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는 일과 가정을 어떻게 양립할 것인지가 사회적인 화두가 되고 있다. 더 이상 전통적인 가정(남자가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여자는 살림을 하는 가정)은 점차 없어지고 이른바 맞벌이를 하는 부부가 늘어나고 있다.
여성의 교육수준의 향상 등으로 인해 일자리도 남녀의 구분이 없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젊은 세대에서 이는 더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우리법은 이에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을 제정하고 운영하고 있으며, 이에 따르면 여성의 출산, 육아휴직은 물론이거니와 남성의 출산, 육아휴직도 규정하고 있고, 채용에서의 차별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에게 사회생활은 육아와 관련하여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최근 대법원은 일근직 근로자인 워킹맘에 대해 새벽근무거부와 공휴일 무단결근을 이유로 본채용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단을 하였다(대법원 2019두59349).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1세와 6세 자녀를 키우고 있는 A씨는 고속도로 영업소에서 8년 9개월간 일근직 근로자로서 일해왔다.
그런데, 2017년 기존 근로자들의 고용을 승계한 새로운 용역업체 B사와 ‘수습기간을 거쳐 본채용이 적절하지 아니한 경우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B사는 A의 3개월 수습기간 동안에 기존에는 없던 새벽근무와 휴일근무를 명하였고, A는 이를 거부하였다. B사는 A가 새벽근무 및 휴일근무 명령을 따르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근태항목에서 본채용을 위한 기준점수에 미달하는 점수를 주고, 수습기간이 끝난 후, 본채용을 거부하였다.
이에 A는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구제심판을 청구하여 인용되자, B사는 동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 재판부는 원고인 B사의 패소판결을 하였고, 2심은 원고인 B사의 승소판결을 하여, A가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남녀고용평등법이 사업주가 그 소속 유아기 근로자의 일과 가정 양립을 지원하기 위한 배려의무를 부담한다는 전제하에 그 구체적 내용은 근로자가 처한 환경, 사업장의 규모 및 인력 운영의 여건, 사업운영상의 필요성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본 사안에서 A는 신규채용자가 아니라 8년 9개월간 이어진 수년간의 고용이 이어진 점을 고려하면 본채용 거부통보의 합리적 이유와 사회 통념상 상당성은 신규채용보다 다소 엄격하게 판단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하면서 새벽근무와 공휴일근무 거부를 이유로 본채용을 거부하는 것은 A의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의무를 다하지 않고 본채용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아 파기환송하였다.
위 판결은 남녀고용평등법의 입법취지 및 사업주의 노력을 명시하고 있는 제19조를 근거로 하여 내려진 판결인데,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도록 사업주에게 의무를 부담시키는 매우 중요한 판결이다. 특히, 사업주의 의무범위를 법에 명시되어 있는 구체적인 의무-출산, 육아휴직 등-를 넘어서 확장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다만, 대법원 판결에서 보았듯이 구체적 사안에서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기 때문에 다른 사안에서는 다른 판결이 내려질 수도 있음은 유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