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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별/ 영화 ‘승리호’ 지켜야할 것, 그 가치에 대하여
 
이정석 객원기자   기사입력  2022/10/05 [17:37]


2092년, 지구는 병들고 우주 위성궤도에 인류의 새로운 보금자리인 UTS가 만들어졌다.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하는 조종사 태호, 과거 우주 해적단을 이끌었던 장선장, 지구에서 갱단 두목이었지만 이제는 기관사가 된 타이거 박, 진짜 사람이 되고 싶은 꿈을 가진 로봇 업동이. 이들은 우주쓰레기를 주워 돈을 버는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다. 다들 나름의 사연을 가진 이들은 서로 사사건건 충돌하면서도 한 팀으로 우주 청소부 중에서도 실력을 인정받는 이들이다. 그러던 어느 날, 사고 우주정을 수거해 해체하는 작업을 하던 이들은 그 안에서 우주복을 입은 여자아이를 발견한다. 이때 TV에서는 수소폭탄을 내장한 대량 살상무기이지만 어린 여자이이의 모습을 한 안드로이드 로봇 도로시가 테러 단체 검은여우단에 의해 빼돌려졌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그 도로시가 바로 자신들이 발견한 아이임을 깨닫게 된다. 태호는 돈을 벌기 위해 아이를 보호자, 혹은 검은 테러단에 다시 넘겨주고 사례금을 받자고 하지만, 일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게다가 스스로 꽃님이라고 부르는 이 아이는 화장실에 가는 생리 활동을 하고, 토마토를 먹으며 맛을 느끼기도 한다. 로봇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한 부분이 많은 이 아이. 승리호는 이 아이를 태우게 되면서 지구의 운명을 건 커다란 음모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2021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한국 영화 ‘승리호’의 줄거리다. 이 작품은 ‘늑대소년’,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 등을 연출한 조성희 감독과 송준기, 김태리, 전선규, 유해진 등이 주연을 맡았다. 한국에서는 희귀한 장르인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액션 영화로 2021년 2월 개봉 후 28개국에서 넷플릭스 영화 순위 1위를 하는 등 제법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이 작품이 특히 국내에서 화제를 모은 데에는 국내 최초로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액션극이라는 부분이 크다. 국내에서 보기 힘든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특수효과는 제법 볼만했다는 평이 우세해 보인다. 하지만 작품 전체의 완성도나 외국인 배우들의 연기 등에서 호불호가 갈리거나 악평을 듣기도 했으나 개인적으로는 재미적으로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우주 시대 정상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패배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그렇게 개인의 욕심과 생존에 몰두하던 이들이 인류의 영웅으로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인 승리호의 선원들은 물론, 악당인 UTS의 수장 설리번까지 주요 인물들은 각자의 상처와 사연을 안고 있다. 그리고 그 상처는 UTS라는 존재를 둘러싸고 대칭점에 놓여 있다. 

설리번은 어려서 전쟁으로 인해 잔인하게 가족을 잃으면서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환멸을 느낀다. 이에 UTS를 통해 유전자 감별로 선택된 이들만의 세계를 만들고 지구를 없애버릴 계획을 세운다. 꽃님이를 도로시로 둔갑시켜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 또한 사실은 꽃님이가 수소폭탄이 아니라 수소폭탄과 함께 꽃님이를 지구로 보낼 생각이었던 것이다. 

태호는 UTS에서도 잘 나가는 기동대장이었으나 불법으로 우주에 들어온 지구인들을 색출하던 중 갓난아기를 만나 키우게 되면서 한 순간에 바닥으로 추락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렇게 힘들게 살던 중 딸처럼 키우던 ‘순이’를 잃게 되고, 순이의 시신이라도 찾기 위해 돈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장선장은 UTS에서 육성된 지니어스였지만 UTS의 진실을 알고 설리번에 대적하는 우주 해적이 됐고 결국 설리번에 패배하며 승리호를 몰게 된다. 

 

 

인간성의 가치, 그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

 

승리호는 UTS를 기준으로 대척점에 서 있는 이 두 부류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부딪치는지를 그리는 스토리로 이어진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비뚤어진 신념을 갖게 된 설리번, 패배와 상실 속에 오로지 돈만 쫓는 허망한 삶을 살고 있는 승리호의 일원들. 이러한 모습들은 분명 인간의 부정적 요소를 보여준다. 하지만 꽃님이를 만나면서 승리호의 일원들은 조금씩 인간성을 찾아간다.

 

인간이 되고 싶은 업동이는 자신을 진짜 사람처럼 대하는 꽃님이와 둘도 없는 절친이 되고, 타이거 박은 순수한 꽃님이의 모습에 누구보다 든든한 삼촌이 된다. 처음에는 꽃님이를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으로만 생각하고 냉담하게 대하던 태호 또한 점차 과거 순이에게 약속했던 ‘좋은 사람’으로 변해가며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 매사에 심드렁하고 염세적이던 장선장 역시 꽃님이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건 작전에 몸을 던진다. 

 

수소폭탄이 폭발했을 때 그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범위로 꽃님이를 옮겨야 하는 미션을 마주한 승리호의 일원들. 하지만 사실상 그 방법이 불가능해지자 이들은 꽃님이 대신 수소폭탄을 우주 멀리 가져가 자폭하는 선택을 한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다른 우주 청소부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것은 승리호를 돕는 것이 아니라 지구에 남겨진 인류를 구하는 일이라는 말과 함께.

 

설리번과 승리호의 대립, 그리고 그 안에서 등장하는 가상의 우주 서사는 누구도 훼손할 수 없는 생명과 인간성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또한 이런 거시적인 시각과 동시에 이들이 꽃님이라는 한 아이로 인해 인간성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같이 담는다.

 

이들이 목숨을 건 행위는 꽃님이를 구하는 것이기도 하고, 인류를 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거시적 서사와 미시적 서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전달하는 가치의 메시지. 이는 과거 영화 ‘아바타’에서 인간 주인공이 외계인에 동화돼 그들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싸우던 장면이 주던 감동의 메시지와 비슷한 뉘앙스로 관객에게 다가온다. 우주라는 거대한 시각에서, 그리고 인간 사이의 관계를 통한 사적인 시각에서 하나의 메시지로 함축해 다가가는 그 지점은 적어도 이 영화의 분명한 미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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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10/05 [17:37]  최종편집: ⓒ sangjo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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