꿈을 접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 과정에서 내가 진정으로 해보고 싶은 것, 죽기 전에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만 같은 것들도 조금씩 미뤄만 놓고 살아가게 된다. 내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적은 리스트, 즉 버킷 리스트를 만드는 과정은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정리하는 기회이기도 하며, 내가 그 가치를 얼마나 구현해왔는지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지금이라도 보다 후회 없는 삶을 위한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보고, 하나하나 실천해 보자.
'아름다운 이별'은 문학, 공연, 영화 등 다양한 문화 속에 나타난 죽음의 새로운 모습을 살펴보고, 삶과 죽음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찾아보는 코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