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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피해보상의 사각지대 ‘선수금 누락 예치’
 
김성태 기자   기사입력  2020/11/17 [11:34]

 


상조산업은 지난해 설립 자본금 증자를 통한 구조조정을 거쳐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할부거래법 개정 이전 300여 곳이 난립하던 업체 수는 오늘날 79곳으로 감소했고, 대형업체를 중심으로 선수금 규모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6조원 대 시장으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성장세에도 아직까지 국민 인식은 긍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소비자 피해 탓이다.

 

과거에는 영세·부실업체의 도산이나 M&A로 인한 소규모 피해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으나 구조조정이 거의 마무리된 현시점에서 특히 논란이 되는 부분은 선수금을 고의적으로 누락시킨데 따른 소비자 피해다.

 

이 경우, 소비자는 매월 업체에 선수금을 납부하고 있으면서도 전산 상에는 아무런 기록이 없는 탓에 상조회원으로서 누려야 할 모든 법적인 보호 장치에서 배제되고 있다.

 

기존 소비자 피해의 경우 할부거래법에 명시된 50%의 선수금을 돌려받는 것은 물론, 피해 소비자가 원하는 경우 현물보상까지 신청 가능해 실질적인 피해는 제로에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양 상조공제조합의 경우 폐업 업체 소재 지자체 협력 등으로 더욱 신속한 보상활동이 가능해져 이에 대한 여론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선수금이 누락된 폐업 소비자의 경우 50%의 피해보상금을 신청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며, 폐업사실에 대한 안내 또한 받지 못한 탓에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선수금 누락예치는 지난 2017년 클럽리치와 2019년 천궁실버라이프 등의 폐업으로 인해 세간에 그 수법이 알려졌다.

 

클럽리치의 경우 선불식 할부거래업을 등록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조영업을 하며 선수금을 예치하지 않았고, 천궁실버라이프는 여행상품에 가입한 구좌를 자회사인 씨지투어로 분리하는 방식으로 선수금 예치의무를 피해갔다. 때문에 장례상품으로 가입한 회원의 경우 공제조합으로부터 피해보상금 등을 신청할 수 있었으나, 여행상품에 가입됐던 약 8만 여명은 아직까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상조시장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혼란기에 맞물려 횡행하기 시작한 후불제 의전업체들 사이에서도 불법적인 상조영업으로 인한 선수금 누락예치 사례가 적발되면서 이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러한 불법업체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초래되고 산업의 이미지가 훼손되는 동안 줄곧 경미한 조치로 문제를 키워왔던 공정위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불법업체의 선수금 누락예치 행위를 적발한 경우 대개 금지행위의 시정명령·과태료 수준의 경미한 제재를 내렸을 뿐, 근본적인 불법 행위 차단에는 소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할부거래법 시행령에 따르면 과태료는 위반행위가 사소한 부주의나 오류로 인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거나 해소한 경우, 그 밖에 위반행위의 정도, 동기와 결과 등을 고려하는 경우 등 다소 경미한 법 위반 행위 시 1100만원부터 35000만원까지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과징금의 경우 소비자 등에게 영향을 크게 미치는 경우, 부당이득이 발생한 경우, 거래의 공정성을 크게 해치는 경우로 더욱 높은 단계의 부과 기준을 두고 있으나 선수금 누락예치한 업체 중 이런 제재를 받은 사례는 최근 2년간 존재하지 않았다.

 

이는 선수금 누락예치 업체들의 전조 징후로 볼 수 있는 정보공개 자료의 거짓 제출이나 해약환급금 지연, 또는 과소지급등에 대한 단편적인 조치만이 내려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늑장대응과 단순한 행정 처분들은 지난 4월 선수금 누락을 넘어 약 2년 여간 예치된 선수금까지 무단으로 인출해간 아산상조 사태를 막지 못한 결정적 이유로써 질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편, 공정위의 허술한 행정은 애꿎은 정상업체까지 불법업체로 만들기도 한다. 지난해 공정위로부터 선수금을 제대로 예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사관 전결 경고 조치를 받았던 보람상조, 위드라이프그룹은 고의 누락이 아닌 공제조합 측의 전산 오류가 원인으로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조치를 강행해 논란이 됐다.

 

뒤늦게 공정위는 보람상조에 대한 경고처분을 취소했지만, 또 다시 동일한 오류를 겪은 보람상조의 계열사에 심사관 전결 경고조치를 내리는 등 허술한 조치와 무관심으로 물의가 됐다.

 

공정위 예치기관 협력 통해 법 위반 행위 신속 대응할 것

 

공정위의 미온적인 조치가 일부 업체의 불법행위를 방관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공정위는 지난 8월 이승혜 신임 할부거래과장을 임명, 불법업체 제재에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월에는 그간 선불식 할부거래업체가 아닌 이유로 각종 조사에서 배제됐던 후불제 업체의(착한상조 이든라이프) 상조영업에 따른 선수금 미예치 등에 대한 시정명령이 내려졌고, 지난 5일에는 반복적으로 해약환급금을 과소 지급한 우리관광에 2010년 할부거래법 개정 이후 처음으로 15일간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그동안 불법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징금·과태료 처분 이후 2, 3차의 위반에도 영업정지까지 부과한 사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우리관광에 대한 제재가 갖는 의미는 크나 지금까지의 솜방망이 처분이 새삼 두드러지는 대목이다.

이승혜 공정위 할부거래과장은 그동안의 공정위 (법 위반행위)조사가 부족했다고 느낄 수 있으나 해마다 직권조사를 통해 (선수금 누락예치 등) 이를 점검하는 것과 더불어 앞으로 예치기관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시스템적 부분을 보완함으로써 법 위반 행위에 대해 더욱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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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1/17 [11:34]  최종편집: ⓒ sangjo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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