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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후불제 의전업체, 저가 상술에 가려진 진실
 
김성태 기자   기사입력  2023/03/03 [11:59]

 

 

-동종업체마저 혀 내두르는 100만원대 사실상 ‘허위매물’도 기승

-상조업계 “제도권 포섭해 소비자 피해 차단해야”

 

최근 후불제 의전업체가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상·장례업계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1명의 소비자에 상조회사와 장례식장을 비롯해 후불제 의전업체까지 가세한 3곳의 판매자가 혼재된 양상이다. 당연히 소비자로서는 상품 선택에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는데, 이때 발생하는 문제는 ‘정보의 비대칭’이다. 후불제 의전업체 태반은 저가 패키지를 앞세워 선불식 상조회사를 공격하고 있고, 용품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거나 아예 누락하는 등 그릇된 가격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급기야 100만원대 초저가 상품까지 선전하며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으며, 이 같은 출혈 경쟁은 같은 후불제 의전업체들 사이에서도 빈축을 살 정도로 심각한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상조매거진에서는 이런 후불제 의전업체의 막무가내 상술의 ‘민낯’을 살펴보고, 해결책을 고민해봤다.<편집자 주>

  

30대의 한 소비자는 최근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비보로 장례를 치르게 됐다.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집안 어른도 없이 치르게 된 장례. 미리 가입해 둔 상조상품도 없는 형편에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보니 후불제 상조의 블로그가 쏟아졌다고 한다. 이런저런 고민 끝에 후불제 상조를 믿고 진행하게 된 그는 상을 마친 후 후회를 했다고 한다. 비교견적을 하겠다고 엑셀 양식까지 만들어가며 이리저리 알아보다 최종적으로 모 후불제 상조의 125만원 대 상품을 이용했던 그는 이내 업체 측의 용품 업그레이드 요구에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화장 시 들어가는 비싼 수의나 각종 용품, 꽃 제단은 물론 자신들이 추천하는 장지까지. ‘효’를 호소한 강매행위가 이어졌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최근 후불제 의전업체가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이러한 소비자 피해 사례도 덩달아 늘고 있다. 후불제 의전업체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시점은 기존 상조회사들이 제도권에 진입하면서부터다. 2010년 할부거래법 개정을 통해 제도권에 포섭된 상조산업은 사업을 하기 위해선 자본금 15억원을 마련해야 하며, 소비자피해보상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런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몇몇 업체들은 상조사업을 포기해야 했고, ‘선불식’으로 판매만 하지 않으면 법적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도나도 후불제 의전업체를 차리기 시작한 것이 그 시발점이다.

 

 

처음엔 상조업체에서 받는 외주 장례행사를 중심으로 사실상 암약하다시피 했던 후불제 의전업체들은 영세 상조회사들이 시장재편 과정에서 계속적으로 폐업하자 본격적으로 ‘상조’의 이름을 간판에 내걸며 일종의 ‘대체재’ 행세를 하기 시작했다. 2010년대 초반 수여 곳에 불과했던 점조직 형태의 후불제 의전업체는 2014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최근엔 100여 곳이 넘는 ‘군락’으로 성장했다.

 

그렇게 수를 불려나간 후불제 의전업체는 과연 상조회사를 대체할 수 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물론 상조회사의 수를 압도하는 규모로 각종 SNS와 블로그, 언론매체 홍보 등 여론전에선 나름대로 ‘대승’을 거뒀지만, 결과적으론 후불제 상품을 선택한 소비자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이렇게 된 원인엔 다수 후불제 의전업체들이 내세우고 있는 그릇된 ‘세일즈 포인트’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상조회사의 관리비와 모집수당 등 영업비용을 제한 실질적인 상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물론 이 내용대로만 보자면 소비자로서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라 볼 수 있겠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다수 후불제 의전업체들은 상조회사에서 판매하는 가장 비싼 상품라인업과 자신들이 판매하는 가장 저렴한 상품을 나란히 비교하면서 소비자를 호도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이 명칭조차 생소한 고인용품이나 장례용어에 대해 무지한 점을 악용해 원산지 정보나 가격 정보를 누락한 채 겉만 번지르르한 이름을 붙여 이를 모두 제공한다고 홍보하기 일쑤다. 마치 상조엔 490상품 내지 500만원 대 상품만 존재하는 것처럼 고가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후불제 의전업체가 판매하는 250만원~300만원대 ‘스탠다드’ 상품은 비슷한 가격대에 대부분 상조회사에서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 다만 고가의 장례 수요를 반영한 프리미엄 상품군이나 가전제품이 제공되는 결합상품에서 400만원 이상의 상품들이 별도로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즉, 후불제 의전업체나 선불식 상조회사의 상품이나 가격적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현재 많은 후불제 의전업체가 홍보하는 상품 패키지가 저렴해 보이기 위해 일부 용품이나 서비스 내용을 누락해 홍보하고 있는 경우도 많아 이러한 부분까지 감안하면 상품정보가 명확히 공개돼있고, 물가상승 시 미리 가입해둔 소비자가 경제적 이익까지 보는 상조상품이 더욱 효용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이에 일부 후불제 의전업체들은 상조회사 대비 가격 경쟁력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최근에는 급기야 현실적으로 따라갈 수 없는 애초에 불가능한 ‘100만원 대’ 초저가 상품까지 출시해가며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

<관련 기사: 상조보증공제조합 기고글 '후불식 상조회사, 정말 안전하고 저렴할까'

http://sangjomagazine.com/sub_read.html?uid=3710&section=sc27&section2=%C4%AE%B7%B3 >

▲ A후불제 의전업체 홈페이지 화면     © 상조매거진

 

100만원 대 상품에 인력 5명·리무진까지 더해

후불제 의전업체 조차 터무니 없다며 비판

 

한 후불제 상조업체의 125만원 상품 구성을 살펴보면 오동나무 관, 고급 가진수의 등 원산지 불명의 모호한 표현이 더해진 기본 용품과 더불어 도포, 원삼, 저고리, 천금, 지금 등의 용품, 도자기 유골함, 영정사진, 남자상복 4벌, 여자상복 무제한, 그 외 빈소용품을 제공하며, 장례지도사 1명, 입관지도사 2명, 도우미 2명 총 5명의 인력 서비스까지 제공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여기에 고인 전용 리무진과 장의 버스가 왕복으로 200km를 운영하고, 부고문자 서비스에 꽃 장식까지 125만원 내에서 제공한다. 대부분 상조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상품 구성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상조업체 관계자는 “최소한의 여건, 최소한의 빈소 형태로 치러지는 공영장례가 80만원에 치러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리한 금액이 아닐 수 없는 구성이다”라며 “도우미 인건비만 하더라도 이틀을 운용하면 60만원에 달하는데 리무진까지 포함하면 300만원 이상 치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이런 저가 마케팅 공세에 대해서는 같은 후불제 의전업체 사이에서도 빈축을 살 정도다.

한 후불제 의전업체 관계자는 “후불제 행사가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당연히 지나치게 저렴한 상품은 의심해봐야 한다”라며 “그런 상품을 선택한 유족들이 후회하는 사례를 많이 봤고 건전하게 운영되는 다른 후불제 의전업체에도 피해를 준다. 업계 전체에 피해를 주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 B후불제 의전업체 홈페이지 화면     © 상조매거진

 

또 다른 후불제 의전업체 관계자는 “중고차시장이나 부동산만 허위매물이 있는게 아니다. 이런 초저가 장례상품 역시도 마찬가지로 ‘허위매물’을 판매하는 격”이라고 소비자 주의를 당부했다. ‘허위매물’이란 존재하지 않는 상품을 존재하는 것처럼 속여 소비자를 끌어들인 후 계약을 유도하고, 이후에는 전혀 다른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후불제 의전업체의 초저가 장례상품이 이런 허위매물로 비판받는 이유는 소비자가 가입한 상품이 온전히 제공되지 않고 각종 용품이나 서비스의 추가요금을 부과하고, 강요하는 그릇된 관행 때문이다. 이에 대해 몇몇 후불제 의전업체들은 자사 홈페이지에 100만원 대 미끼상품과 낚시성 상품을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문을 게재하는 경우도 많다.

 

이와 관련, 한 후불제 의전업체의 소개 페이지에는 “저렴하지만 실제론 저렴하지 않고, 수의나 관 등의 제품변경으로 추가요금을 부과하는 사례가 많다”고 경고하며 “서비스는 열악하고, 고객은 뒷전이며 외주 장례지도사에 따라 만족도가 천차만별인데다 장례식장과 연계한 수익 커넥션까지 존재한다”는 문구가 첫 메인화면부터 노출돼 있다.

 

이는 후불제 의전업체의 부당한 소비자 기만 행위가 동종 업체들조차 의식할 정도로 빈번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후불제 의전업체 사이에서 끼워팔기·강매 행위가 버젓이 성행하는 이유는 아무런 소비자 보호 장치가 없고, 법적 제재조차 받지 않는 사각지대의 업종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15억원의 자본금과 지자체의 등록이 기본 설립 조건인 상조회사와 달리 후불제 의전업체는 어딘가의 ‘주소’만 있으면 얼마든지 사업자 등록만으로 운영이 가능하고, 물품이나 인력, 자본이 없더라도 모든 것을 ‘외주’로 운영하면 가능하다는 식이다. 여기에 소비자피해보상 보험도 가입하지 않아도 되고,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감독기관이 존재하지 않으니 단속조차 이뤄지지 않는 장점 아닌 장점이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진입 장벽이 전혀 없는 탓에 업체 수가 자연히 상조회사보다 많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결국 후불제 의전업체 간에도 업체 난립에 따른 폐해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후불제 의전업체, 손 쉬운 창업·운영 구조가 병폐 불러

 

후불제 의전업체의 손 쉬운 운영 구조로 말미암아 상조회사와의 서비스에서도 역량차를 보이게 된다. 상조회사들의 경우, 대형사로 재편되면서 직영 인프라를 갖추기 시작했고 이런 직영 인프라는 전국 서비스의 평준화로 이어지며 해당 기업을 대표하는 ‘전문성’으로서 대두되고 있다.

 

반면, 후불제 의전업체의 경우 각 지역의 또 다른 의전업체와 계약을 체결해 운영하는 곳이 많아 이런 브랜드화가 사실상 불가능한 여건이다. 때문에 지역 별로 서비스의 편차가 존재하고, 짜여진 패키지조차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며 ‘직원’이라는 소속감이 없어 점조직형의 각자의 수익 추구 구조만 남아있는 형태를 띠고 있다.

 

물론 후불제 의전업체 사이에서도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일종의 ‘리딩 컴퍼니’들이 존재하나 이 역시 백여 곳이 넘는 업체들 가운데 서너 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후불제 따른 소비자 피해에 감독권한 없다는 공정위

상조업계 일각 “보건복지부 통해서라도 양성화 꾀해야”

 

후불제 의전업체의 횡포로 인해 상조상품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가 쌓이고, 나아가 장례산업 전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지자 복수의 상·장례업계 관계자들은 후불제 의전업체도 제도권으로 포섭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부터 할부거래법 개정을 통해 이들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주장은 계속됐지만 할부거래법 자체가 대개 선불식이라는 ‘거래의 형태’로 상조상품을 정의하고, 규율하는 한계가 있어 뜻 대로 추진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할부거래법을 주관하는 공정위 특수거래과에서는 “후불제 의전업체에 따른 소비자 피해 양상은 다른 업종들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례로 공정위가 특별히 제재할 수단은 없다고 본다”며 “우선 상조 사업자 단체나 업계 자구적으로 계도하거나 경쟁력을 갖추는 등의 노력이 필요해보인다”고 말해 간섭의 불가론을 고수했다.

 

이에 상조업계 일각에서는 후불제 의전업체가 장례만을 취급하는 업태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 관련 부서인 보건복지부를 통해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와 관련 한 상조업계 관계자는 “우후죽순 난립한 후불제 의전업체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선 업체를 지자체에 등록시키기보단 특성상 소속 장례지도사를 등록하도록 함으로써 ‘양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장례지도사 등록을 사업자 단체 중심으로 운영함으로써 후불제 의전업체와 변별력을 갖추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업자 단체 소속 장례지도사에 대한 프리미엄을 더함으로써 후불제 의전업체와 전문성 격차를 벌려 경쟁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상조’라는 명칭이라도 후불제 의전업체가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과 국민권익위원회나 지자체 등에서 간헐적으로 이뤄지는 실태 조사도 보다 확대하고, 활발히 전개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또, 장례식장의 경우 장례용품의 정보 제공과 적절한 게시가 법적 의무사항이나 후불제 의전 상품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e하늘 장사종합정보시스템’이나 ‘내상조 찾아줘’와 같은 정보제공 포털 사이트가 별도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이처럼 찾아보면 개선해야 할 것은 산적한데, 바꾸기 위한 주체는 없다. 그러는 사이 소비자들의 피해 호소는 짙어지고, 이는 결국 산업 전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루빨리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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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3/03 [11:59]  최종편집: ⓒ sangjo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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