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도 경에 출판업계는 이른바, ‘표지갈이’로 시끄러웠다. 표지갈이는 실제 저작자가 저작자로서 기재되어 있는 책을 다시 출판하면서 내용은 그대로 두면서 표지에 실제 저작자 이외의 자들을 저작자로 기재하는 것을 일반적으로 의미한다. 대부분의 경우 출판사에서 실제 저작자가 아닌 자들을 저작자로 기재해 줄 것을 요청해 기재된다.

당시, 이에 대해 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하여 실명ㆍ이명을 표시하여 저작물을 공표한 자’ 규정에 위반한 것으로 보아 처벌을 받았다. 다만, 실제 저작자의 최초 출판물에 대해 내용 및 저작자는 그대로 두면서 표지만 바꾸는 등의 행위는 처벌대상이 되지는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법 대신 도덕적인 문제만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실제 저작자가 아닌 자 뿐만 아니라 실제 저작자도 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를 위반한 것으로 보아 처벌하는 원심판결을 확정하였다(2018도144).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갑이 자신이 쓴 전공서적을 출간하면서 출판사가 을을 공저자로 추가하고자 하여 갑과 을이 이에 동의하였다. 원심에서 을은 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에 해당하며, 갑은 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 위반의 공범으로 보고 벌금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법원은 갑에 대해서도 벌금을 선고한 원심이 타당하다고 하였다.

대법원은 ‘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는 자신의 의사에 반해 타인의 저작물에 저작자로 표시된 저작자 아닌 자의 인격적 권리나 자신의 의사에 반해 자신의 저작물에 저작자 아닌 자가 저작자로 표시된 데 따른 실제 저작자의 인격적 권리뿐만 아니라 저작자 명의에 관한 사회 일반의 신뢰도 보호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판시하면서 ‘그러한 공표에 저작자 아닌 자와 실제 저작자의 동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

원심 재판 중에 피고인들은 원저작자의 동의가 있다면 이는 저작권법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였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재판부는 ‘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는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해 실명·이명을 표시해 저작물을 공표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을 뿐, 원저작자의 동의없음을 그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다’면서 원저자의 동의가 있었더라도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라고 판시하였다.

즉, 실제 저작자의 동의가 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를 구성함에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명확히 하였다. 특히 본 사안의 2심 재판부는 ‘원저작자이지만 여러 서적의 발행에 허위의 공저자를 등재하도록 허락해 줌으로써 범행 가담 정도가 가볍지 않다’며 원심 판단을 유지했는데, 이는 실제 저작자가 아무런 생각없이 출판사의 요청을 받아들여 실제 저작자가 아닌 자를 저작자로 기재하는 것에 동의하는 관행이 잘못이 있음을 명확히한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저작권법의 취지가 단순히 실제 저작권자의 권리 만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일반의 신뢰도 보호하는 것임을 명확하게 밝혔다. 실제로 아무런 법위반 인식 없이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일들이 위법한 행위가 되는 경우가 많다. 사회가 점점 합리적으로 변하면서 이러한 관행에 대해 계속해서 처벌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본 사안도 이러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로 보아야 할 것이고, 현재까지는 벌금형을 선고하였으나, 향후 처벌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