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의 연말은 여느 해와 달리 유독 무거운 분위기였다는 이들이 많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혼란스러운 정국은 연말 특유의 흥겹고 설레는 분위기를 집어 삼킨 듯 했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며 새로운 기대감이 가득해야할 시기임에도 마냥 설렘을 즐기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상조업계 역시 현 정국만큼이나 새해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국내외 각 기관이 발표한 새해 경기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미래를 위한 지출로 사업 모델이 형성되는 상조업계 특성상 실물 경기 악화는 직격탄이 된다. 할부거래법 개정 이슈 중 가장 뜨거운 감자 중 하나였단 회계감사 의무화가 현실로 다가온다는 점도 부담이다. 영세 업체의 줄도산과위법 행위, 그리고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이어지며 업계 이미지에 다시금 악재가 쏟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새해가 시작되는 이 시점에 우리가 이야기해야할 것은 희망이다. 신년이기 때문에 그래도 늘 그래왔든 의례껏 막연한 희망을 외쳐보자는 뜻이 아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지금은 상조업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분야가 힘든 시기다. 조금만 시각을 바꿔 생각하면, 적어도 현재의 시련과 불안이 오로지 우리만의 몫은 아니라는 점은 한 번쯤 마음의 여유를 생각해볼 여지를 준다. 만약 올 한 해 업계가 우려를 극복하고 도약할 수 있다면, 그것은 그 어떤 때의 성장과 발전보다도 값진 것이 될 것이다.

지난 2016년 업계는 상당한 가능성을 보였다. 몇 년 전부터계속해온 장례 상품 일변도에서 벗어나기 위한 상품 다변화 노력은 이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선 것으로 보인다. 확실한 캐시카우를 손에 넣는 것보다 더욱 가치 있는 성과다. 앞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일궈낼 수 있는 맥을 찾아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각 업체들의 수준과 역량은 분명 성장하고 있다.

문제는 업계 전체가 함께 감당해야 할 이슈들이다. 업계의 안정적인 구조조정과 이 과정에서 겪게 될 소비자 피해 등 부작용으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의 문제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이미 대다수 업계 종사자가 업계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안정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M&A 활성화 등 구체적인 대책까지 논의되고 있다.

사실 2010년 할부거래법 개정 당시부터 업계 구조조정은 항상 언급되던 이슈였다. M&A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이 이를 위한 필수적인 요건이라는 논의도 그리 새롭지는 않다. 업계 이미지 쇄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전 업계인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왜 지금까지 이 오래된 이야기들은 지지부진하기만 한 것인가. 그것은 논의와 고민이 업계 내부에서만 맴돌며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거나 정부와의 정책 논의로까지 진전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의들을 공론화할 수 있는 통로, 그리고 공신력 있는 중심축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내년에도 업계는 똑같은 표정으로 똑같은 이야기만 되뇌고 있을지도 모른다.

공신력 있는, 특히 업계의 문화와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수위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업자 단체 설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지금은 달도, 해도 없이 전 시야가 막막한 새벽이다. 그러나 멀리 흐릿하게 아침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 그것을 지켜보기만 해서는 안 된다. 정유년 닭의 해, 힘찬 울음 우는 닭처럼 목을 빼고 온 힘을 다해 아침을 불러들여야 한다.

지금 한 걸음씩 도약하고 있는 개별 업체들의 역량을 하나로모아 업계의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 그 힘이 업계에 누구보다 먼저 새벽을 깨는 영광을 남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