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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엽칼럼] 가해자 처벌 불원 밝혔다면 이후 번복해도 효력 없어
 
전상엽 변호사   기사입력  2020/08/31 [09:18]

 

 

우리 형법은 개인적 법익에 관한 죄, 사회적 법익에 관한 죄, 국가적 법익에 관한 죄로 크게 나뉜다. 개인적 법익에 관한 죄는 개인의 신체, 재산, 정조, 명예 등을 침해한 행위에 대해 규정하고 있어, 피해자가 고소를 하지 않거나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는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에 죄를 묻지 않거나 양형에서 상당히 고려할 수 밖에 없다.

 

고소를 하지 않거나 고소를 취하하면 처벌이 되지 않는 범죄를 친고죄라 하고,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이 되지 않는 범죄를 반의사불벌죄라 한다.

 

친고죄의 대표적인 범죄가 모욕죄이고, 반의사불벌죄의 대표적인 범죄가 협박, 폭행, 명예훼손죄이다. 성범죄의 경우, 예전에는 친고죄였으나, 현재는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의 고소취하, 처벌불원의사는 양형에 참작은 될망정 처벌에서 배제되지는 아니한다.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는 고소취하나 처벌불원의사를 명시하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고, 공소가 제기된 경우(재판에 회부되었다고 생각하면 된다.)에는 공소기각판결을 하는데, 실제로 범죄를 저질렀는지를 판단하지 않고, 형식적인 판단을 함을 의미한다.

 

그런데 계속해서 문제가 되었던 것이 처벌불원의사를 밝혔다가 이를 철회한 경우, 기존의 처벌불원의사를 유효하다고 볼 것인지를 다투는 내용이었다.

 

이와 관련, 최근 헌법재판소는 폭행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가 이를 번복해도 효력이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2019헌마1120).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갑은 을의 폭행에 대항해 을을 폭행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고 을도 갑에게 폭행 및 상해를 가하였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았다.

 

을은 갑의 폭행에 대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수사기관에 표시하였는데, 갑이 자신의 혐의에 대해 거짓말을 하였다는 이유로 처벌불원의사를 철회하였고, 검사는 갑에게 기소유예처분(죄는 있으나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처분)을 내렸다.

 

이에 갑은 기소유예처분이 위헌이라면서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피해자의 처벌불원의사가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되었다고 평가되는 경우라면, 이를 철회하고 처벌을 원하는 의사를 표시할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갑의 헌법소원을 인용하여 기소유예처분이 위헌이라고 결정하였다.

 

이로서 반의사불벌죄에서 처벌불원의사의 철회는 유효하지 아니함을 명확히 하였다. 이는 친고죄에서도 동일하게 판단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처벌불원의사의 표시시 의사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조금 달리볼 필요가 있다. 위의 사안에서는 처벌불원의사를 철회한 이유가 상대방의 거짓말에 있고, 거짓말이 처벌불원의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기 때문에 최초의 처벌의사가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만일 처벌불원의사의 표시시에 의사가 완전히 제압당한 상태에서 의사표시를 하였거나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처벌불원의사가 담긴 서류가 작성되었다든지의 이유가 있다면 아예 처벌불원의사의 의사표시가 무효가 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처벌불원의사가 없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합의과정에 약속한 금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정도만으로는 처벌불원의사를 무효로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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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8/31 [09:18]  최종편집: ⓒ sangjo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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