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업은 미래에 발생할 장례에 대비한 상조 상품을 판매하고 그 대금을 2회에 걸쳐 할부 또는 일시로 받는 ‘장례서비스업’이다. 매월 납입금을 낸다는 점에서 보험처럼 여기는 소비자도 있고, 소비자들이 낸 월 납입금을 상조회사가 관리·운용하기 때문에 금융업이라 오해하는 소비자도 존재한다.
또한 업계 전체의 월 납입금(선수금) 규모가 수 조원 대를 이루고 있어 그 선수금을 ‘운용’하는데 대한 세간의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상조업계를 향한 대표적인 오해들은 무엇이 있으며, 그 진실을 무엇일까.
1. 상조업은 이런 ‘업’을 한다
우선 상조업은 근본적으론 장례, 결혼, 축연, 여행 등의 서비스를 대행하는 라이프 케어 산업으로 금융업, 보험업과 다르다. 물론 미래에 제공할 상조상품을 미리 할부금을 목돈처럼 적립해 판매한다는 점에서 보험상품과 유사하기도 하도, 부금을 활용해 각종 자산을 확보하거나 투자수익을 창출하는 등은 금융업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상조업의 역할은 일생의 대소사를 도맡아 진행하는 ‘서비스’를 제공함에 있다. 또한 서비스와 자산운용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위해 할부거래법에서 정한 선수금 50% 보전 조치, 자본금 최소 요건(15억원) 등 강력한 법적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만 상조업체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프리드라이프의 프리미엄 장사시설 '쉴낙원' © 상조매거진 |
|
2. 상조업체, ‘선수금’ 등의 투자활동은 불가능한가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상조 산업 총 선수금(소비자로부터 미리 받은 상조 월 납입금)은 2023년 3월말 기준 8조 3890억 원이다. 이 가운데 절반은 공제조합, 은행 등을 통해 ‘보전’되고 있으며 이는 할부거래법에 의거한 당연한 조치다.
따라서 상조회사들은 나머지 선수금과 행사를 진행하면서 발생되는 매출액, 그리고 기존 투자했던 자산들에서 창출되는 수익을 기반으로 마케팅 전략을 세우거나 새로운 투자처를 모색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등의 자산운용에 나서고 있다. 물론 이 역시도 합법적인 경영 활동이다.
일각에서는 상조회사가 투자전문 회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수 조원 대에 달하는 선수금을 운용하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내비치기도 하나 최근에는 선수금을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전문기관에 위탁하거나 자체적으로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등 신중한 접근을 취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선수금 규모 1위인 프리드라이프의 경우 핵심 포트폴리오의 상당부분을 채권에 투자하고 있으며, MMF 등 단기금융상품과 단기 크레딧 채권, 중장기 채권 등으로 배분해 운용하고 있다.
또한 채권투자는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만큼 이를 보강하기 위해 중수익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자산을 포함한 위성포트폴리오도 함께 운용하고 있다. 지난 2014년에는 부동산 투자를 통해 수백 억원 대의 시세차익을 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금융투자 외에도 호텔식 복합장례문화공간인 쉴낙원을 운영해 ‘상조회사’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선수금 규모 2위인 대명스테이션은 단기간에 상위권에 랭크된 성장성있는 회사로 꼽힌다. 설립 14년차의 대명스테이션은 타 경쟁사들에 비해 업력이 짧은만큼 사업확장이나 적극적인 투자활동 보다는 회원모집에 초점을 맞춰 상품 다양화(여행, 웨딩, 크루즈)에 주력해왔으나, 최근에는 ‘대명아임레디 장례식장’을 오픈해 본격적인 관련 사업확장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업계에 따르면 대명스테이션은 내부 전문인력을 영입하는 등 본격적인 자금운용을 위한 준비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명스테이션은 지난해 말 40억 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자본금을 100억 원으로 증액했으며, Top3 중 유일하게 CCM인증(소비자중심경영)을 받은 회사이기도 하다.
선수금 규모 3위인 교원라이프는 지난 2017년 평택 장례식장 인수를 시작으로 다른 지역의 장례식장도 추가 매입·운영 하는 등 장례사업을 핵심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올해엔 10개까지 장례식장을 늘릴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해에는 중견 여행사를 인수해 투어 브랜드를 런칭했으며 이 밖에도 최근 실버케어에 적극적인 투자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조업계 관계자는 “똑똑한 상조회사는 회사가 지속 영업이 가능하도록 선수금을 잘 활용하는 회사라 할 수 있다”라며 “선수금을 오히려 꽁꽁 싸매고 보관하는 회사는 성장 측면에서는 좋은 회사라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투자수익 달성은 기업 경영의 기본이며 상조업 역시 예외는 아니다”라며 “과거 상조업체들은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춰 경쟁 우위를 점하고자 노력했다면, 오늘날은 안정적인 자산운용을 더해 보다 튼튼한 회사로 거듭나 궁극적으론 소비자가 믿고 부금을 맡길 수 있는 회사로 키워나가는 게 일반적인 경영 흐름이라 볼 수 있다”고 평했다.
▲ 2019년 공정위가 발표한 '회계지표 양호 상조업체' 내용, 신뢰성 논란을 겪고 현재엔 추진되지 않고 있다. |
|
3. 상조회사 재무건전성, 어떻게 판단해야할까
소비자들이 상조회사를 선택하는 요소로 재무건전성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현재, 이를 알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수치가 있다면 ‘지급여력비율’이 있다. 물론 이 지급여력비율을 구하는 등식에 자본의 총계가 들어가는 만큼, 소비자로써는 참고할만한 ‘툴’이라 할 수 있지만 이는 보험업의 재무건전성 지표를 단순히 응용한 것으로써 상조회사의 재무건전성을 절대적으로 가늠하기엔 한계가 있다.
상조회사의 지급여력비율은 자기자본과 선수금 비율로 계산되는데 선수금이 거의 없거나 업력이 오래되지 않거나 영업력이 오히려 좋지 않은 경우에 이 비율이 높아지는 부작용이 존재한다. 이를 단순하게 표현해보자면, 자기자본이 15억 원으로 모든 업체가 동등하다는 가정 하에 선수금도 15억 원인 상조회사의 지급여력비율은 200%인데 반해 선수금이 1조 원인 상조회사의 지급여력비율은 100%로 떨어지게 된다.
*[(15억 +15억)/15억] × 100 = 200
*[(15억+1조)/1조]×100 = 100
실제로 이와 관련 공정위는 과거 3차례 ‘회계지표 양호 상조업체’를 선정해 발표한 바 있다. 2019년 발표 기준 지급여력비율 100% 이상인 업체의 명단을 살펴보면 하늘문, 한주라이프, 지우라이프, 하나글로벌라이프, 한양상조, 영남글로벌, 바라밀굿라이프(비손라이프), 에이플러스라이프, 씨엔라이프(대노라이프), 제주일출상조가 상위 10개사로 랭크돼있다.
2022년말 기준 하늘문은 무려 1396%의 지급여력비율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지만 선수금 규모는 불과 6억원 대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하늘문의 경우 메인 사업 분야는 봉안당으로 상조업은 봉안당 회원을 위한 ‘멤버십’적 성격을 띤 소규모의 영업형태를 갖고 있다. 함께 이름을 올린 씨엔라이프는 이후 매각이 됐고, 영남글로벌 역시 폐업을 앞두고 있다. 그 밖에 명단에 존재하는 업체 태반은 현재엔 영업활동을 하지 않거나 이름만 존재하는 사실상의 신생 업체가 다수를 이룬다.
이 같은 공정위의 발표에 업계는 물론, 소비자조차 납득하지 못한다는 반응을 내비치면서 ‘회계지표 양호 상조업체’ 명단공개는 지난 2019년을 끝으로 더 이상 발표되지 않고 있다. 즉, 위 사례를 토대로 선수금이 15억 원인 회사가 선수금이 1조 원인 상조회사보다 재무구조가 2배 좋다고 단순히 평가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회의적인 답을 내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급여력비율이 상조회사의 재무안정성을 가늠하는 지표로서 사용되고 있는 것은 아직까지 적절한 지표를 찾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지급여력비율을 참고하되, 실질적으로 봐야할 부분이 있다면 선수금의 증가율, 현금흐름의 동태를 함께 살피는 것이 좋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월말과 9월말을 기준으로 해마다 상조업체의 현황을 ‘내상조 찾아줘’를 통해 게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반기별로 선수금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알 수 있으며, 이는 곧 해당 업체의 영업력을 의미한다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해마다 공시, 공개하는 재무제표상에서는 더욱 폭넓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현재 모든 상조업체들은 법적 의무에 따라 회계감사를 받고 있으며 이를 게재하고 있다. 재무제표에서는 현금흐름을 파악함으로써 한 해 동안 해당 상조회사가 얼마만큼 경영활동을 열심히 했는지를 유추할 수 있어 재무안정성을 평가하기에 도움이 된다.
4. 상조회사의 부채비율이 높은 것은 ‘위험신호’일까
흔히 기업이 부채가 많은 경우 폐업 징후로 여긴다. 그러나 상조회사는 다르다. 소비자가 납입한 월 납입금, 즉 선수금이 상조회사에선 ‘부채’로 인식된다. 행사(매출)를 제공하기 이전, 먼저 부금을 받는 구조 때문이다. 따라서 상조회사의 부채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회원이 많다는 것이며, 이 부채의 증가가 해마다 이뤄지는 경우 그만큼, 신규 회원을 많이 유치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앞선 사례를 다시 보면, 선수금 1조 원 상조회사의 부채비율이 선수금 15억 상조회사 부채비율보다 단연 매우 높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선수금 1조 상조회사가 15억 상조회사보다 폐업의 위협이 높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바꿔서 표현하면 과연 영업이 더 잘 되고 있는 상조회사가 위험하다 볼 수 있을까.
한편, 상조회사의 실질적인 위험 신호는 해약환급금 관련 민원이 늘거나,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가 꼽힌다. 상조회사가 소비자의 해약요청에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회사에 자산이 없어 운영이 어렵게 됐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러한 업체들에 대한 민원에 적극 대응하고, 주무관청의 발 빠른 관리·감독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물론, 해당 업체가 폐업하게 되더라도 상조공제조합과 공정위를 통해 ‘내상조 그대로’를 이용함으로써 피해 복구가 가능하나 그 이전에 해약환급금 미지급 상조회사의 제보를 받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내상조 찾아줘’ 등의 편의를 개선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5. 상조회사 믿고 가입해도 될까
상조회사가 소비자가 납부한 선수금으로 각종 투자처를 모색하고, 또 사업을 지속한다고 해서 ‘남의 돈을 제 것처럼 쓴다’는 상조회사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이나 그릇된 오해와 속설은 물론 어떠한 불안감도 가질 필요는 없다.
특히 상조시장은 선수금 규모가 매년 10% 이상씩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고, 실제 회사의 도산으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할부거래법’의 보호와 ‘내상조 그대로’ 등의 시스템을 통한 겹겹의 안전망이 존재한다.
아울러 현재 상조회사들은 높은 전문성, 풍부한 영업망, 그간의 성과를 토대로 구축한 재무안전성을 기반으로 소비자 중심의 경영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12개 회사가 이와 관련한 활동으로서 소비자중심경영(CCM) 인증을 획득하는 등 상조시장의 건전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한편, 이 같은 상조회사의 CCM 인증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상조보증공제조합 관계자는 “앞으로는 ‘내상조 그대로’의 법제화 등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보다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해 1인 1상조 시대를 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신뢰를 갖고 지켜보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