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상엽 법무법인 원진 변호사 © 상조매거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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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건에서 항상 문제되는 것이 ‘고지의무 위반’이다, 보험계약 체결 시 대부분의 보험계약자들이 약관을 꼼꼼하게 읽는 것도 아니고, 보험설계사가 하는 질문에 잘 생각하지도 않고 습관적으로 ‘예’라고 대답을 하게된다.
변호사인 필자도 다르지 않다. 그런데, 막상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보험금의 지급이 거절되기도 하고, 보험계약이 해지되는 예가 번번히 발생한다. 심지어 보험사기로 고소당하는 예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그런데 최근에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보험계약 상의 고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하여도 사고 발생이 고지의무 위반과 무관하다면 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2022가소 5031073).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갑법인은 고용인인 을을 피보험자로 갑법인을 수익자로 지정하여 병보험사와 여행자보험에 가입하였다. 보험기간은 총 4일이었고, 상해사망시 3억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있었고, 면책 사유로는 자살이 기재되어 있었다.
해외여행을 떠난 을은 보험기간동안 바다에 입수했다가 사망하였고, 사망원인은 익사였다. 이에 갑법인은 병보험사에 보험금 3억원 지급청구를 하였으나, 을이 기타 위염을 이유로 약을 투약한 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한 점, 을이 여행 전 가입한 여행자보험이 14개에 달하는 점, 갑법인 대표의 아들의 부채가 많은 점, 갑법인의 영업손실이 6억 5천만원에 달하는 점으로 인해 고의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청구를 거절하였다. 즉, 보험금 지급사유인 ‘우연한 사고’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우연성에 대해서는 보험금 청구자에게 증명책임이 있고, 고의성에 대한 증명은 보험회사에 있는데, 우연성에 대한 증명은 우연한 사고에 해당하는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만으로 충분하고, 고의에 대한 증명은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증명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면서, ‘을이 복용한 약은 위장관 운동장애를 개선하기 위해 처방된 것으로 보이므로 사고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고, 보험금 지급거절사유로 나열한 사유들이 을의 사망이 고의로 볼만한 사유는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
위 판결에서 갑법인의 보험금지급청구를 인정한 이유가 단지 고지의무 위반과 사고와의 무관련성에 있지는 아니하나, 상당히 중요한 이유가 되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동 판결로 인해 보험계약자나 보험수익자에게 보험회사에서 무턱대고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금지급을 거부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근래들어 점점 보험회사의 수익이 줄어들음으로 인해 보험금지급을 거절하는 예가 늘어나 보험계약자나 보험수익자가 소송을 하거나 포기를 하는 경우도 비례하여 늘어나고 있는 관행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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