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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기 작가의 사진이 있는 이야기] 가을 바다의 전령사 등푸른 생선, 은빛 전어
 
한남기 / 사진작가, 동국대학교 평교원 교수   기사입력  2019/10/17 [13:36]

 

전어는 청어과의 바닷물고기로 몸길이는 20~30cm이고 옆으로 납작하며 등은 검푸른 색, 배는 은백색이고 비늘에 짙은 갈색 무늬의 점줄이 있다. 눈은 지방질로 되어 있는 기름눈꺼풀이 덮고 있지만 동공 부분에는 홈이 있어 밖으로 드러나 있다. 몸은 비교적 큰 둥근 비늘로 덮여 있으며, 배 쪽 정중선을 따라 수십 개의 날카롭고 강한 모비늘이 나 있다.

 

전어는 수심 30m 이내의 연안에 주로 서식하는데 6∼9월에는 만 밖으로 나갔다가 가을이면 다시 만 안으로 들어온다. 남쪽에서 겨울을 나고, 4∼6월에 난류를 타고 북상하여 강 하구에서 알을 낳는다. 산란기는 3∼8월로 긴 편이며 작은 동물성, 식물성 플랑크톤과 바닥의 유기물을 개흙과 함께 먹고 산다.

 

전어는 처서를 지나 찬바람이 불면 맛이 좋아지는 가을철 대표 별미이다. 전어는 칭하는 말도 많은데 ‘봄 멸치 가을 전어’도 있고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도 있다. 특히 전어는 맛깔스런 구수한 굽는 냄새 때문에 집 나간 며느리도 다시 돌아온다는 말까지 있다. 9~10월이 되면 전어는 체내 지방이 추운 겨울을 대비해 최대 3배까지 높아진다. 가을마다 전 국민이 전어와 사랑에 빠지는 데는 전어 속 풍부한 영양가도 한 몫 한다.

 

 

전어에는 칼슘이 우유의 2배 이상 함유돼 있다. 또한 DHA를 비롯한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하여 혈액을 맑게 하고 성장기 어린이 두뇌 발달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남녀노소 온 가족이 즐기기에 좋은 제철 음식이다. 사실 전어는 요즘처럼 프라이팬에 굽는 것보다 숯불이나 연탄불에 구워야 그 고소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전어는 구이뿐만 아니라 뼈째로 썰어서 회로 먹거나, 무침 등으로 먹는다.

 

또한 젓갈을 담그기도 하는데 전어 새끼로 담근 것은 엽삭젓 이라고 하며 내장만을 모아 담근 것은 전어 속젓이라 한다. 내장 중에서도 위만을 모아 담은 것은 전어 밤젓 또는 돔배젓이라 하며 양이 많지 않아 귀한 젓갈에 속한다. 전어를 잡는 계절은 가을로 들어서는 10월이 성어기로 주로 이때 잡은 전어가 뼈도 연하고 맛도 가장 좋다. 그 이후에 잡은 전어는 뼈가 억세져 뼈가 많은 전어의 맛도 떨어진다.

 

 

예로부터 전어 잡이는 큰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습성을 이용하여 전어 떼를 발견하면 재빠르게 그물을 내리고 배를 방망이로 두들기거나 장대로 수면을 쳐서 위협하여 놀란 고기들이 그물코에 꽂히게 하여 잡거나 또는 그물로 고기떼가 지나가는 통로를 막아 고기떼를 가둘 수 있는 그물 쪽으로 유도하여 살아 있는 채로 잡기도 한다. 이렇게 지역에 따라 전어를 잡는 방법이 달랐다. 요즘에는 어군탐지기를 이용하여 전어 무리의 위치가 발견되면 전어 보다 빠른 배로 전어무리 둘레에 그물을 쳐서 전어를 잡는다.

 

전어는 야행성이다. 배는 새벽에 나간다. 작은 배에서 두어 명이 자망으로 잡는 건 ‘따닥발이 전어’, 큰 배에서 12~15명이 잡는 건 ‘이수구리 전어’라 한다. 따닥발이는 큰 그물로 잡아 털어내는 것이 아니라 작은 배에서 작은 그물로 잡은 다음 하나씩 손으로 떼어낸다. 따닥발이 전어가 신선한 데다 스트레스를 덜 받아 맛이 더 좋다.

 

 

자연산 전어는 ‘하루살이’로 불린다. 워낙 성질이 급해 오래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식 전어’도 많이 취급한다. 전어는 양식과 자연산을 구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꼬리를 보는 것이다. 깊은 바다에 사는 자연산은 꼬리가 노란빛이고 빗자루처럼 거칠고 양식장에 갇혀 사는 양식은 수면 가까운 곳에 지내기 때문에 태양빛을 많이 받아 꼬리가 검은색을 띠며 둥글게 잘 정리돼 있다.

 

대도시에서 파는 작은 전어는 대부분 양식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고수들은 전어를 수조에 넣기 전에 해수의 간을 본다. 너무 짜면 오래 못 살기 때문에 민물을 섞는다. 그래도 자연산은 이틀을 못 버틴다. 그렇기 때문에 회를 파는 식당에서는 양식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전어는 평균적으로 1년이면 11㎝ 전후, 2년이면 16㎝, 3년이면 18㎝, 6년이면 22㎝ 전후의 크기로 자란다. 드물게 30㎝까지 자라기도 한다. 20㎝가 넘는 큰 전어는 살이 두툼해서 떡전어 라고 부르며 2년 전후 15㎝짜리 전어가 가장 인기가 많다.

 

가을이 되면 전국 곳곳에서 전어 축제가 많이 열린다. 대표적인 것이 '서천 홍원항 자연산 전어 꽃게 축제'가 있다. 서해에서 갓 잡은 싱싱한 전어를 회, 구이, 무침 요리로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이 밖에 득량만 율포 솔밭해변에서는 보성전어축제가 열리고 섬진강 망덕포구에는 광양전어축제가 있고 강진 마량미항 찰전어축제도 있다.

 

전어 요리는 뭐니 뭐니 해도 추운 겨울을 나기위해 지방이 가득 오른 고소한 전어회가 으뜸이다. 전어회는 일반적으로 뼈째로 써는 가로 썰기로 많이 먹는데 뼈를 발라내고 세로로 길게 써는 세로 썰기가 전어회를 즐기는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올해는 전어 어획량이 크게 줄어 전어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그래도 가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전어 한 점이 주는 소소한 즐거움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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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0/17 [13:36]  최종편집: ⓒ sangjo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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