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안 제정 후 실제 건립까지 숙제는 많아

지난해 8월 임실군에 첫 공설동물장묘시설이 문을 연 가운데, 올해 각 지자체에서 공설동물장묘 시설 건립을 위한 조례를 잇따라 마련하면서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2000만을 육박하는 현 상황에서 이러한 공설동물장묘시설 건립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높아지는 니즈에 비해 시설이 부족한 반면, 불법업체가 난립하는 등 인프라가 미비했다는 지적이 따랐다. 이에 부산시, 제주시, 성남시 등에서는 임실군에 이어 공설동물장묘시설 건립을 위한 초석을 다져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크게 증가하는 가운데 부산시에서는 그간 인프라가 없었던 공설 동물장묘시설 건립을 위한 근거 규정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부산시의회 손용구 의원이 지난 16일 대표 발의한 ‘부산광역시 공설 동물장묘시설 설치 및 운영 조례’ 제정안이 상임위를 통과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지자체장이 반려동물을 위한 공설 장묘시설을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통계청이 실시한 지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부산 전체 가구의 13%에 해당하는 18만 4000여 가구가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시를 포함한 우리나라 전체 인구로는 2000만에 육박한다.

현재 부산시내 동물장묘업체는 기장군에 위치한 3개 업체가 전부다. 인근 김해, 양산에 6개 업체가 추가로 운영 중이다. 손용구 의원은 “동물 장례 수요에 비해 등록 업체 수가 많지 않다. 접근성, 비용 등의 이유로 동물 사체를 임의로 매장하거나 불법업체 이용에 따른 유골 섞임 등의 피해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 의원은 “반려동물의 사후관리도 동물복지의 일환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면서 “반려동물 보호자 피해 방지를 위한 공설 동물장묘시설의 설치·운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조례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수 년간 반려동물 장묘시설 건립에 힘을 쏟았던 제주시의 경우 지난 1월 24일 최종적으로 첫 시설 부지를 확정지었다.

제주시는 도 반려동물 복지문화센터를 제주시 애월읍 어음2리 소재 부지에 설치한다고 밝혔다. 어음2리 마을회는 지난해 3월 반려동물 복지문화센터 유치를 신청하고 사업설명회와 선진시설 견학 등을 거쳐 23일 마을총회에서 사업을 최종 승인하기로 했다.

제주시가 지난 2019년 2월 사업 부지를 공모한 이후 지역주민 반대, 코로나19 발생에 따른 사업 예산 부족 등으로 줄곧 추진이 무산됐으나 이번 후보지 결정에 따라 사업에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제주시는 총 90억원을 들여 제 2동물보호센터, 공설 동물장묘시설 등 2개 시설을 통합·신축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제주도동물위생시험소 동물보호센터의 유기동물 과포화 상태로 인한 안락사 등 관리 문제를 해결하고, 도내 장묘시설 건립으로 도민 불편 등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부지 매입과 국비 확보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한인수 도 농축산식품국장은 “반려동물 복지문화센터 조성사업 추진으로 유기동물의 적정한 관리 등 동물복지를 실현하고 도민불편 해소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인구 치솟지만 인프라는 부족, ‘주민반대’도 숙제

부산시와 더불어 성남시 역시 공설동물장묘 시설 건립을 위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성남시에는 인구 5명당 1마리 정도의 반려동물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설업체 몇 곳이 운영되고 있는 부산시와 달리 성남시에는 현재 반려동물을 위한 장묘시설은 단 한 곳도 없었던 상태다. 

때문에 반려동물에 문제가 생겼을 때 원정화장을 하거나 땅에 몰래 묻거나 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어왔다.

반려동물 장묘시설이 없다 보니 몰래 땅에 묻거나 100여 만원 이상을 들여 광주시 등에서 원정화장을 하고, 20만~30만원을 주고 동물병원에 처리를 맡기는 실정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조례안을 대표발의한 김선임 의원은 “사람과 감정적 교류를 나누는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동물복지까지 거론되고 있는데 동물사체에 대한 적정한 처리를 위한 시설은 부족하다”며 “성남시 공설 동물장묘시설 설치를 위한 근거 마련을 위해 개정안을 내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조례안과 더불어 성남시는 꾸준히 반려동물 친화 정책을 도입하고 있고 최근 수정구 수정커뮤니티센터에 반려동물 돌봄센터도 문을 여는 등 탄력적으로 반려동물 인구를 위한 정책을 수립해나갈 예정이다.

다만 성남시는 물론, 부산시도 마찬가지로 장묘시설의 특성상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앞으로의 추진에 있어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또한 조례안에서는 시설 건립까지 전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제정 이후 실제 건립이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성남시는 지난 2016년 동물장묘시설 설치가 추진됐지만 해당 지역민들이 반대하면서 무산되기도 했다.

김선임 의원은 이에 대해 “지금은 시민들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대부분 절실히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공론화가 필요하다”며 “동물장묘시설은 크지도 않고 환경부 기준도 엄격한 만큼 대상지를 물색해 지역민들과 진지한 소통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