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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조 보험업계, 7조 상조업 진출 노린다
 
김성태 기자   기사입력  2022/07/25 [17:42]

 

금융위원회, ‘금산분리 규제 완화’ 추진···보험사 “신사업 허용해달라” 건의

업계 “보험사 진출은 대기업에 시장 전면 개방하는 격”

업종코드 조차 없는 골목상권 침해, 중소업체 경영 악화 따른 소비자 피해도 우려

 

보험업계의 상조업 진출이 다시금 화두가 되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금융규제개혁 태스크포스(TF)에 상조업 진출 등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전달했다. 보험업계의 상조업 진출은 2011년에도 한 차례 논의됐으나 상조 자회사의 리스크가 모회사로 전가될 수 있다는 위험성과 상조업계가 중소기업이 점유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불허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정부에서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다시금 보험업계의 상조업 진출이 핵심 사안으로 대두됐다. 그러나 상조시장 여건을 살펴보면 여전히 중소기업이 점유하고 있고, 해마다 성장세를 이어가는 캐시카우라곤 하나 업종코드조차 없는 걸음마 산업에 불과해 보험사와 같은 대기업 진출 시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상조업계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업체의 경영 악화가 불가피해 그에 따른 소비자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한 보험사의 진출은 곧 금융권의 진출을 의미하는 바, 이를 시작으로 결국 다른 대기업들에게도 시장의 문을 열어주게 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보험사들은 2011년 상조업 진출을 불허한 금융위원회의 당시 판단에 따라 자회사의 설립 대신 기존 상조업체와 연계한 상조보험, 장례보험 상품을 출시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진출해있다. 문제는 이러한 연계상품의 특성상 ‘단순 외주’를 통한 특약서비스로 상조상품을 접목하는데 그쳐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한 채 사실상의 실패를 경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보험업계가 다시 상조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세와 캐시카우 업종으로서의 기능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공정위가 발표한 상반기 상조시장 총 가입자 수는 729만 명, 선수금 규모가 7조 4761억원으로 연 10%대의 꾸준한 성장률을 기록했다. 할부거래법 규제가 시작됐던 2010년 선수금 규모가 2조원 대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10년간 산업 규모가 곱절로 커진 것이다.

 

여기서 생보협회는 상조시장이 성장가도에 있지만 여전히 소비자 보호가 취약하다는 점을 진출의 핵심 명분으로 삼았다. 자신들이 보유한 탄탄한 자본을 바탕으로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빈약했던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하며 금융위원회를 설득하고 있다.

 

이처럼 보험업계가 상조업 진출, 정확히는 신사업에 몰두하는 이유는 특히 생보업계의 수요가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꾸준한 주력상품이 존재하는 손보업계와 달리 생보업계의 경우 주력상품인 종신보험, 연금보험의 신규 판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기가입자들도 경기 악화 등을 이유로 해약하는 추세에 있다. 이로 인해 과거 손보업계 대비 높았던 생보업계의 수익율은 현재에는 역전된 상황이며, 급기야 생보업계에서는 손보상품 영역을 침범하는 등 겨우 버텨온 실정이다. 

 

보험시장의 무게추가 GA(독립법인대리점)로 점차 쏠린 것 또한 신사업 추진을 타진하게 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GA업계는 특히 최근 수년간 급성장을 이루면서 현재 기존 생·손보 시장을 압도할 만큼의 높은 매출 점유율을 보이는 실정이다. 특히 GA를 키운 효자상품 중 하나가 바로 상조업계와 연계한 결합상품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갈 곳을 잃은 생보업계로서는  ‘캐시카우’ 업종이면서 금융권의 규제를 받지 않는 상조시장의 메리트와 더불어 그간 간접적인 시장경험을 토대로 자신감이 충만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위원회, 금산분리 규제 완화 시사···“상조업계 반발은 회의 통해 논의”

 

상황이 급박했음을 증명하듯 생보협회에서는 신사업 진출 규제 완화에 대한 의견을 50건이나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가 제출 받은 234건 중 가장 많은 서류가 보험사로부터 온 것이다. 

또 현재 정부가 금산분리법 규제 완화를 화두로 던진 만큼, 이 입장에 번복이 없는 한 보험사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을 뜻한다. 이러한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은 금융과 산업이 서로 소유할 수 있도록 바꾸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새로운 먹거리 고민이 깊었던 생보업계에게는 최적의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1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금융과 비금융의 융합’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 긍정 검토를 예고했다. 다만, 기존 업계의 반발에 대해서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열릴 금융규제혁신회의를 통해 조율해본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이어 금융회사의 자회사 투자범위와 부수업무 범위 확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 측은 “정보통신(IT)·플랫폼 관련 영업과 신기술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업무 범위와 자회사 투자 제한을 개선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할 계획”이라고 못 박았다. 

 

이러한 금융위원회의 의지와 보험업계 행보에 대해 신중론이 나오기도 한다. 정순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융회사의 부수업무 범위를 현행과 같이 고유업무와 유사한 업무로 한정함이 바람직한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회사의 자회사 투자 허용 기준으로서 현행 금융업종 관련성 외에 효율성 기준을 신규 도입할 필요가 있는지, 현행 출자 총액한도나 자회사 진출 시 위험관리 규제가 충분한지 등도 검토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조업계 “소비자 보호 취약하지 않다”

 

이처럼 일각에서는 섣부른 규제 완화에 앞서 철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이 상존하는 한편, 상조업계에서는 보험사의 상조업 진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선 보험업계의 진출 명분부터 공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르면 상조시장의 법제화 초기엔 300여 곳이 넘는 업체가 우후죽순 난립했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73개사로 그 수가 대폭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선수금과 가입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당시의 2배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이는 상조산업이 법적 가이드라인을 강화하며 자구노력을 거쳐 영세 사업자의 구조조정을 이끌어온 성과로, 대대적인 시장재편을 통해 재무안정성을 확보했다는 게 주무관청인 공정위의 평가다. 

 

이와 더불어 소비자 보호 정책 역시 진화를 거듭해왔다. 할부거래법에 따르면 상조업체는 총 납입금의 50%를 향후 피해보상을 위해 은행 등에 예치하도록 하고 있으며, 나머지 50%의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공정위와 협업해 ‘내상조 그대로’를 통한 현물보상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실질적인 소비자 피해 요인을 봉쇄했다. 따라서 이러한 사실을 간과한 채 무조건적인 보험사의 문제제기는 기존 업계에 대한 이미지 악화를 부추기며, 의견을 검토하는 금융위원회, 언론매체 등의 오해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적어도 사실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보험업계의 규모를 생각하면, 기존 상조업계가 제아무리 현재 안정적인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평가받더라도 상조업계보다 많은 인적 네트워크를 비롯해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시장 진출은 단연 긍정적인 측면도 존재할 것이다. 특히 보험업계의 전문성이 특화된 자산운용이 더해지면 상조업계의 안정성도 더욱 제고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러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진출이 불가능했던 이유가 명확하게 존재한다. 

 

2011년 금융위원회의 판단과 같이 상조시장은 현재도 중소기업 점유율이 압도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막무가내로 진출을 한다면 과거 대기업이 진출을 노렸던 업종인 택시업계, 중고차업계, 재래시장 상권 등에서 수없이 회자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피해가긴 어렵다. 

 

앞선 업종과 상조업의 차이가 있다면, 상조업은 아직까지 중기업종 조차 되지못해 고유의 업종코드조차 부여받지 않은 작은 시장이라는 것 뿐이다. 상조산업이 해마다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 7조원 대 시장을 이루고 있다고는 하지만, 240조원 대 보험산업과 비교하면 규모의 차이가 상당한 수준이다. 

 

때문에 보험업계가 이런 전후의 사정들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시장에 진입하게 될 경우 긍정적인 효과가 부각되기 보단 기존 상조시장을 이루는 대다수 중소업체의 경영 악화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부정적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소업체의 경영 악화는 그 업체의 사정에서 끝나지 않는다. 산업 전체의 이미지 악화는 물론 대규모 소비자 피해를 양산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한 상조업체 관계자는 “상조업은 걸음마 산업이자 일종의 ‘베타 테스터’의 단계를 이제 막 지났다고 본다”며 “시장에 규제를 더하고, 더하며 상조업은 그렇게 뼈대를 만들고 살점을 붙이며 어렵게 성장해왔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이제는 구조조정을 마친 나머지 업체들이 제대로 정착하고 안정적인 구조를 갖고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육성의 단계에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뜸 대기업이 진출하게 되면 생태 교란에 따른 혼란이 거셀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험업계, 상조업 진출 논리로 사업 유사성 꼽기도

상조와 보험은 근본적으로 별개의 업종···전문 분야도 달라

 

또한 보험업계에서는 회원을 모집하고 미리 대금을 납부받는 상조업과의 유사성을 들며 관련성이 밀접한 업종에 진출하는 것이라며 금융위원회에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보험업과 상조업은 업태, 판매방식, 서비스제공 영역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차이점이 존재하는 전혀 다른 업종이다. 단지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회원을 유입한다고 해서 관련성이 높다고 하는 것은, 상조업이 방문판매·다단계업과 동일하다고 하는 것과 같은 억지스런 주장이다. 

 

일각에선 보험과 상조 모두 무형의 취급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고 보는 견해도 있으나 상조는 엄밀히 ‘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의전행사 등이 발생하면 장례지도사 등 인적 용역과 더불어 행사에 필요한 각종 용품이 투입된다. 이를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재화를 할부방식으로 대금을 받고, 소비자가 원할 때 전달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단연, 전문성의 차이로 이어진다.

 

‘현물 제공’이 존재하지 않는 보험업의 경우 자산운용에 초점이 맞춰진 반면, 현물 및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둔 상조업체의 전문성은 상품의 특화에 있다. 이런 전문성의 격차는 기존 보험사들이 판매했던 상조보험 상품을 통해서도 드러난 바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그간 상조업체와 연계한 보험상품을 판매하면서 상조 파트는 100% 상조업체에 맡기는 방식으로 상품 운용을 해왔다.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파트너 업체를 선정하는 경험조차 부족해 일부 상품은 적법 상조업체가 아닌 단순히 단가만을 낮춘 의전업체에 위임해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실수도 존재했다. 특히 전문 장례지도사 육성이나 오랜 시간 장례식장을 직접 운영한 노하우, 일반 소비자부터 국가장과 같은 VIP 의전 등을 두루 경험한 상조업체의 경험치는 자본만으로 얻어지진 않는다. 

 

보험사가 상조업에 진출하게 된다면 어떤 방식으로 상조회사를 운영하게 될 지는 아직 미지수이나 적어도 기존의 방식과 유사한 흐름으로 간다면 소비자 편익도 그다지 개선되지 않을 전망이다.

 

더욱이 최근의 소비 트렌드가 상품의 가격은 물론 전체적인 완성도, 구성품 모두를 꼼꼼하게 따지는 행태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외주 방식’의 안일한 운영으론 보험사의 진출 명분인 ‘소비자 보호’를 완벽하게 수행하긴 어렵다는 게 업계 내외의 시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조업 진출을 허용하게 되면 아마도 보험사 내에 상조 부서를 신설해 운영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단순 ‘파트’에 불과하다면 과거의 방식을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며 “전문성을 빠른 시간에 획득한 상태로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기존 상조업체를 인수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 할 수 있으나 이는 M&A이기 때문에 또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만들기 편한 방식으로 운용할 것이냐, 공을 들여 진출할 것이냐의 무게추에 따라 성패가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상조업체 관계자는 “막상 이런 저런 신사업 진출을 토대로 한 금산분리 완화가 이뤄지더라도 다른 서비스가 아닌 상조 자회사의 설립은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닐 것”이라며 “시장상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부분이 많고, 특히 상조만 취급해 온 상조업체와 보험만 팔아온 보험사 간 전문성의 괴리를 좁히는 일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금산분리 완화, 금융사·대기업에 시장 개방 초래할 것”

한상협, 중소기업중앙회 가입 통해 상조업 현실 피력···“상조업 보호받아야”

 

상조산업이 고유의 전문성을 토대로 성장해오고 있다곤 하지만 보험업계의 시장 진입이 가시권에 들어온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금산분리 완화가 곧 금융과 산업 자본의 소유 경계를 개방하는 것인 만큼 보험사 뿐만 아닌 은행에까지 시장 진입까지 허용한다는 것이 된다. 

 

이번 보험업계를 시작으로 시장의 경계가 흐릿해지게 되면 향후에는 금융권을 비롯한 일반 대기업에게까지 상조시장을 전면 개방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도 충분히 예측가능한 일이다. 이는 상조산업이 현재 골목상권이나 다름없는 업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허용되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상조업계의 행보를 살펴보면 한국상조산업협회에서 지난 6월 중기 권익 보호 단체인 ‘중소기업중앙회’에 가입했다. 이어 대한상조산업협회와 함께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의 제반 작업이라 할 수 있는 ‘2024년 표준산업분류코드’ 개정 작업을 현재 통계청과 함께 조율 중에 있다. 이와 함께 한국상조산업협회는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간담회에서 규제 개선 의견을 전달했으며 앞으로 보험사의 시장 진출에 회원사 의견을 모아 대응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들은 상조산업이 곧 중소기업으로서 보호받아야 할 산업이라는 점과 지금껏 중소기업조차 되지 못했던 쓰린 현주소를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한 상조업체 관계자는 “그간 상조업계는 법적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것에 일신해 외부 이슈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대응이 있어왔다”며 “그러는 사이 사업자 단체가 뒤늦게 만들어진 측면도 있고, 앞으로는 보다 적극적인 대응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사이 기존 상조업계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아직까지 많고, 여기서 덧씌워진 마녀사냥, 소비자의 오해도 적지 않다”며 “이러한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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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7/25 [17:42]  최종편집: ⓒ sangjo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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