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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별] 복수가 아닌, 당당한 삶을 위한 성장기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이정석 객원기자   기사입력  2020/05/06 [10:14]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고등학생 박새로이는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오게 된다. 전학 첫날 새로이는 한 학생이 교실 한 가운데에서 다른 급우를 괴롭히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그러나 아무도 그런 그를 제지하지 못하고, 새로이의 옆자리에 앉은 오수아는 그가 국내 최대의 요식업 기업 장가의 장남 장근원이며 그가 곧 이 학교의 법이라고 알려준다. 하지만 오수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새로이는 장근원을 제지하기 위해 나서다 폭력을 쓰게 되고, 교장실로 호출된다. 장근원의 아버지이자 장가의 회장 장대희, 그리고 그의 부하 직원이자 새로이의 아버지 박 부장이 학교에서 만나게 되고, 장대희는 새로이에게 무릎을 꿇으면 선처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새로이는 폭력은 잘못됐지만 장근원에게 자신이 무릎을 꿇을 수는 없다며 버티고, 결국 새로이는 퇴학을, 박부장은 회사를 퇴사하게 된다. 아버지 박부장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무릎을 꿇지 않은 아들을 나무라기는커녕 자랑스러워하고, 이후 부자는 함께 식당을 차리며 새로운 인생을 준비한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장근원의 뺑소니로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두 집안에는 새로운 악연이 시작된다. 장대희는 장근원을 대신해 다른 사람을 감옥에 보내며 사건을 은폐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새로이는 병원에 찾아가 장근원을 죽이려 하나 오수아와 경찰의 제지로 실패하고 살인미수로 감옥에 가게 된다. 출소 후 할로윈데이의 이태원에서 오수아를 만난 새로이는 다양성과 자유로움이 공존하는 이태원의 모습에 반해 이곳에서 자신의 식당을 열겠다는 꿈을 갖게 된다.

 

JTBC에서 방영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줄거리다. 이 작품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다음 웹툰에 연재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특히 원작자인 광진이 드라마의 극본을 맡아 화제를 모으며, 마지막회 시청률이 16%에 이르는 등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이 드라마는 새로이라는 바른 생각을 가진 소년이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이라는 인생을 뒤바꾸는 사건을 겪은 이후로 자신의 가족과 대척점에 선 장가라는 기업과 그 오너 일가에 복수를 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힘없는 청소년이자 소시민에 불과한 새로이에게 계속해서 굴복할 것을 종용하는 장대희와 장근원 앞에서 옳은 것을 향한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한걸음씩 그들에 대항하기 위해 성장해가는 새로이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공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웹툰과 드라마에 지지를 보냈다.

 


힘의 원리를 넘어 정의에 대한 신념으로 이룬 복수

 

새로이의 복수는 단순히 자신과 아버지가 겪은 수난을 앙갚음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약육강식, 힘의 논리로 강자가 약자를 핍박하고 강자라는 이름으로 불의가 아무렇지 않게 판치는 세상에 맞서며 자신의 올바른 성공을 통해 정의, 자신이 생각하는 신념이 결국 옳은 것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새로이는 어떤 유혹과 압박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성장시켜 간다. 복수를 빌미로 단 한 번도 이른바 흑화하지 않는다. 처음 학교에서 폭력 사건이 일어난 후 장대희와 장근원 앞에서 무릎 꿇기를 거부한 것을 시작으로, 감옥에서도 방장을 중심으로 하는 힘의 원리에 폭력을 당하면서도 결코 무릎을 꿇지 않는다. 후에 새로이의 오른팔이 되는 최승권이 감옥에서 희망 없는 전과자에게 노력이 무슨 의미가 있느나며 자극하는 장면은 전과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제약을 드러내지만, 그런 세상의 시선에도 꿋꿋이 자신의 길을 고집하는 새로이의 굳건함을 보여준다. 감옥을 나와서도 7년의 시간이 흘러 겨우 마련한 포차가 미성년자 출입으로 영업정지를 받은 순간에도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보다 법을 존중하고 오히려 억울해하는 최승권에게 정말 우리의 잘못은 없는지 되묻는다. 이때 나타난 장근원이 영업정지 처분을 철회시켜줄 수 있다며 새로이를 농락하지만 오히려 장근원에게 협조하려는 경찰에 분노하고, 세상과 타협하는 대신 영업정지 기간 동안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겠다고 다짐한다.

 

새로이의 신념에서 가장 큰 부분은 정의와 사람이다. 내 편이 되어준 사람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는 그들로 하여금 최선의 노력을 다하게 하고, 그 힘이 모여 새로이의 꿈을 함께 이뤄나간다. 반면 그와 대척점에 서 있는 장가의 방식은 1인자로서 누구에게도 질 수 없으며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하고, 이러한 모든 가치의 방향과 결정은 그 자체로 장가를 상징하는 장대희 회장을 중심으로 한다. 오너 장대희의 결정이 곧 법이며, 힘으로 찍어 누르는 장대희의 법칙 앞에 장가의 사람들 또한 사람이 아닌 수단에 불과해진다.

 

이 드라마의 결말은 진실이 밝혀진 후 감옥에 들어갔다 출소한 장근원의 폭주로 장가가 붕괴되며 결국 새로이에게 인수되는 것으로 끝난다. 장근원은 새로이가 자신의 인생을 망쳤다며 그를 죽이려 하고, 그 과정에서 동생이자 자신을 대신해 후계자로 지목된 장근수, 새로이의 연인이자 그의 성공을 견인한 일등공신 조이서까지 납치하게 된다. 그러나 새로이와 주변 인물들의 노력으로 장근원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이 사건을 계기로 장가의 비자금 조성, 횡령 비리 등이 수면에 떠오르며 장가는 자멸한다. 사실상 새로이의 복수는 새로이 그 자신의 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옳음의 길이 성공하고 그름의 길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사필귀정에 가깝다.

 

사실 원작 웹툰은 새로이가 어떤 방식을 거쳐 외형적 성장을 완성해 가는지 그 과정을 자세히 다루지 않는다. 조이서를 만나 가능성을 보이기는 하지만 그 외의 설명 없이 몇 년 후 새로이의 I.C가 국내 2인자로 올라서는 식이다. 드라마는 이 공백에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몇 가지 설정을 가미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는 결국 그럴싸하고 논리적인 스토리, 설정보다 새로이가 보여주는 옳은 길, 그리고 그에 대한 신념이 독자와 시청자를 공감시킨 가장 큰 힘이자 명분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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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5/06 [10:14]  최종편집: ⓒ sangjo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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