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지지부진했던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015년 7월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간 여야의 정쟁으로 인해 미뤄졌던 많은 법안들이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은 법률심의에 참석한153명의 국회의원 전원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이번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은 선불식 할부거래업, 즉 상조업계를 그 주요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상조업계는 이번 법률 개정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인해 중소규모의 상조회사의 인수합병, 자산건전성 향상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간상조회사 들의 규모나 타 업계와의 균형 등을 생각해 보면 지나치게 소비자들의 보호만을 고려한 면이 분명히 있다고 보인다. 이전 칼럼에서도 개정안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으나 확정된 개정 법률의 문제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의 주요 내용은 자본금의 상향조정, 상조회사간 회원 양수도, 회계감사, 결격사유 등이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이 자본금을 15억으로 대폭 상향조정 하였다. 비록 3년의 유예기간을 두기는 하였지만 기존 상조회사 들이 동 조항을 충족할 수 있을지 아주 강한 의문이 든다. 또한, 국내 주식회사들의 상당수가 자본금을 빌려 납입하고, 이를 다시 변제하는 등의 편법을 쓰기 때문에(물론, 이는 상법상 형사처벌 대상이기는 하다.)예상외로 소비자 보호에 큰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오직 상조회사만을 대상으로 과다한 자본금 조항을 신설하는 것은 위헌논란도 있는 것이 사실이며, 도대체 어떠한 근거에서 15억이라는 숫자가 도출되었는지 의문이다. 앞으로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이 다시 개정된다면 이 부분은 다시 충분히 논의해 보아야 할 것이다.또 하나 문제가 있다고 보이는 개정 법률은자본금, 매출액 등을 고려함이 없이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외부 감사인에게 회계감사를 받아야 하고 감사보고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이다. 소비자들에게 투명한 정보를 공개한다는 점에서는 일면 수긍할 수 있는 법률이기는 하나,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 이미 일정 기준을 정해 그 기준 이상이면 반드시 외부 감사인에게 회계감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예컨대, 자산총액 120억 이상 등) 굳이 상조회사 만을 대상으로 아무런 기준없이외부 감사인으로 하여금 회계감사를 받도록 하는 것은 상조회사 만을 차별하는 법률이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외부감사라는 것은 재무제표 등이 법과 규칙에 따라 적정하게 작성되었는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일 뿐, 그 숫자나 구체적 증빙에 대한 진실성을 담보하는 것이 아닐진대 마치 외부 감사만으로 경영의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상조회사 만의 회계기준을 마련해 할부금의 계정과목, 수익인식 시점 등을 명확히 하여야 회계 및 경영의 투명성이 보장된다고 보인다.또한, 상조회사간 회원 양수도 및 임원 결격사유의 강화도 여전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 우선 상조회사간 회원 양수도는 합병이 아닌 경우, 채권양도, 채무인수, 계약인수 등과 유사한 법률관계가 형성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기존 법 논리와는 일부 맞지 아니하고, 다른 업계와 형평성을 고려해 보더라도 이는 매우 불합리하다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임원결격 사유의 강화도 지나친 면이 있다. 상조회사는 비영리법인이 아닌 영리법인 즉, 주주가 존재하는 법인으로 주주가 회사의 주인으로 최종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권한이 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어떠한 임원을 선임할 것인지는 회사에서 결정할 문제이다. 다만, 업계의 특성상 법률로 제약을 가하는 것은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그런데, 상조회사의 임원이 타 회사들의 임원에 비해 고도의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소비자들의 피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범죄에만 자격요건을 국한한 것도 아니어서 합리적인 기준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인다. 개정 법률이 상조업계를 생각해보면 많은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법률이 통과된 데에는 그간 상조회사 들의 영업 방식이나 임원진의 위법행위, 소비자 응대 등의 문제에 기인한 점도 매우 크다. 특히, 소비자로부터 대금을 미리 받고 용역은 한참 후에야 이루어지는 업계의 구조상 선납 할부금에 대한 횡령 등은 여전히 문제되고 있으며, 이는 소비자들의 피해와 직결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회계기준 등을 따로 마련하고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여 이를 미연에 방지하여야 할 것이다. 이미 법률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됨을 어쩔 수 없으나, 차후 개정 시에는 자정노력을 통해 좀 더 합리적인 법률이 만들어지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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