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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별] 그 남자는 왜 국회의원이 되었나
 
이정석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5/10/12 [09:58]


경남 해안가에 위치한 가상의 도시, 경제시. 진상필은 그곳의 한국수리조선소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다 지금은 3년째 ‘한수조 정리해고자 복직투쟁위원회’의 조직부장을 맡아 싸우고 있다. 그에게는 정신적 지주인 배달수와 그와 함께 싸우는 동료들이 있지만, 싸움은 쉽지가 않다. 실직 가장으로 보낸 3년 동안 생활고에 지친아내는 딸과 함께 떠나 이혼을 요구하고, 회사와의 법정 싸움도 녹녹치 않다. 그러던 중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다가오면서 야권에서는 단일후보로 배달수를 영입하겠다고 제안해오고, 복직투쟁위원회는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고민하던 배달수는 본인 대신 진상필에게 국회의원이 되어줄 것을 부탁하고, 펄쩍 뛰던 진상필도 현재의 핀치에 몰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배달수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그러나 같은 시기 다음 출마 지역으로 경제시를 점찍어둔 여당 국민당의 사무총장 백도현은 복직투쟁위원회와 한수조간의 타협을 이끌어주겠다며 진상필을 설득하고, 진상필은 결국 여당의 텃밭인 경제시에서 1년 반 임기의 국회의원을 하게 된다.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는 진상필은 국회 내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노력하지만 정치판의 권모술수에 상처 받고, 진상필이 국회의원에 당선되던 날 배달수가세상을 떠나면서 동료들로부터도 외면 받는다. 배달수의 뜻을 세우기 위해 국회에 입성한 진상필, 그는 진정한 국회의원이 될 수 있을까.지난 9월 17일 KBS 2TV의 20부작 수목드라마 ‘어셈블리’가 막을 내렸다.


7월 시작된 드라마는 두 달여의 방영 기간 동안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오랜 기간 영화판에서만 볼 수 있었던 배우 정재영이 처음으로 드라마 주연으로 나섰으며, 지난해 대한민국 사극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웰메이드 드라마로 주목받았던 ‘정도전’의 작가 정현민이 극본을 맡으면서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본격 정치 드라마의 탄생을 예고했다. 특히 정현민은 실제 국회 보좌관 출신 작가로서 다른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는 진짜 국회 이야기를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높았다.

결과적으로 드라마는 그다지 높지 않은 시청률로 흥행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단순히 음모와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드라마가 아니라,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 법안이 상정되고 처리되는 과정,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각종 법정, 의정 용어까지 국회의 모습을 고스란히 옮긴 듯 한 스토리와 상황 설정으로 나름대로 굵직한 족적을 남긴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달수를 기억하는 사람들, 그의 꿈을 함께하다

진상필은 사실 법에 대해서도, 국회의원의 활동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전혀 없는 인물이다. 평생 용접만 하며 살아온 그는 당연히 처음 국회의원이 되어 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 함께 투쟁해온 동료이자 정신적 지주인배달수는 국회의원이 되어 한수조의 진실을 알리고, 서민들의 삶을 대변해줄 것을 부탁한다. 결국 여당의 국회의원이 되면서 배달수를 비롯한 동료들과 등을 돌리게 된 진상필이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배달수 뿐이다. 그가 국회의원이 된 것도, 국회의원이 되어서 해야 할 일도 모두 배달수가 원하던 세상, 배달수의 꿈을 이루는데 의미를 둔다. 배달수가죽기 전 남긴 메시지를 듣기 전까지는 배달수의 사망 소식에국회의원도 마다하고 잠적을 한 그다.


배달수의 마지막 메시지는 그가 가야할 방향을 알려주었고, 배달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때로는 당 고위직 인사들 앞에서 광대처럼 망가지기도하고, 절대 권력과의 싸움에 나서기도 하고, 당이 아닌 국민의 입장에서 동료 정치인들에 대항하며 진상필은 진짜 국회의원이 되어 간다. 배달수의 죽음과 관련해 등장하는 또 다른 인물이 있다. 그의 하나뿐인 아들 규환이다. 부모님이 이혼하며, 아버지와는 떨어져 지내왔지만 규환은 언제나 아버지를 생각하고, 그리워했다. 겉으로는 무뚝뚝하고, 일부러 정을 떼려 하는 아버지의 진심을 알고, 아버지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자 경찰 시험을 준비하던 규환은 진상필의 배신으로 아버지가 죽음에 이르게 됐다는 생각에 복수를 다짐하며 경찰의 꿈도 접은 채, 진상필의 인턴비서관으로 들어간다.

그에게 진상필은 아버지를 배신하고 자신의 욕망을 위해 국회의원이 된 사람이다. 아버지는 항상 자신에게 무뚝뚝하게 대했고, 그런 아버지가 어떤 마음으로 진상필을 생각했는지, 어떤 꿈을 진상필에게 맡겼는지 그로서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복수를 꿈꾸며 들어간 국회에서 진상필과 함께 넘어지고, 부딪치며 그는 인간 진상필의 매력에 빠지게 되고, 어렴풋이 그가 추구하는 길이 곧 아버지가 추구하던 길과 닿아 있음을 알게 된다.

결국 복수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규환은 진상필의 곁을 떠나지만, 드라마의 막바지에 진상필을 진짜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준 보좌관 최인경이 국회의원이 되면서 보좌관으로서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이 드라마는 진상필이 국회의원 생활을 하면서 고통 받고,성장하는 모습을 그린 드라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왜 국회의원들은 국민을 생각한다면서 당론에 거역할 수 없는지, 패기 넘치던 초선 국회의원도 왜 시간이 지나면 무리들과 어울리며 비슷해져갈 수밖에 없는지, 국회 내부에서 벌어지는 정치의 민낯과 법안의 탄생 과정 등을 다루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좋은 정치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한다. 

배달수의 죽음이라는 하나의 사건을 두고, 처음으로 국회에 발을 디딘 두 남자는 서로 다른 목적으로 행보를 시작한다. 아무 것도 모르던 두 사람은 실수하고, 부딪치고, 욕먹고, 좌절하며 한 걸음씩 나아간다. 그리고 결국 ‘배달수의 꿈’이라는 하나의 지점에 함께 선 서로를 마주하게 된다. 배달수의 진짜 꿈이 무엇인지 들을 기회가 없었던 규환도 자연스럽게 진상필이 가는 길을 통해 아버지의 꿈을 이해하게 되고, 국회를 떠난 진상필을 대신해 최인경과 함께 그 꿈을 다시이어간다.

국민의 대다수를 이루는 서민들, 그들은 힘이 없다. 무겁고 복잡한 정치의 세계와는 거리도 멀다. 때문에 그 꿈이 실현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진상필을 중심으로, 규환, 인경 등 진상필 의원실에 소속된 모두가 한 마음으로 조금이라도 좋은 세상, 서민들의 말이 통하는 세상을 향해 노력한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배달수의 입을 통해 나온 서민을 위한 세상을 만들자는 뻔한 메시지가 아닐지도 모른다. 서로 다른 생각과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고군분투하며 결국 하나의 꿈으로 연결되는 모습, 그것이 바로 어렵게 느껴지던 정치의 진짜 의미임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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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10/12 [09:58]  최종편집: ⓒ sangjo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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