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6일 국내 크루즈 업계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후불제 여행사 투어컴 크루즈가 전세선 계약을 통해 진행했던 크루즈여행이 출발 하루 전 취소된 것이다. 9월부터 모객을 시작해 계약을 체결한 지난해 말 이후 더욱 공격적으로 모객에 나섰지만 결국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모객이 계획대로이뤄지지 않자 전세 계약을 맺었던 크루즈 선사 측에 잔금을 지불하지 못하면서 결국 계약이 해지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날은 정부에서 대대적인 크루즈 육성 계획을 발표한 날이었다. 해양수산부는 이 날 2017년 크루즈산업 육성시행계획’을 발표하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비해 강원도 속초항에 10만t급 대형 크루즈 선박 입항 시설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올해 크루즈 관광객 유치 목표를 200만 명으로 세우고, 내년까지 크루즈선이 1300회 입항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그러나 이 날 투어컴 크루즈의 출항 취소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 동안 의욕적으로 크루즈 관광 활성화를 추진해왔던 정부도 체면을 구기게 됐다.

무엇보다 그 동안 럭셔리 여행의 대명사로서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던 크루즈 여행이기에, 크루즈 여행의 대중화를 반신반의했던 소비자들이 더욱 국내 크루즈 사업을 허황되게 여길까 우려스럽다. 이들의 의구심은 이번 사태로 더욱 깊어질 것이 분명하고, 이는 결국 크루즈 여행의 대중화를 더욱 멀게 만들 수밖에 없다.

물론 이로 인한 타격은 고스란히 업계의 몫이다. 인식의 벽이 얼마나 무서운지 상조업계는 잘 알고 있다. 크루즈 여행과 상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형태는 다르지만, 쉽게 넘어서기 힘든 벽이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미지 제고를 위해 그토록 노력하고도 이따금 터지는 일부 업체의 부정적 행태에 일방적으로 매도되곤 했던 업계로서는 크루즈 여행에 거리감을 느끼는 일반인들의 인식이 이러한 사건들로 더욱 심화되는 상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소비자 인식 외에 사업 환경 악화도 문제다. 잔금을 치르지 못해 출항 하루 전 해외 선사로부터 계약을 해지 당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국제적인 망신이다. 앞으로 글로벌 크루즈 선사들이 한국 시장과 업체들을 어떻게 보게 될지 불 보듯 뻔하다. 그러나 시선의 문제가 다가 아니다. 한국 업체에 대한 왜곡된 인식으로 인해글로벌 선사들이 앞으로 계약 조건을 더욱 까다롭게 제시할 가능성도 크다. 최근 몇 년간 신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하며 크루즈 여행 상품에서 희망의 빛을 봤던 업계로서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여전히 크루즈 여행 상품은 매력적이다. 블루오션이기도 하며, 업계가 상장례 서비스 일변도에서 벗어나 진정한 토털 라이프 케어 산업으로 발전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 선점 효과도 크다. 비용 부담이 큰 크루즈 여행을 선불식 할부 거래라는 특유의 시스템으로 부담을 덜고 제시할 수 있다는 부분은 업계만이 갖는 메리트이기도 하다. 문제는 얼마나 사업을 잘 수행하느냐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이 크루즈 산업은 메리트가 큰 만큼 위험부담도 크다.

사업 편의성을 위해 함부로 모객을 장담하고 전세선 계약을 맺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가 될 수 있다. 리스크를 줄이고 서비스 안정성을 높일 수 있도록 보다 꼼꼼한 계획이 필요하고, 전세선 계약 시에는 철저한 수요 예측과 모객 플랜을 전제로 해야 한다.

그 동안 업계는 국내 크루즈 산업 활성화의 불씨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이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사업 운영을 통해 고객 신뢰를 확보하며 크루즈 산업을 이끄는 중심 업종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것이 실제로 이뤄질 때, 크루즈 산업은 업계에 날개를 달아주는 진정한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