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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어 경기 한파… 중소업체 ‘빨간 불’
 
김성태 기자   기사입력  2023/01/31 [11:56]

 

-규제 강화, 경기 한파 탓 지속되는 경영난

-단체영업·크루즈 부활로 위기 극복 나서기도

 

상조업계는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악재와 함께 고금리·고물가를 동반한 경기악화까지 겹치며 다사다난한 해를 보내왔다. 안정적인 자산운용과 높은 실적이 뒷받침된 상위권 업체의 경우 시시각각 변화하는 영업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위기를 극복해나가고 있지만 문제는 이미 자본금 상향 조치, 회계감사 의무화 등 할부거래법 규제 한파를 겪어오며 경영난을 호소했던 중소업체의 생존이 더더욱 불투명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영난이 수년 째 축적되면서 회사 가치가 낮아져 M&A 또한 여의치 않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상조매거진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공정위가 발표한 정보공개를 토대로 선수금 100억원 미만의 중소업체 현황을 알아보는 한편, 문제점을 짚어봤다.

 

공정위가 발표한 2022년 하반기(9월말 기준) 선불식 할부거래업자 정보공개에 따르면 72개 상조업체의 총 선수금 규모는 7조 8974억원으로 상반기 대비 4213억원이 증가하며 8조원 진입을 목전에 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자 역시 757만 명으로 상반기 대비 28만 명이 증가하면서 상조업계는 숱한 대내외 악조건 속에서도 꾸준한 외형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성장세는 대부분 수도권, 대형업체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시장의 쏠림현상이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선수금이 100억 원 이상인 업체(44개)의 총 선수금 규모는 7조 8239억원으로 전체 선수금의 99.1%에 달했다. 나머지 40%를 점유하는 업체 수의 의미는 시장 전체의 성장도에 비춰보면 사실상 미미한 셈이다.

 

가입자 수 또한 선수금 100억 원 이상의 대형업체에서 큰 폭으로 증가했으나 그 외 구간은 극히 미미한 변동을 보이는데 그치고 있다. 선수금 100억 원 이상 대형업체의 가입자 수는 지난해 상반기 720.4만 명에서 749.6만 명으로 약 29.2만 명이 증가했지만 선수금 5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 업체의 가입자 수는 상반기 5.4만 명에서 4.6만 명으로 되레 감소했고, 10억원 이상 50억 원 미만 업체의 가입자 수는 약 4.2천 명이 줄어든 형편이다.

 

이러한 대형업체 중심의 성장 구도는 영세업체의 도산과 그로 인한 소비자 피해의 발발이라는 이면의 성장통을 안겨주고 있지만 궁극적으론 시장의 질적 역량을 강화하고, 소비자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차원에서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또한 최근에는 보다 견고해진 ‘내상조 그대로’ 서비스와 이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기 시작한 공제조합, 공정위의 홍보 노력 속에서 줄곧 문제로 거론됐던 상조업계의 소비자 피해 이슈 역시 최소화하면서 리딩컴퍼니 중심의 시장 재편은 보다 완연한 형태를 갖춰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최근 유독 나빠진 대내외 악조건들로 인해 시장이 연착륙하는 것이 아닌 급격하고, 가파른 변화의 양상이 예고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천궁실버라이프, 한강라이프, 아산상조, 한효라이프, 케이비라이프 등 중견급 회사들이 잇따라 쓰러지면서 이러한 우려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제아무리 상조업계의 시스템이 견고해지고, 대형사가 건재하다 하더라도 일거에 무너지는 회사들이 많아지면 리스크를 떠안을 수 밖에 없다. 가까스로 회복하고 있었던, 공들여 쌓아온 산업의 이미지는 다시금 실추될 것이며, 국회에선 또 다시 규제일변도 정책을 주창하며 언론매체의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중소업체의 상황은 얼마나 좋지 않을까. 신규 회원 없이 행사만 치르는 곳 많아 지난 하반기 정보공개에 따르면 선수금 100억원 미만인 중소업체 수는 28개사로 전체의 약 38%를 차지한다. 이 마저도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3월 대비 5개사가 감소한 것으로 경기 악화 속 도산 우려가 높은 만큼, 올해에는 그 수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들의 총 선수금 규모는 735억원으로 시장 전체에 비교하면 차지하는 부분이 극히 미미하지만 이 역시도 예년 대비 감소하고 있다. 2022년 하반기의 경우 2020년 3월 대비 선수금이 줄어든 업체가 28곳 중 13곳에 달하고 있다. 원인은 자본금 상향 조치와 회계감사 의무화 등의 숱한 규제 정책과 더불어 불어닥친 코로나19와 고금리·고물가 상황에 따른 경영난이 주된 이유라 할 수 있다. 모 업체의 대표는 “영업을 못한지는 이미 꽤 오래 됐다. 우선 판매조직을 육성하고 운용할 자금이 없고, 그렇다고 온라인 채널을 활용하거나 광고를 하기에도 버거운 상황이다”라며 “여기에 매월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해약금을 지급하면 직원 둘 형편도 못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이미 많은 중소업체들이 직원들을 모두 내보내고, 신규 회원을 모집하지 못한 상태로 기존 회원에 대한 행사만 치러주는 형태로 사실상 이름만 남겨두고 있는 회사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라며 “대형업체들도 최근 판매조직을 축소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행사라도 제대로 나오는 회사들은 단체영업에 눈을 돌린 곳들이 있고, 나머지는 ‘도태’를 손 놓고 기다리는 형국이다”라고 말했다. 이름뿐인 법인 유지에도 비용 부담 만만치 않아 이처럼 신규 회원이 전무한 상황에서 이름뿐인 회사를 유지하는 비용도 만만치는 않다. 해마다 회계감사를 받아야하고, 이를 공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초부터는 주머니 사정이 가벼워진 많은 소비자들이 줄줄이 묵혀둔 상조 구좌를 해약해 이자가 높은 적금상품으로 갈아타는 분위기다. 이미 안정적인 직영시설이나 자산운용을 도모하고 있는 대형업체의 경우 그나마 이자수익이 호전되면서 어느정도 리스크에 대한 보완이 가능하지만 대다수 중소업체들은 현금이 그야말로 씨가 마른 상황이다. 업력이 오래된 중소업체들의 경우 대부분 회원들이 만기에 도달해 해약금 규모도 적지 않다. 이를 매월 내준다면 적자운영은 불 보듯 뻔하고, 이를 제때 내주지 않으면 할부거래법 위반으로 과태료, 고발, 시정명령을 받게 된다. 이 비용도 비용이다.

 

선수금 100억원 이하 업체 28곳 중 16개사 할부거래법 위반으로 경고 받아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정보공개 기준 28개사의 절반이 넘는 16개사가 모두 할부거래법 위반 등으로 과태료나 경고 처분 등을 받았고, 3개 사는 고발 조치까지 이뤄졌으며 1개사는 아예 영업정지명령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의 법 위반 행위 유형을 살펴보면 대다수가 계약해제 관련, 금지행위 위반이며 정보공개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거나 표시광고사항 고시를 위반한 경우가 다수를 이룬다. 

 

물론, 회계감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할부거래법으로 명시됐지만 다수 업체가 표시광고사항 고시를 위반했다는 점에서 비춰보면 소규모 업체의 감사보고서는 사실상 최소한의 기장 대리에 불과한 상황이다. 자료의 신빙성이 떨어지고, 일부 악의적인 업체의 경우 전산에서 직접 수치를 조작하는 것도 가능해 감사보고서를 의무적으로 공시하고자 하는 법의 실효성이 상실된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불필요한 비용부담만 가중시키는 허울 뿐인 법안인 셈이다.

 

따라서 업계 일각에선 이러한 주먹구구식 규제가 오히려 중소업체 경영에 더욱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확실하게 관리·감독하거나, 불필요하다면 덜어내는 실속있고 현실적인 정책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소업체 태반 빚만 안고 있어 M&A도 불투명

 

또한 업계 복수의 관계자들은 이러한 중소업체 경영난이 심화되는 상황에 대해 앞으로 회사 재무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전제 속에 구조조정을 통해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 피해가 없도록 원만하게 사업을 정리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나온다. 문제는 이미 이들을 인수하려는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몇몇 사모펀드가 상조회사를 눈독들인다곤 하나 중소업체 인수엔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있으며 상조업 진출

을 논의하는 보험업계 역시 진출조차 불투명한데다, 이들이 기존 상조업체를 인수해 운영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그나마 대상이 있다면 2월초 할부거래업 등록을 마쳐야 하는 여행업체가 있으나 상조상품을 판매코자 하는 여행사의 수가 그리 많지 않고, 이 역시도 2월이 지나면 금세 매수세가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하나 문제는 사실상 해약환급금이나 가수금, 차입금 등 빚만 안고 있는 영세업체의 가격을 부풀리는 중개 브로커가 횡행하면서 현실적인 가격 책정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매수자와 매도자의 의견이 쉽사리 합치되는 경우도 드문 형편이다. 

 

그나마 지난해 M&A가 성사된 몇몇 업체들도 전임 대표, 현직 대표 간의 자금 문제로 트러블을 겪는 경우가 허다하고, M&A 직후 나타나는 특유의 해약사태를 극복하지 못해 새로운 주인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영세한 상태로 운영되는 회사도 적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 일각에선 온건적인 정리의 방향보단 상조업체의 방만경영의 철폐에 무게를 둬 보다 제대로 감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모든 업체들이 경쟁력을 상실해 자연적으로 쇠퇴한 것은 아니다. 법인이지만 개인사업자처럼 자금을 빼 쓰거나, 아산상조처럼 전산을 조작해 예치금을 빼가거나, 해약환급금을 차일피일 미루는 등의 모럴 해저드 대부분이 이들 업체로부터 발생되고 있다.

 

또한 한강라이프나 아산상조폐업 사례에서 드러났듯, DB의 유출 역시 소비자 피해로 인한 불신을 더욱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DB의 유출은 회사의 중추에서 직접 다른 후불제 의전업체나 업자에게 팔아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영세업체들의 경우 외주 의전 대금을 미지급하다 돈 대신 DB를 넘기면서 소위 ‘이것을 갖고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유출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러한 개인정보보호의 취약성에 대해서는 공정위 역시도 할부거래법을 벗어난 업무영역이라는 이유로 단순 소비자에게 조심성을 당부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회사 규모 떠나 상조상품 이점 명확해

사업자 단체 노력 통해 상조만의 강점 강조해야

 

폐업우려에서 상조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현재로서는 M&A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엔 매수세가 그리 강하지 않고, 매각대상 업체의 비현실적인 가격형성이 걸림돌이다.

 

다음 방안으론 경영난을 자구노력을 통해 극복하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풍부한 자금유동성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대형사와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 요구될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중소업체 대표는 “경기 악화와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큰 타격을 입었다곤 하나 많은 상조업체들이 크루즈 여행을 다뤄왔던 만큼, 올해는 그동안 판매하지 못했던 여행상품을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해보려 한다”며 “신규 영업활동이 많이 위축된 것은 사실이나 과거엔 장례현장에서 주로 재가입 영업이 활발히 이뤄졌다면 이젠 여행을 가서도, 우리가 ‘상조업체’라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며 가입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론, 과거에 비해 판매하는 인원이 많지도 않고 또 찾아가는 현장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상조업체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그리고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명확하고 빠르지 않더라도 직접 찾아나서면 위기돌파가 가능할 것이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중소업체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와 인구 고령화의 여파로 인해 장례 매출은 늘어나고 있다.

 

여행수요가 회복되고 지속적으로 장례행사가 발생하니 어떻게든 고금리 기조만 버텨낸다면 활로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버티기 어려운 회사들은 상조상품 대신 장례행사 전문회사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고, 우리 회사의 경우엔 단체 영업을 중심으로 잠재고객을 늘려나가고 있으며 특히 장례행사에 있어선 상조회사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작지만 탄탄한 서비스 역량으로 어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중소업체의 생존을 두고 업계 차원의 관심도 요구되고 있다. 회사의 규모가 다르고, 인프라가 다르다곤 하더라도 상조상품은 필요하고, 유용하다. 그리고 이를 더욱 공고히하고,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상조업계 관계자는 “상조상품이 소비자에게 침투한 라이프 케어의 영역 가운데에서 여전히 의전 서비스와 투어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좋고, 자신있게 내세울 수 있는 우리의 전문성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사업자 단체에서도 이러한 상조상품의 이점을 알릴 수 있도록 예컨대, 상조회사 종사자로서의 프리미엄을 더하는 일종의 ‘인증’이나 ‘교육’ 시스템을 두는 등 다른 업계와 변별력을 갖출 수 있도록 여러시스템을 구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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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1/31 [11:56]  최종편집: ⓒ sangjo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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