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부거래법 개정안의 시행이 얼마 남지 않았다. 법 개정안의 시행은 내년 1월25일, 불과 3개월가량 남아있다. 9월에는 할부거래법 개정안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안이 입법예고 되어 개정 법률안의 세부적인 기준과 지침까지 나온 상태다. 하나씩 절차를 밟아가며 할부거래법 개정안의 시행을 위한 과정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할부거래법 개정안의 내용을 보고 충격을 받은 업계는 구체적인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공표되자 한 차례 더 혼란에 휩싸였다. 이미 본법에서부터 상조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인식과 시각, 그리고 앞으로 더욱 심해질 과도한 규제에 대해 실망과 좌절을 맛본 업계인들은 시행령과 시행규칙으로 규정한 세부 기준과 절차의 지나친 정교함에 혀를 내둘렀다. 많은 중소기업인들은 말한다. 투자나 영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규제들도 무섭지만, 정말 무서운 규제는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방해하는 과도한 절차와 서류들이라고.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느껴지는 말이지만, 이 안에는 일반적인 중소기업들에게는 불필요한 절차를 반복하고, 생소한 서류들을 만들어 관련 정부기관에 제출하는 일들이 쉽지 않은 중소기업계의 실상이 담겨 있다. 업종에 따라 어떤 경우는 비용을 들여 외부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까지 생긴다. 조금 과장하자면 이윤을 얻기 위해 기업을 운영하는 것과 정부의 눈치를 보며 서류를 준비하는 것 중에 어떤 게 기업의 진짜 목표인지 헷갈릴 정도다.

이번에 나온 할부거래법 개정안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보면 우리나라 법 규제의 이러한 문제점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특히 상조업은 규제의 대상이라는 정부의 변함없는 인식 속에 만들어진 이번 개정안은 다른 어떤 업종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과도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감사보고서 공시 및 제출과 관련한 형식, 절차가 그렇고, 계약 이전 등과 관련한 소비자 동의 절차도 그렇다.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시시콜콜한 기준과 절차를 정하고 있다. 세부 내용을 읽고, 검토하며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그려보면, 자연스레 좌절감과 자괴감이 든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다른 산업의 규제가 인력이나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게는 정상적인 영업에 걸림돌이 될 정도로 과도한 정도인데 상대적인 좌절감과 자괴감을 느낄 정도인 할부거래법의규제는 오죽하겠는가.

이런 규제 속에서는 업계가 정상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규제가 지나치면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려는 업체들도 영업에 방해를 받고, 규제가 다양하고 많은 만큼 산술적으로 법 위반 사례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사례는 실제 소비자 피해 여부와는 상관없이 다시금 업계 인식 개선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될 것이 뻔하다. 할부거래법 개정안이 공표 되면서 좌절을 느낀 업계가 세부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보며 더 큰 위기감을 느끼게 되는 이유다.

업계에서도 이러한 위기의식 속에 입법예고 기간 동안 업계의견을 모아 공정위에 전달했다. 지금이라도 업계가 움직인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그 실효성에 대한 기대는 높지 않다. 너무 늦었고, 그만큼 철저히 준비할 시간도 없었다. 다시금 업계 대표 단체의 부재가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현재가 위기감을 느끼는 상황이라면, 진짜 위기는 이제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중이다. 하루 빨리 대표 단체를 만들고, 업계의 일관된 여론을 만들고, 공정위에 지속적으로 업계의 목소리를 전달하며 필요하다면 싸움도 불사해야한다. 그것이 이번 할부거래법 개정안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위기를 그냥 위기로 맞는다면, 그 위기는 다시 반복되기 마련이다. 상조업계의 미래를 위해 가장 먼저 업계의 절실한 목소리와 움직임이 선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