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과 상조회사 간 이권 다툼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상조회사가 처음 영업을 시작하면서 장례식장 직원과의 마찰은 단숨 말싸움에서 시작해 몸싸움으로 번지는 일이 빈번하게 있었다. 하지만 과거 장례식장이 폭리를 취하던 것을 상조상품으로 인해 어느정도 정상화되고 소비자들의 선택이 많아지면서 둘 사이 힘겨루기는 팽팽함을 유지하게 됐다. 장례서비스가 산업화 되고 규모가 커지면서 관련 법들이 소비자 중심으로 개정되면서 장례식장 내 음성적인 관행들과 폭리들이 어느정도 개선이 되었지만 아직도 이권을 사이에 둔 마찰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장례식장 내에서 장례용품의 강매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장례식장에서는 강매가 자행되고 있고 이로 인해 크고 작은 문제들이 끊이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건들이 언론에 보도 되기도 한다. 최근만 하더라도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상조회사에 장례서비스를 신청했는데 거절됐었던 사건이 있었다. 장례식장 측에서 병원 내의 물품만 사용하도록 강제한 것이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소비자 A씨는 2017년 10월 장모상을 당해 B상조회사에 서비스를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C장례식장이 병원 내의 물품만 사용하도록 강제한 것이다. 이에 B상조회사는 소비자 A씨에게 이곳에서는 행사를 진행 할 수 없으니 시신을 다른 장례식장으로 옮기라고 하면서 사건이 커지게 됐다. 당시 일부 언론에서 해당 기사를 내보내면서 병원 장례식장의 횡포에서 비롯된 일이 마치 상조회사와 병원 간의 아귀다툼이 원인인 것으로 보도해 논란이 커지기도 했다.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은 외면하고, 편파적인 보도를 해 상조회사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보도한 것에 대해 해당 상조회사의 조합사인 상조보증공제조합에서 반박 보도자료를 통해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상보공 관계자는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르고자 할 경우 소비자가 가입한 상조회사의 상조서비스 이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으며, 이러한 경우를 대비해 상조회사에서는 사전 또는 상조서비스 이용 신청 시 소비자에게 충분한 안내를 함으로써 피해 최소화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한 소비자가 이미 장례식장을 선택한 이후 이를 인지할 경우 원활한 서비스 제공에 상당한 애로가 있는 것이 현실적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점에 대해서는 언론에서 보도하지 않은데 대해 자칫 상조회사 측의 일방적인 서비스 불이행으로 인해 소비자가 피해를 입은 것이라 오해할 수 있다”고 주의를 요구했다.

시설 사용료 지불했는데 제품도 무조건 구매해야 되나

장례식장 내 영업에 관한 것은 장사 등에 관한 법률로 규정해 영업행위에 대해 통제하고 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29조는 장례식장영업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조항이다. 그 중 4항은 장례식장 영업자의 금지행위에 대한 것으로 2호에장례용품의 구매 또는 사용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명시돼 있어 장례식장에서 자신들의 용품의 구매나 사용을 강요하는것은 법으로 금지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장례용품의 구매·사용 강요를 금지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일부 장례식장, 봉안시설 등에서는 유족에게 특정 장례용품의 구매·사용을 강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장례식장에서는 장례용품 사용은 강요하지 않는다고 반박하면서, 제단장식은 장례 용품에 포함되지 않으니 금지 조항에서 제외된다며 장례식장에서 제단장식을 정해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은 괜찮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과거 국민권익위원회는 장례식장 실태조사에서 장례식장 내 장례용품 등 강매행위를 부당행위로 보고 이를 금지하고 어기는 장례식장을 처벌하는 내용의 개선안을 마련하는 등 강매행위 근절을 위한 활동을 전개했다. 당시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된 장례식장 관련 민원 108건 중 물품 강매 등에 대한 민원이 상당수를 차지했으며, 유족들의 불만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고 밝힌바있다. 상조업계 한 장례지도사는 “일부 장례식장에서는 장례용품 사용은 강요하지 않는다고 반박하면서, 제단장식은 장례 용품에 포함되지 않으니 금지 조항에서 제외된다며 장례식장에서 제단장식을 정해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은 괜찮다는 입장을 보이며 장례식장에서 제공하는 제단장식이나 꽃 등의 구매를 강요한다”고 말했다.

장례식장에서는 시설 임대료를 받기 때문에 장례식장에서 제단 장식을 의무적으로 구입하거나 장례식장에서 제공하는 것만을 이용해야 한다고 강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보여진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장례식장에서는 제단을 만들어놓은 샘플이 있으나 제단 꽃장식을 해야 한다는 강제 규정은 법적으로 정해져있는 사항이 아니다”며 “이는 공급자 중심이 아닌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부분으로 예컨대, 소비자가 돈이 없을 경우 제단 장식을 생략하거나 축소하거나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선택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서는 사업자의 지배적 지위의 남용과 부당한 불공정거래행위 등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됐다고 말하고 있지만 장례식장의 이 같은 행위는 공정거래법의 취지에도 벗어나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장례식장 관계자는 이에 “장례용품인 수의와 관 등을 전시하고, 유족이 선택하도록 하고, 제단장식과 꽃 역시 카달로그를 만들어 샘플과 가격을 제시해놓고, 최종적으로는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하고 있으니 장례식장의 영업활동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장례식장에서 상조회사가 제공하는 제단장식이나 꽃을 장례식장 안으로 들이지 못하도록 막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복수의 상조업계 관계자들은 “상조회사의 제단 장식이나 꽃을 반입하는 것을 막는 가장 큰 이유는 장례식장 측의 수익 보전 때문이다”며 “현실적으로 소비자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다고 하더라도 제단장식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드니 이 부분의 수익을 장례식장에서 챙기고자 상조회사의 진입을 막는 것이다”고 말했다.

한 상조회사 장례지도사는 “많은 장례식장들이 상조회사와 장례용품 등에 있어 적절한 수익 분배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 부분은 엄연히 해서는 안되지만 장례식장에서 뭘 제공 할테니 상조회사는 뭘 양보하라는 식의 요구가 계속돼왔고, 지난 1월에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대명스테이션과 장례식장과의 갑질분쟁이 대표적 사례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장례식장 관계자는 “상조회사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아무래도 경쟁대상으로 인식하다보니 썩 좋은 기분이 들진 않는다”고 말했다.

장례식장·상조회사 이권 다툼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

장례 비용을 놓고 장례식장과 상조회사 사이의 밥그릇 싸움이 심해지다보니 시신인수 거부 같은 패륜적인 일마저 벌어지기도 했다. 한 장례식장 직원이 상조회사에 향과 초, 알코올, 솜 등 장례 물품 구입을 강요하면서 사건이 일어났다. 상조회사는 자신들의 물품을 쓰겠다고 하며 장례식장의 물품 구입을 거부하자, 장례식장은 고인을 인도해주 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장례식장에서 구입을 강요한 물품의 금액은 총 50만원.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 경황이 없는 유족은 50만원을 두고 승강이를 벌이는 상조회사와 장례식장의 다툼에 허탈해했다. 장례에 사용되는 꽃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경우도 있었다.

상조상품에 꽃이 포함돼 있어 장례식장 임대료와 식대만내면 되는 줄 알고 있었던 한 유족은 장례식장에 꽃값으로 80만원을 더 지불해야 했다. 장례식장이 외부 꽃 반입을 금지하며 벌어진 일이다. 이 유족은 “장례식장에 외부 꽃을 반입할 수 없다고 해상조회사로부터 꽃값으로 책정된 회비 20만원을 돌려받고, 병원에 따로 80만원을 냈다”며 “가입할 땐 추가 요금이 전혀 없다고 호언장담하던 상조회사와외부에서 꽃을 반입할 수 없다고 우기는 장례식장 모두 상식적으로 이해가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례식장의 이런 영업행위는 과거에 관, 수의, 유족 의복 등 장례 물품의 판매와 행사 진행을 장례식장에서 도맡아했던 것과 달리 상조회사의 시장 진입으로 인해 장례식장이 매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장례식장은 유족에게 관 덮개, 향·초 등 장례 용품과꽃 구입을 강매하게 됐고, 상조회사는 추가적인 비용을 유족에게 전가하는 악순환이 벌어졌던 것이다. 한 장례식장 관계자는 “상조회사가 우후죽순으로 많이 생겨 수익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며 “전문 장례식장도 많아져 장례식장 간의 경쟁도 치열해 매출에 심한 타격을 받아 어쩔 수 없이 밀어붙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보훈처의 산하기관인 보훈공단에서 운영하는 서울 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제단장식이나 꽃 등이 아닌 상조회사의 상품이용 자체를 거부한 사례도 있다. 한 상조회사 회원이 보훈병원에서 세상을 떠나 유족들은 고인의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을 이용하려 했으나 거부당하고 상조회사 장례지도사의 안내로 주변의 다른 병원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렀다. 또 다른회원은 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의 일방적인 방침에 당황해하며 상조상품 대신 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의 용품으로 장례를 치르고, 상조회사에는 환불을 요청했다. 상조회사에서는 환불요구에 100% 환급을 해줬다.

상조업계 한 관계자는 “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 처럼 자신들의 상품과 서비스만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불공정한 방식이다”며 “시장논리를 무시하고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으니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가유공자에 대한 현물지원, 국가유공자 사망대비일정비율 공실 유지 등 원활하고 엄숙한 장례서비스 제공을 위해 상조회사의 영업허용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조업계 한 관계자는 “잊을만하면 장례식장과 상조회사의 갈등에 관한 보도가 언론을 통해 나와 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현재 KS인증 장례식장 등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를 한다고 홍보해도 허울만 좋을뿐 사실상 현실적으로 크게 의미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양쪽의 갈등이 지속될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된다”며 “장례 관련 민원이나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주무부처 공무원이 이 사실을 모를 리가 만무한데 적절한 관리·감독이 따라주지 못해 매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