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공제조합의 담보비율 상향을 골자로 한 연구용역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상조공제조합이 현재 적자 상태에 놓여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 등을 정비한다는 취지다.
상조업계에서는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이제 막 종식된 상황에서 담보비율 상향을 논의하는 것은 회원 수가 많은 대형업체의 부담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영업활동 재개에 나선 중소업체를 또 다시 주저 앉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최근 담보비율 상향 등 공제조합 전반에 대한 개선책 마련 등을 과제로 한 선불식 할부거래 분야 공제계약 관련 법제 개편 연구 용역에 착수했다.
이번 연구의 목적은 공제사업 및 조합 관련 관리·감독 권한 강화를 비롯한 조합의 재무건전성 유지 관련 할부거래법 및 하위규정 등의 개정안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연구 내용으로는 재무건전성 감독을 위한 적정 담보율 산정과 합리적인 공제료율 산정 기준, 보증한도 등이 포함된 하위규정 개정안 및 공제조합(사업) 감독기준안(고시), 조합사들의 적정 담보율 및 합리적인 공제요율 산정기준안 검토(연도별, 업체 규모별 기준 개선 전후 차이 비교) 등이 포함됐다.
공정위는 해당 연구 결과를 토대로, 법률 개정을 비롯한 시행령·시행규칙에 반영하는 것은 물론 관리·감독 및 제재조치 등 각종 권한을 명시해 전반적인 공제조합에 대한 관리·감독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편유림 공정위 특수거래정책과장은 “현재 막 정책을 만들기 위한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다 ‘(공제조합에)어떤 것들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시작한 단계다”라면서도 “공제조합이 적자 상태에 놓여있고, 시장 외부에서도 선수금 보전비율이 낮다는 지적이 많은 만큼, 담보비율의 상향은 불가피한 입장”고 전했다.
자본금 증자로 55개 업체 문 닫았다···규제 부작용도 돌아봐야
최근엔 산업 안정기 접어들며 폐업 업체 감소
‘내상조 그대로’ 시행 등 조합운영 리스크도 줄어
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종식된 지 얼마되지 않았고, 과거 급작스러운 정책 변화에 폐업 업체 수가 급증했던 사례가 많은 만큼 재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상조업체 관계자는 “이제막 안정세에 접어든 산업에 과거 할부거래법 개정 때마다 경험했듯 또 다시 인위적인 정책 개입으로 강제 구조조정이 발생하면, 결국 더 큰 시장 혼란이 야기될 수 있고, 이는 소비자 보호 취지를 역행하는 결과일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1월 할부거래법 개정을 통해 설립 자본금 요건을 3억원에서 15억원으로 증자했던 당시 한 해 동안 55개 업체가 폐업·등록취소 됐고, 지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2.5%p씩 매해 담보비율을 상향해왔던 조치 등과 맞물려 여럿 규제의 파고 속에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상조업체 총 175개사가 문을 닫았다.
지난 2020년 이후부터 최근까지는 코로나19로 인해 중소업체의 경영난이 심화된 상황으로 코로나19가 종식되자마자 곧바로 담보비율 상향 논의를 재개하는 것은 이제막 영업력을 회복하기 시작한 중소업체의 줄폐업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비교적 탄탄한 대형업체 또한 회원 수가 수십, 수백 만 명에 달하는 만큼 단 1%의 상향조치에도 막대한 재정 타격이 예상된다.
아울러 이번 연구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공제조합의 적자의 경우, 지난 수백 여 곳의 상조업체가 문을 닫았던 시기 소비자 피해보상을 실시하면서 누적된 것이라 볼 수 있는데, 오늘날 폐업 업체의 수가 현저히 감소하고 시장이 점차 안정화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재정 상태가 호전될 여지는 높다. 또한 현재 상조업체 폐업 시 서비스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내상조 그대로’를 운영하고 있어 피해보상에 따른 운영 리스크가 실제로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업계 복수의 관계자들은 이런 상조업계의 현황을 배제한 채 무작정 담보비율을 올리기 시작하면, 과거 사례에서 경험했듯 중소업체의 폐업 사태로 더 큰 소비자 피해 우려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또한 이로 인해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당장 공제조합사는 물론, 비조합사를 비롯한 업계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특정 회사의 담보비율이 소비자가 느끼는 정서에 비해 지나치게 낮거나 조합 운영에 있어 다소 불합리 요소들에 대해 개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앞선 부작용을 다시 겪지 않도록 업계 여건에 맞춰 조심스럽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편유림 공정위 특수거래정책과장은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선 업계에서도 의견을 많이 내주면, 이를 조정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라며 “앞으로 상조업계 상황을 고려해서 경기 예측 등 많은 부분까지 아울러 감안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