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상조업 관련 질의가 등장했다. 올해의 타깃도 공제조합이었다. 지난 10월 19일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은 소비자보상에 대한 안내와 홍보 부족으로 공제조합의 실제 소비자 피해 보상 비율이 50%를 겨우 넘는 낮은 수준이며, 최근 몇 년간 손실도 급격히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각 조합 이사장의 급여를 문제 삼아 공제조합이 소비자 피해 보상은 뒷전이고, 경영 성과도 낮은 상태에서 임직원 복지나 신경 쓰는 방만한 기구인 것처럼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사정을 들여다보면 지 의원의 주장에는 상당 부분 적절치 않은 면이 있다. 먼저 최근 조합의 손실 폭이 커진 부분은 AS상조, DH상조, 국민상조 등 굵직한 업체들의 줄도산으로 인해 소비자 피해 보상 규모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소비자 피해보상 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의미다. 조합은 일반 기업과 다르다. 기업은 이익을 많이 남기는 것이 목표지만, 공제조합은 소비자들이 업체가 폐업하더라도 피해를 입지 않도록 예방하고 보호하는데 있다.

특히 영세 업체들뿐만 아니라, 중견 업체들의 잇따른 폐업에도 큰 위기 없이 대응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조합의 안정성과위기 대응력을 방증한 것으로 봐야 한다. 실제 그동안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과 언론 등 외부에서는 대형 업체들의 도산 시 조합의 보상 여력이 충분한지 등에 의문과 비판을 제기하는 시각이 많았다. 이런 의혹에 대해 실적으로 증명했음에도 이번에는 오히려 보상 규모가 늘어난 것을 문제 삼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피해 보상 비율이 50%를 웃도는 수준이라는 지적 역시 온당치 못하다. 각 조합은 금전적인 소비자 피해 보상뿐만 아니라, 고객이 최초 상품 가입 시 기대했던 행사 진행을 실질적으로 현물 보상하고 있으며, 업체들의 폐업 과정에서 타 회사로 회원이 인수되는 경우도 상당하다. 단순히 금전보상의 비율만 따져 보상 실적이 저조하다고지적하는 것은 시장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발언에 불과하다. 금전 보상 비율을 문제 삼는 것은 소비자들이 안전하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온 조합과 업계의 노력을 깡그리 무시하는 것이다. 과도한 규제 속에 타 업종에서는 사례를 보기 힘든 소비자 피해 보상 시스템을 갖추고, 여기에 자체적으로 그 이상의 소비자 보호 조치를 강구해온 업계의 지난 8년간의 노력이 일순간에 무시되는 현실에 서글퍼진다.

할부거래법 개정으로 상조업이 제도권에 편입된 이후에도 업계를 바라보는 세간의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정책을 입안하고, 제도를 마련하는 정부 기관, 국회의 시각은 달라야한다. 시장에 대한 이해와 분석은 당연한 것이며, 균형 잡힌 시각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지 의원의 지적을 비롯해 지금까지 등장한 정치권의 업계 관련 발언이나 법안 등을 살펴보면 수박 겉핥기식으로 무책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인식을 지우기 어렵다. 법안 발의 실적이나 올리고, 가뜩이나 부정적인 여론에 한 마디 보태며 주목 받는 수단으로 한 업계를 이용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업계도 앞으로 더 고민하고 개선해야할 부분은 있다. 이번 국정감사 지적사항 중에는 피해보상기간을 3년으로 늘리는 부분이나 공정위 출신의 낙하산 인사 문제 등이 그렇다. 여기에는 제도적인 부분이 큰 비중을 차지하므로, 업계와 더불어 주무부처인 공정위도 적극적으로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뿐만 아니라, 객관적으로 시장을 보고정책 개선을 고민하는 정부와 입법부의 책임 있는 자세도 중요하다. 업계 종사자만 관계자가 아니다.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이들 또한 시장의 관계자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