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2 안면도 미포 저수지 낙조, 한남기 교수     © 상조매거진

    

한반도 지역은 70% 이상이 산지로 구성되어 있고 주요 하천이 동서로 흐르고 있어 예로부터육상 교통이 발달하기는 어려운 지형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해상을 통한 운송 수단이 발전했다. 고려시대에는 남부지역의 세곡을 모아 서해안에서 조운선에 싣고 곧바로 수도인 개경으로 수송했고 조선시대에도 주로 이런 방식으로 조운선이 운영됐다. 이러한 조운선들은 해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물살이 약한 해안가에 바짝 붙어 운행했기 때문에 난파 위험은 크지 않았으나 서해안의 지리적 특성이 문제가 되었다. 특히 서해안에서 유독 툭 튀어나온 태안반도 때문에 전라도에서 출발한 세곡선들은 해안선을 따라 올라가다 태안반도 안면곶 안으로들어가면 결국 바닷길이 여기서 끝나고 말았다.

그 당시 충청, 경상, 전라 삼남지방의 세곡을 육로를 거치지 않고 바로 뱃길로 서울까지 운송하려면 수 십척의 선단이 태안반도의 안흥량을 통과해야만 했는데 이 안흥량의 바닷길이 매우 험난하고 암초가 많아서 선박이 이곳에서 파선되고 침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이를 방지하고 서울까지의 항해 시간을 단축시키고자 굴포 운하 건설을 계획했던 것이다. 굴포 운하가 건설되면 안흥량을 거치지 않고 천수만을 통과하여 바로 서울까지 이르게 되므로 항해 시간이 1/3정도 단축되고 아울러 안전 항해가 되는 것이니 일거양득인 셈이었다.

오늘날과 같이 항해술이 발달되지 않은 시대에 바람에 의지하는 돛단배로 연간 평균 200여 만석이 넘는 삼남 지역의 세곡을 조운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태안반도의 안흥량, 강화도의 손돌목, 장연의 장산곶 등 3곳이 항해하기에 가장 위험한 지역 이었는데 이 중에서도 안흥량의 해로가 가장 험악했다고 전해진다. 조선조의 태조 4년에서 제7대 세조 1년에 이르기까지 60년간 안흥량에서 일어난 해난 사고의 통계를 보면 파선 및 침몰 된 선박 수가 무려 200여척에 이르며 1200여명이 사망하고 미곡 손실도 1만5800석 이었다.

이로 인한 재정 피해가 점점 심각해지자 여러 대책들이 제시됐고 최종안이 운하를 뚫자는 것이었다. 처음 운하공사 이야기가 나온 것은 고려 인종 때인 1134년 이었다. 판목운하가 뚫린1638년까지 무려 500년이 넘는 기나긴 운하 도전의 역사는 이때부터 시작된다. 애초에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 까지 양 대에 걸쳐 계획한 운하 공사는 판목운하가 아니라 안면곶 동쪽의 천수만과 태안반도 북쪽의 가로림만을 뚫는 굴포 운하 공사였다. 굴포 운하는 고려 인종 12년(1134년)부터 조선 세조 7년(1461년)까지 327년 동안 간헐적으로 공사가 진행되다 불과 개통 몇 km를 앞두고 만난 단단한 암석층에 가로막혀 결국 굴포 운하 공사는 포기하게 됐다.

▲ 사진1 굴포운하 시공구간     © 상조매거진

이 굴포 운하는 세계 최초의 운하로 폭 14m, 총연장 6.8km의 내륙 뱃길로 2.8km가 미 개통 상태로 남아 있다. 파나마 운하와 수에즈 운하 이전에 조선에도 운하 건설이 시도됐다는 사실을 우리세대는 잘 모른다. 이들 운하보다 무려 700여 년이나 앞선 12세기에 시작한 운하공사는 5백 년 동안 11차례나 시도했으나 끝내 실패했다. 굴포 운하는 ‘수에즈 운하’(1869년 개통)와 ‘파나마 운하’(1914년 개통)보다 400-500년 앞서 추진된 세계 최초의 운하이다.

이처럼 한국에서 여섯 번째로 큰 섬인 안면도는 원래 섬이 아니라 태안반도 끝에 붙은 곶으로 육지와 연결된 지역 이었으나 오늘날 안면대교가 놓인 곳에 위치한 판목 운하가 개통되면서 1638년부터 섬이 됐다. 육상 교통이 발달한 요즘에는 일부러 물길을 파내 멀쩡한 육지를 섬으로 만든 것이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당시 판목 운하의 개통은 국가 경제에 매우 중요한 시책이었다. 국가 재정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전라도의 세곡을 조운선으로 안전하게 수송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운하를 뚫고 더 이상 해난 사고가 없어지자 비로소 편히 잠을 잘 수 있게 됐다는 의미에서 편안할 안(安), 잠잘 면(眠), 섬 도(島) 자를 써서 ‘안면도’란 지명이 생겨났는데 한국전쟁 때도 이곳에는 유독 인민군이진주하지 않아서 주민들이 안면을 취했다고 한다. 안면도는 다양한 볼거리와 풍부한 해산물로 언제나 많은 여행객이 찾는 국내주요 관광 명소이다. 1970년 연륙교가 개통하면서 육지와 이어졌으며 남면에서 안면대교를 건너면 백사장항을 만난다.

안면도의 랜드마크가 된 해상 인도교 ‘대하랑꽃게랑’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도 있다. 남면의 드르니항과 안면읍 백사장항을 연결하는 길이 250m의 대하랑 꽃게랑은 2013년에 완공됐다. 다리위에서 바라보는 주변 풍광이 아름답고 바다 위를 걷는 신비함이 더해져 개통하자마자 명소로 떠올랐다.

▲ 사진3 태안의 별미 꽃게장, 한남기 교수     © 상조매거진

드르니항과 백사장항 쪽에 각각 꽃게와 대하 조형물이 있는데 이는 꽃게와 새우가 많이 잡힌다는 것을 상징한다. 사시사철 언제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안면도는 최근 CNN이 선정한 ‘한국의아름다운 섬 33’에 포함되어 세계적으로 그 매력을 인정받았다. 꽃지 해변은 5km에 이르는 백사장을 중심으로 할배바위, 할매바위가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또한 안면도 자연휴양림에는 수령 100년 내외의 소나무가 381ha에 걸쳐 집단 서식하고 있는데 고려 때부터 궁궐과 선박을 만드는데 주로 사용 되었다고 전해진다. 안면도는 바다와 숲과 함께 서해의 미각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섬 아닌 섬이다. 특히 안면도의 낙조는 강화도와 전북 부안군 솔섬과 함께 서해안 3대 일몰 명소로 꼽히는 곳이니 안면도에 가게 되면 내일로 가는 아름다운 해넘이까지 가슴으로 가득 담아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