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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기 작가의 사진이 있는 이야기] 정겨운 먹거리 장터 종로 광장시장
 
한남기 사진작가, 동국대학교 평교원 교수   기사입력  2019/10/17 [13:29]

 

 

광장시장은 종로4가와 5가변에 위치하고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상설 시장이다. 조선 시대에는 국가에서 허가한 시장인 ‘시전’과 서소문 일대의 ‘칠패시장’, 동대문 일대의 ‘배오개시장’이 서울의 3대 시장이었다. 19세기말 개항이 되자 일본과 중국의 상인들이 서울의 상권을 장악하기 시작했고 청일전쟁 이후에는 일본 상인들이 서울의 시장을 지배했다.

 

이에 대응해 한국인들이 모여 1905년 광장주식회사를 설립하고 배오개 시장이 있던 자리에 광장주식회사가 운영하는 동대문시장을 열었는데 이것이 광장시장의 효시이다. 광장시장의 이름의 유래는 청계천 3가와 4가에 있었던 광교와 장교 다리 사이에 시장이 있었던 이유로 1960대 이후에 광장시장 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일제 강점기 시절에 동대문시장(광장시장)은 남대문시장과 함께 서울에서 가장 큰 시장이었다.

 

 

서울에는 재래시장이 많이 있지만 유독 먹거리 장터 대표 주자로 광장시장을 일순위로 꼽는 이유는 그 곳에 가면 사람 사는 냄새와 함께 수많은 음식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파로 가득한 이 곳은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늘 분주하다.

 

연중무휴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먹거리 장마당이 선다. 발걸음 옮기기가 쉽지 않은 분주한 시장 길 노점에는 가성비 좋은 먹거리가 차고 넘친다. 좁은 의자에 어깨를 맞대고 걸터앉아 소박한 음식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는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하다. 대한민국의 리얼한 참 모습을 몸소 체험해 보기 위해 광장시장을 찾은 외국인들도 마냥 신기해하며 아이들처럼 해맑은 웃음을 쏟아낸다. 살아서 꿈틀거리는 산낙지 한 접시를 앞에 두고 처음에는 주저하지만 이내 입에 넣고 착착 달라붙는 식감과 고소한 그 맛에 금방 매료되고 만다.

 

 

화재에 대비해서 일 년 365일 늘 소방차가 대기하고 있는 종로4가 사거리 쪽 광장시장 입구로 들어오면 재래시장 치고는 상당히 폭이 넓은 시장 길이 시작된다. 골목 초입에는 한복, 침구, 의류, 침구, 커튼집이 모여있고 이어서 식품점, 반찬가게, 생선가게를 지나 먹거리 장터가 시작된다. 좌측으로 유명한 육회 골목이 있고, 대구살과 내장이 수북히 담긴 냄비가 즐비한 대구탕집도 있다.

 

15가지 제철 나물에 25년을 숙성시킨 씨간장으로 맛을 낸 보리밥과 겨자 소스를 찍어먹는 그 이름도 재미있는 마약김밥, 돼지머리 고기와 순대가 즐비한 노점, 기름 냄새가 진동하는 빈대떡집, 각종 해산물을 안주로 내놓는 작은 횟집 등 먹거리의 향연이 낮과 밤 구별 없이 매일 펼쳐진다.

 

 

 

 

광장시장의 대표적인 먹거리 중 하나가 빈대떡이라 할 수 있다. 동서남북으로 시장을 잇는 가장 넓은 메인 도로가 교차하는 사거리를 기점으로 빈대떡집이 몰려있다. 유명세를 타고 시장 내에 몇 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집도 있다. 빈대떡과 고기완자가 대표 메뉴인데 집집마다 맛의 차이는 조금 있지만 빈대떡 한 장의 가격은 모두 4000원이다.

 

빈대떡은 녹두를 갈은 반죽에 돼지고기, 숙주, 고사리, 파 등을 넣고 기름에 부쳐내는 큼직한 전이다. 특히 이곳에서 제공하는 양파 간장에 찍어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광장시장 빈대떡 맛의 비결은 옛 방식 그대로 맷돌에 녹두를 갈아 두꺼운 철판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튀기듯 부쳐내는데 있다. 여기에 막걸리 한 사발이 더해지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광장 시장에는 특화된 골목이 하나 있는데 바로 육회집들이 모여 있는 육회골목이다. 골목 안 육회집중에는 유명세를 타서 웨이팅이 긴 집도 있지만 맛은 다 거기서 거기다. 윤기 나는 맛깔스런 빨간 육회 위에 달걀노른자를 올려 내놓는데 어디를 가도 소고기 뭇국을 함께 준다.

 

언제부터인가 인기 메뉴로 자리 매김한 육회 탕탕이를 찾는 사람이 많은데 육회에 낙지 탕탕이를 함께 섞어 내놓는 신메뉴 이다. 오래된 육회를 파는 노포에서는 육회 한 접시를 시키면 간 천엽은 서비스로 내놓았는데 이 곳 광장시장 육회 골목의 육회집들은 하나 같이 간 천엽을 육회와 같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육회와 달리 양념을 하지 않은 육사시미도 메뉴에 있는데 육사시미는 도축한지 하루가 안 된 생고기를 얇게 저며 먹는 술안주 이다.

 

이따금 집에서 육회를 하게 되면 이 곳의 육회와 달리 색상부터 다른데 그 이유는 집에서는 간장으로 육회를 무치는데 비하여 여기서는 레시피를 달리하여 육회를 소금을 베이스로 무치고 참기름으로 코팅하여 먹음직스런 윤기 나는 육회로 만들어 낸다.

 

즐비한 노점상들 중에 가장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는 곳은 바로 포차이다. 메뉴를 살펴보면 돼지 머리고기, 순대, 족발, 돼지 껍데기, 닭발, 어묵, 떡볶이, 만두, 잡채, 잔치국수, 김밥 등 많기도 하다. 가격 또한 저렴해서 서민들이 즐겨 찾는 단골집이 많은 곳이다.

 

그 외에 주당들에게 특히 인기 있는 노점으로 횟집이 있다. 상가에 위치한 큰 횟집도 있지만 역시 다닥다닥 붙어있는 노상의 작은 회마차가 힙한 장소이다. 메뉴도 단출해서 해산물 모듬안주 한 접시가 혼자 가면 1만원, 둘이 가면 2만원, 셋이 가면 3만원 이다. 광어, 숭어, 연어, 붕장어, 문어, 해삼, 멍게, 석화 등 푸짐한 안주거리 한 상이 차려 진다. 하루의 고단함을 맛있는 음식과 한 잔술로 털어 버리며 광장시장의 밤은 하얗게 밤을 밝힌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먹거리 장터로 맥을 이어온 광장시장의 먹거리 장터는 이제는 서민뿐만 아니라 세계인이 찾아오는 대한민국의 핫 플레이스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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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0/17 [13:29]  최종편집: ⓒ sangjo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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