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1. 산, 바다 그리고 하늘    사진 : 한남기   © 상조매거진

우리 대한민국 한반도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보기 드문 국가이다. 게다가 남북분단으로 인하여 북쪽으로는 자유롭게 갈 수 도 없는 나라이다. 다시 말해 어쩔 수 없이 섬 아닌 섬나라가 되어버린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인 것이다.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섬나라를 제외하고 육로를 통해 국경을 넘어 이웃 나라로 여행을 할 수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오늘날 같이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 막고 있는 휴전선이 없었다면 우리는 목포와 신의주를 잇는 대한민국 1번 국도를 이용해 자동차로 신의주까지 한달음에 내달려 한중 국경을 넘어 중국을 거쳐 유럽까지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오늘은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바다 중에서 동해 바다 이야기를 해보기로 하자. 대다수의 사람들이 부산 해운대는 남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부산 해운대는 동해에 속한다. 남해와 동해를 구분 하는 기준점이 오륙도 이기 때문에 해운대는 동해인 것이다.

동해라는 명칭은 삼국사기에서 기원전 37년에 해당하는 고구려 동명왕에 대한 기술에서 처음 사용하게 되는데 광개토대왕릉비에도 동해라는 명칭이 새겨져 있다. 이는 8세기부터 사용된 일본이라는 국호보다 700년이나 앞선 것이다. 조선시대인 16세기 이후에 제작된 고지도에서도 동해라는 명칭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동해를 조선해(朝鮮海) 또는 창해(蒼海)라고도 하였다.

동해는 남북 길이 1,700km, 동서 최대 너비1,110k m, 면적 107만㎢, 평균 깊이는 1,361m이며 서태평양의 연해로서 우리나라와 러시아, 일본열도 및 사할린 섬으로 둘러싸여 있다. 북동은 소야, 타타르해협으로 오츠크해와 이어지고, 동으로는 쓰가루 해협에 의해 태평양과, 그리고 남으로는 대한해협에 의하여 남해와 연결되고 있다. 동해는 남서 방향을 장축으로 하는 타원형이며 이키섬, 쓰시마섬, 울릉도, 독도, 오키섬, 등 동해의 대부분의 섬은 육지 주변에 위치하고 있다.

동해에서 사진 찍기 좋은 장소로는 단연 방파제가 놓여있는 작은 포구를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다. 촬영하기 좋은 계절은 더운 여름날 보다 빛의 산란이나 굴절이 적은 겨울철이 제격이다. 촬영 시간 역시 해가 중천에 떠있는 한낮 보다는 이른 아침이나 해가 저물어 가는 시간이 좋은데 이는 날씨 조건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사진1은 늦은 오후 태양이 긴 그림자를 드리울 때 고즈넉한 포구의 풍광을 담은 사진이다. (사진1. 산, 바다 그리고 하늘)

또한 태풍 전야나 파도가 거칠게 몰아칠 때도 좋은 사진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사고에 철저히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미끄러운 갯바위 근처에 섣불리 접근하는 것은 금물이며 방파제에서도 추락에 대비하여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아울러 혼자 촬영 하는 것보다 동행이 있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할수 있다.

▲ 사진2. 동해(冬海)    사진 : 한남기    © 상조매거진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의 포말을 사진에 담으려면 오랜 시간 카메라 셔터를 열어 놓고 파도의 일렁이는 모습을 촬영해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필터가 ND(neutral density) 필터라는 것이다. ND 필터는 컬러가 없고 전체적으로 진한 그레이 톤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컬러의 색온도나 컬러 재현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ND 필터는 렌즈로 투영되는 빛을 어둡게 투과하게 하여 충분한 셔터 개방 시간을 확보하기 위하거나 또는 피사계 심도를 컨트롤하기 위해 광각렌즈를 개방할 때 사용한다. 이런 ND 필터를 잘 사용하면 역동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사진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다. (사진2. 동해/冬海)

포구의 방파제는 테트라폿(tetrapod) 이라는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로 둘러 싸여 있다. 테트라폿은 프랑스의 Neyrpic사에서 1949년에 개발한 4개의 뿔 모양으로 생긴 거대한 콘크리트 블록으로 가공할만한 위력을 지닌 거센 파도나 해일로부터 방파제나 해변 바닥의 유실을 막기 위해 설치하는데 그 크기는 아파트 일 층 높이에서 부터 이삼층 높이까지 다양하다. 해마다 이런 거대한 테트라폿에서 추락 사고가 빈번히 발생 하는데 사진 촬영에 몰두하다 보면 자칫 방심해서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테트라폿에서 촬영할 때는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 사진3. 공현진항   사진 : 한남기  © 상조매거진

동해의 북단 마을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공현진리에 가면 1999년 1월 1일 국가어장으로 지정된 공현진항이 있다. 여기에 재미있는 현상을 볼 수 있는 방파제가 하나 있다. 이 방파제 역시 여느 다른 방파제처럼 테트라폿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유심히 방파제 밖 바다를 바라보면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유독 3군데 특정 지점에서만 파도가 하얀 물결을 일으키며 일렁이고 있다. 이런 신기하고 재미난 광경을 사진가의 눈이 놓칠 리가 없다. 필자는ND필터를 이용해 장노출로 이 기인한 현상을 테트라폿과 함께 사진에 담아 보았다. (사진3. 공현진)

사진 여행에 빠질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식도락 일 것이다. 예로부터 고성은 성게의 고장이었다. 예전에는 그 귀한 성게가 고가로 전량일본으로 수출되어 일반인들은 맛보기조차 힘들었지만 이제는 누구나 감칠맛 나는 달콤한 성게의 맛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동해에는 보라성게와 말똥성게가 주로 서식하는데 흔히들 성게 알을 먹는다고 한다. 그러나 성게에서 우리가 먹는 부분은 생식소이다. 성게는 암수 딴 몸이며 따라서 이 생식소는 암수에 따라 각각 난소와 정소로 나뉜다. 이 난소와 정소는 색깔이 약간 다를 뿐 맛은 거의 같다. 산과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동해의 풍광을 즐기며 외딴 바닷가에 앉아 맛보는 해녀가 갓 잡은 성게의 맛은 그야말로 천하일미 이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