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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별] 영화 ‘어린 의뢰인’
사람이 희망임을 보여주는 휴먼 코미디
 
이정석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9/10/24 [09:41]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고도 번번이 로펌 면접에 떨어지며 누나 집에 얹혀 살고 있는 정엽. 누나의 압박에 지역 아동복지기관에서 근무하게 된 그는 계모에게 학대 받는 어린 소녀 다빈을 만나게 된다. 다빈과 동생, 두 남매는 이를 계기로 매일같이 정엽을 찾아오지만, 정엽은 그런 아이들이 부담스럽고 귀찮기만 하다. 다른 사람에게는 관심도 없고 성공만을 목표로 살아왔던 정엽. 그러나 어렸을 때 엄마를 잃었다는 공동의 상처를 갖고 있는 그들을 마냥 외면하기만은 힘들다. 엄마의 얼굴도,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느낌도 기억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어렴풋한 자신의 추억을 들려주고, 햄버거를 사주거나 동물원에도 같이 가며 어느새 아이들의 버팀목이 되어간다.

 

하지만 지인의 소개로 대형 로펌에 취업하게 된 정엽은 결국 아이들을 두고 서울로 떠나게 된다. 아이들은 언젠가 돌아와 같이 햄버거를 먹자는 정엽의 빈말만을 믿고 그를 기다리지만, 그는 새로운 생활에 만족하며 적응해간다. 그러던 어느 날, 변호사로서의 성공을 꿈꾸는 행복한 삶에 젖어있던 정엽에게 다빈이 동생을 죽인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는데…….

 

올해 5월 개봉한 영화 어린 의뢰인의 줄거리다. 2003선생 김봉두로 뛰어난 흥행 성적과 함께 대종상 각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장규성 감독의 작품으로, ‘응답하라 1988’ 이후 영화계에서 입지를 굳혀가며 이제 주연급으로 성장한 이동휘가 원톱 주연을 맡았다. 장규성 감독은 그 동안 코미디 장르의 작품들을 주로 연출하면서도 그 안에서 꾸준히 사회적인 문제들에 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코미디가 아닌, 웃음기를 쏙 빼고 사람과 문제 자체에 집중하는 드라마 장르의 영화로 돌아왔다.

 

어린 의뢰인은 부모로부터 자행되는 아동학대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한편으로는 아이러니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시의 적절하게 가정의 달 5월에 개봉해 우리의 가정과 사회에서 생각해야 할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특히 이 영화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칠곡 계모 살인사건을 모티프로 만들어졌다. 자매를 학대하던 계모가 결국 모진 폭행으로 동생이 죽자 이를 언니에게 뒤집어 씌우고, 자매의 친아버지는 이를 방관해 전 국민적인 공분을 산 사건이다. 특히 이러한 범죄 발생 상황뿐만 아니라 잔혹한 학대 행위들이 언론 등을 통해 보도되면서 충격을 더했다. 영화에서는 학대의 수준을 다소 완화하고 자매를 남매로 설정해 실제 사건보다는 덜 자극적으로 다루고 있다.

 

또 한 가지 실화와의 차이점은 가상의 인물인 주인공 정엽의 존재다.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우연한 계기로 아이들에게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주고, 결국 진실을 밝히며 다빈의 누명을 풀어주는 정엽은 영화의 시선을 이끄는 주인공이자 고군분투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히어로에 가까운 모습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의 존재는 단순히 히어로로서의 역할로 끝나지 않는다. 그의 진정한 역할은 바로 거울이다.

 

너와 나가 아닌 우리

 

장규성 감독은 선생 김봉두의 교육 문제부터 이장과 군수에서 다룬 열악한 농촌의 현실과 사회적 계급 문제까지 웃음 속에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그의 영화들을 살펴보면 어쩌면 사회적 문제의식이 중심에 있으며, 이를 우리가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를 찾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코미디 장르로 연결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의 영화는 어떻게 보면 전형적이다. 나쁘거나 혹은 미숙한 등장인물이 있고, 그들은 주변 사람들과 갈등을 겪거나 부대끼며 서서히 한 단계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한다. 포인트는 등장인물이 겪는 내외적 갈등은 감독이 제기하는 사회적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며 성장하는 과정은 타인과의 이해와 교류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이다. 영화 속에서 나타나는 웃음은 인간을 통해 문제를 발견하고 풀어나가려는 감독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며, 이는 다소 전형적이고 유치하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그만의 휴먼 코미디를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어린 의뢰인 역시 소재와 사안의 심각함 때문인지 코미디적 요소는 최소화하지만, 이러한 문제의 발견과 해결 과정은 여전하다. 나밖에 모르고 사회적, 경제적 성공에만 목마른 주인공은 아동 학대라는 사회적 문제를 맞닥뜨린 상황에서 늘 하던 대로 외면하려고 한다. 하지만 점차 그런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고 결국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힌트를 상징하는 인물로 성장한다.

 

이 영화의 핵심이 되는 사회적 문제는 작게 보면 아동 학대다. 그러나 크게 보면 학대 받는 아동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법과 제도, 그리고 이들을 외면하는 사회의 구성원들이다. 큰 관점에서의 문제는 그 자체로 핵심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열쇠가 된다. , 현재의 미비한 법 제도를 개선하고, 주변의 문제를 이 아닌 우리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해답이라고 영화는 말한다.

 

그렇다면 감독은 그 중에서도 특히 어디에 무게를 두고 있을까. 그것은 사람이다. 감독은 이 문제에 공감하십니까. 그렇다면 주변을, 그리고 자신을 한 번 둘러보세요. 그리고 이 영화의 주인공처럼 변화해보세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변화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합니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학대 받는 아이를 발견하고도 수사권이 없어 경찰에 넘길 수밖에 없는 복지기관, 아이를 어떻게 돌보는지는 결국 가정의 문제이며 친권을 침해할 수는 없다는 경찰. 이런 부조리한 사회 속에서 더욱 안타까운 것은 아이를 상처를 발견한 선생님도, 아이의 울부짖는 소리를 들은 아래층 가족이나 배달원도 자신의 생활이 더 중요해서, 남의 일이라는 이유로 외면하는 현실이다.

 

그나마 직업 특성상 아이들과 관계를 맺은 정엽 역시 처음에는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외면한 사이 아이들에게 닥친 불행에 죄책감을 느낀 그는 결국 변화하기 시작하고, 정엽의 변화는 다른 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사실 이 작품은 영화적 퀄리티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끊임없이 새로운 영화를 통해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던지는 감독의 뚝심과 신념에 박수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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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0/24 [09:41]  최종편집: ⓒ sangjo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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