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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별/ 가장 첨예한 경쟁의 시기, 그들은 하나가 되었다
영화 모가디슈
 
이정석 객원기자   기사입력  2022/05/16 [14:41]

 

1991년, 남한과 북한이 UN 가입을 위해 전통적인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진영 외 제3지대에서 동맹국 확보에 열을 올리던 시절. 소말리아 역시 남북한이 외교 전쟁을 치르던 아프리카의 한 국가 중 하나였다. 남한을 대표하는 한신성 대사와 국정원에서 파견된 강대진 참사관 등 한국 대사관은 88 서울올림픽 영상을 비롯해 각종 선물과 국가간 교육 지원, 협업 등을 시도하지만, 번번히 림용수 대사로 대표되는 북한 대사관에 막히곤 한다.

 

외교부 장관과의 관계 구축부터 언론플레이까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하고 부딪치던 남북한은 어느 날 공동의 위기에 놓이게 된다. 독재정권에 반발한 반군 세력이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소말리아 내전이 시작된 것. 거리는 정부군과 반군의 끊임없는 싸움으로 시체가 널리고, 반군은 정부와 협력을 꾀하던 외국 대사관들까지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 중에서도 북한 대사관은 반군들의 약탈에 모든 것을 잃고 거리로 내몰리고, 당뇨병 환자로 인슐린 없이는 버틸 수 없던 림용수 대사는 인슐린도 잃어버린채, 다른 대사관 식구들은 끼니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살 길을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 대한민국 대사관까지 오게 된 그들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도움을 요청하고, 대한민국 대사관은 이들을 회유해 귀순시킬 의도로 대사관의 문을 연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모가디슈’의 줄거리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흥행 감독 류승완이 메가폰을 잡고, 김윤석, 조인성에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 구교환 등이 주요 배역을 맡은 이 영화는 역사적 배경의 실화를 바탕으로 현지 로케로 진행된 류승완 감독 특유의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전투씬 등을 앞세우며 하나의 블록버스터 장르로 완성됐다. 코로나 시국에도 불구하고 36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도 성공한 이 영화는 특히 실화 베이스의 영화라는 것만으로도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끌며 화제를 모았다.

 

이 영화는 한창 남북한 간의 외교 경쟁이 치열하던 UN 가입 직전 시기를 다루고 있다. 지금은 사실상 경제력이나 외교력면에서 고립된 북한고 대한민국 간 차이가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벌어져 있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UN 가입을 통해 국가로서의 정당성을 대외적으로 인정 받으려던 남북한의 외교 노력이 절정에 달해 있던 때였다. 특히 한 표라도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기 위해 국가적 지원이 필요한 아프리카 등을 상대로 남북한은 필사적인 노력을 벌였다.

 

한국전쟁 이후 휴전 상황인 남북한 사이에서 이 외교전은 사실상 또 하나의 전쟁이나 마찬가지였고, 각국에서 경쟁하던 외교관들의 경쟁심과 상대에 대한 반감은 극에 달해 있는 상태였다. 영화 모가디슈는 이러한 상황에서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서 의도치 않게 한 배를 타게 된 남북한의 소말리아 외교관들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다룬다.

 

 

사상을 넘어선 동포애와 인간애

 

내전으로 통신도 끊기고 모국과 연락할 방도조차 없는 상황. 식량 등 자원은 제한적이고 탈출을 위한 길은 멀기만 하다. 그런 상황에 주적인 북한 사람들, 그것도 바로 엊그제까지 서로를 비난하고 헐뜯으며 경쟁하던 외교관과 그 식구들을 대사관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자칫 그들을 뒤쫒던 반군들에 의해 다시 표적이 될 수 있고,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모르는 상태에서 자원을 나눠야할 군식구가 생기는 것은 커다란 리스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대사관 식구들은 북한 외교관들을 귀화시킴으로써 공을 세울 생각으로 이들을 받아들인다. 특히 북한이라면 치를 떠는 대진은 그게 아니라면 이들을 받아들일 이유가 전혀 없다며, 북한 대사관 식구들을 받아들인 후 귀순을 희망한다는 내용의 거짓 문서를 작성하다 북한 참사관 태준기에게 걸려 주먹다짐까지 이르게 된다. 상대방에 대한 순수하지 않은 의도는 상황을 심각하게 몰아갈 것 같았지만, 결국 갈등은 봉합된다. 그들에게는 이곳을 탈출해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가 있었고, 오롯이 각자의 힘으로는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었다. 남북한 대사관 식구들은 이집트, 이탈리아 등 각자의 우방국을 찾아 탈출을 도와줄 것을 부탁하고, 이탈리아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는다.

 

그렇게 남북한 대사관 식구들은 총탄을 막기 위해 이불, 가구, 책 등으로 차를 덮고 필사의 탈출을 시작한다. 반군이 쏟아내는 총탄 속에서 공포에 떨면서도 우여곡절 끝에 이탈리아 대사관 앞까지 도착한 이들은 남북한을 가리지 않고 아이들을 업고, 서로를 지켜주며 대사관 안으로 뛰어든다. 그 과정에서 태준기 참사관은 목숨을 잃게 되고, 그와 절대적인 적대 관계에 있던 강대진은 오열한다. 이 장면은 갈등 관계에 놓여 있던 이들이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불순한 의도를 넘어 어느새 동포애와 인간애로 연결되었음을 보여준다. 남북한 관계를 다룬 많은 영화에서 그렇게 서서히 가까워지며 하나가 되는 모습들을 그려왔지만, 이 작품은 극한의 상황에서 서서히 이뤄지는 관계와 믿음의 형성을 각별한 극적 장치 없이 자연스럽게 연결해간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소말리아를 탈출한 남북한 대사관 식구들이 각자 나라의 정부요원들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대한민국에서는 당연히 북한 대사관 식구들이 남한에 귀순할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마지막 순간 대한민국 외교관들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서까지 작전을 세워가며 그들이 무사히 북한으로 복귀할 수 있게 돕는다. 이미 이념과 사상을 넘어 서로를 한 명 한 명의 인간이자 경험을 공유한 친구로서 이해하게 된 모습이다.

 

실제로는 이들이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는데 있어서 긴장이나 방해는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에서 극적으로 가미된 이 마지막 장면은 그들의 관계와 경험을 남북 분단 상황에서 우리가 느끼고 잊지 말아야할 중요한 메시지로 승화시킨다. 남북이 하나가 된다는 것. 그것은 한쪽의 승리가 아니라 서로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인간적 교류에서 기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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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5/16 [14:41]  최종편집: ⓒ sangjo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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