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상조공제조합은 모든 조합사에 대한 신용평가를 마치고, 7월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공정위는 상조보증공제조합의 담보비율수준인 18%까지 한국상조공제조합의 담보비율을 향후 5년간 높이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조합은 2016년부터 매년 각 구간별로 2.5%p씩 담보금 적용비율을 조정하는 동시에 조합사 신용평가 구조를 개선함으로써 점진적인 상향에 나섰다.

이러한 조치는 조합이 보다 건실해짐은 물론 조합사의 재무건전성을 더욱 도모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바뀐 신용평가 구조를 적용한 결과, 결과적으로는 점진적이 아닌 급격한 담보금 상향을 초래한다며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상조공제조합은 대주회계법인과 2017년도 신용평가용역계약을 체결하고, 공제계약사에 대한 신용평가를 지난 4월부터 실시해 최근 마무리 지었다. 지난해 40개 공제계약사와 5월 31일까지 계약을 체결했던 한국상조공제조합은 새롭게 바뀐 신용평가 일정 등으로 인해 올해에는 7월 1일부터 1년간 계약을 체결한다.

4월 13일부터 6월 30일까지 약 2개월간 진행된 이번 신용평가는 기존의 신용평가율 산정 방식에서 벗어나 공제사고 위험도 분석 및 회계제도 개선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향후 조합 정책에 반영한다고 밝혔다.

새롭게 도입한 공제사고 위험도 분석은 ‘현금흐름 분석’, ‘정상불입구좌 변동률’, ‘총자산 대비 위험가중 자산 비율’등선불식 할부거래업에 적합한 위험지표를 자체적으로 개발했다고 조합은 설명했다. 이를 통해 공제사고 위험도가 높은 계약사에 대한 모니터링·정기점검·경영개선계획 마련 등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부도위험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이번 신용평가와 더불어 소속 공제계약사 대표자 면담 등을 통해 제도개선사항(자본금 상향, 담보율 상향 등)의 이행상황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조합운영개선방안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상조공제조합 관계자는 “이번 신용평가를 통해 소속 공제계약사에 대한위험도를 종합 분석해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조합의 재무건전성 강화 및 소비자 신뢰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신용평가 강화로 대부분 업체 부담 증가

해마다 2.5%p 담보비율 상향 덩달아 추진

업계에서는 이번 신용평가를 통해 담보금이 높아지면 공제조합에 속한 상위 업체의 재무가 강화되고, 그동안 한국상조공제조합을 향해 있던 언론 및 정치권의 부정적 여론을 잠재움으로써 시끄러운 업계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갑작스러운 담보비율 상향이 업체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이에 따르면 담보비율 상향과 관련, 공정위에서 점진적으로 추진한다고 공언했던 것과 달리 실제 신용을 평가한 결과 올해 담보비율이 거의 2배 가까이 오른 업체가 존재하는데다 지방 군소업체들의 경우에는 작년과 올해 연이은 타격으로 인해 존폐의 위협까지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결과는 해마다 2.5%p 담보비율 상향과 더불어 바뀐 신용평가 방식을 동시에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A상조 업체 관계자는 “담보비율을 상향하는 것은 양 조합이 동일한 조건임으로 일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신용평가율이 낮아진데 대한 담보비율의 상향도 부담스러운데 다시 2.5%연차 상향 적용을 하다 보니 지난 수년간 납입했던 담보금을 1년 만에 또 납입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더 큰 문제는 내년 선수금의 총액은 다시 증가하고, 신규계약이 발생하지 않는 업체의 경우 올해 보다 더 많은 금액을 담보금으로 납부해야하는데 이 때문에 2017년 갱신계약을 포기하겠다는 업체 대표도 있을 지경이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이중으로 담보금이 상향되는 문제와 더불어 신용평가 방식에서의 허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신용평가율 산정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계약고 대비 자산비율(전체의 25%)인데, 그 산정기준을 보면 ‘자산(2016년 재무제표 총자산합계+향후 불입 받을 금액)÷보유계약고’로 계산되고 있다.

이때 가령, 최근 호조를 띠고 있는 ‘결합상품’의 경우에는 비 결합상품에 비해 납입기간이 긴데 ,문제는 두 상품의 월부금과 납입한 기간이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결합상품 쪽이 ‘향후 불입 받을 금액’이 증가함으로써 이를 취급하지 않는 업체의 신용점수가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모순이 일어난다.

또한, 전통적인 장례·결혼 상품외의 비상조 서비스 부분의 수당이 신용평가지표인 ‘지급수수료’부문에 포함됨으로써 오히려 사업다각화를 통해 신규 매출을 창출하고 재무구조가 개선된 업체의 신용도가 오히려 낮아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이번 신용평가에 새롭게 추가된 ‘부채구성비율’ 신용평가 역시 업계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예를 들어 부채구성비율 평가 상 임원·주주의 가수금은 법인의 입장에서 보면 타인자본, 즉 부채로 인식되고 있어 신용도에 악영향을 주는데, 주주·임원의 가수금은 출자전환을 하지 않은 실질적인 ‘자기자본’에 해당되기 때문에 부채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2019년 1월까지 15억원의 자본금을 마련해야 할 상조업체의 입장에서 보면 출자전환 외에는 방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부채로 인식해 평가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제조합 조합사 관계자는 “조합의 신용평가 방식이 개선된 것은 괜찮지만 지나치게 정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영업을 잘해도 점수가 깎이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부문의 점수로 만회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해마다 2.5%의 상향이 진행되고 있으니 아무쪼록 신용평가 만이라도 기준을 완화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향후업계의 재정건전성 도모를 위해서도 나은 결과가 예상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