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증진·안정자산 운용 통한 재무개선 기대
총 선수금 8조원 시대를 맞은 상조업계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일까. 30여년 전 장례업계에 만연했던 바가지 행태, 갖가지 악습을 철폐하며 등장했던 상조산업은 최근 여행과 헬스케어 등 다양한 토탈 라이프 케어 서비스로 영역을 확대해나가며 상조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여기에 견고한 소비자 보호, 투명한 정보제공 등 산업의 질적 개선까지 이뤄지면서 최근엔 선수금이 1조를 넘어선 공룡 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궤도에 오른 상조업계는 서비스를 넘어 견실한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자산운용에 새롭게 눈을 돌리고 있다. 그 중 중요한 행선지로 꼽히는 것이 ‘장례식장’이다.
상조산업이 자리매김한 배경에는 장례산업의 판도를 바꿔놓은 것을 빼놓곤 설명하기 어렵다. 생소한 장례용품, 고인용품, 절차를 한 눈에 알기 쉽도록 ‘패키징’화한 장례상품을 ‘선불식 할부거래’라는 경제적 효용이 높은 대금 지불 방식으로 판매한 상조산업은 자연스럽게 암암리에 폭리를 취하던 장례업계와 대립각을 세우며 장례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데 크게 일조했다.
여기에 고인전용 리무진 도입, 일본과 같은 선진국형 꽃 제단 장식,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장례지도사와 상례사들이 의전 행사를 꾸림으로써 죽음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인식’을 완화하는 등 우리나라의 웰다잉에 대한 인식을 높였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전문 의전업체나 장례식장 중심으로 흘러갔던 장례 서비스 시장에서 상조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커졌고, 과거 상조업체를 배척하며 반목을 세월을 보냈던 장례식장에서도 상조업체를 인정하며 상생의 관계로 돌아서고 있다. 이처럼 상조산업을 설명함에 있어 장례산업은 가장 대표적인 콘텐츠이자, 국민의 필수산업으로 올려 놓은 계기가 된 사업군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조업체들이 이후 웨딩, 축연, 크루즈 여행 등 다양한 분야로 뻗어나가면서 비즈니스 모델을 확대하며 최근엔 ‘토탈 라이프 케어 서비스’라는 새로운 개념의 상조가 등장했고, 동시에 ‘할부거래법 개정’을 통한 법제화가 이뤄지면서 상조산업은 그 위상에 걸 맞는 진화를 보여주며 올해 총 선수금 8조원, 가입자 수 800만 시대를 맞게 됐다.
이 시기 상조산업은 무엇보다 ‘건전화’에 주력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관리·감독 하에 소비자 보호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서비스에 대한 질적 향상은 물론, 소비자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탄탄한 회사’를 만들어가는데 집중한 것이다. 소비자중심경영(CCM 인증)이나 내상조 그대로 참여 활동 등 대외적으로 선한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춰가는 동시에 적절한 자산 운용을 통해 견실한 재무구조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현재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자산운용 인력을 별도로 운용하는 회사도 등장하고 있으며, 이들을 통한 투자자산 운용과 더불어 선투자의 리스크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부동산 등 유형자산 투자를 동시에 이뤄가는 추세다. 이러한 장기수익형 ‘안정자산’ 중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상조산업이 오랜 시간 노하우를 축적하며 시장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장례식장’의 운영이다.
장례산업 이미지 탈바꿈시킨 프리드라이프 ‘쉴낙원’
직영 장례식장을 운영하며 안정적인 자산 투자에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으론 프리드라이프를 꼽는다. 프리드라이프와 수위를 다퉜던 보람상조 역시 부동산 투자를 통해 호텔과 장례식장 몇 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엔 교원라이프도 가전 결합상품 만기 환급 리스크 해소 방법 중 하나로 직영 장례식장 확대에 나서는 등 리딩 컴퍼니를 중심으로 많은 장례식장이 상조회사의 의전 노하우를 곁들여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프리드라이프의 경우, 우리나라엔 일찍이 볼 수 없었던 프리미엄 장사시설 브랜드 ‘쉴낙원’으로 차별화를 뒀다는 것이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호텔을 연상케 하는 제반 시설과 서비스를 구축한 ‘쉴낙원’과 견줄 수 있는 시설은 전국적으로도 많지 않다. 드라마나 CF 등의 촬영지로도 많이 소개되는 쉴낙원은 지난 2018년 경기도 김포시에 1번째 지점을 선보인 이후 2023년 9월까지 ▲인천 ▲세종 ▲남대전 ▲갈마성심 ▲용인 ▲김포 ▲오산동탄 ▲홍천 ▲당진 ▲일산 ▲파주운정 등 전국 11곳으로 확대하며 전국적인 체인 시설로서 선진적인 장례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프리드라이프의 이런 전략은 해당 지자체는 물론 지역 주민들에게도 ‘울림’을 줬다. 장례식장이 주는 어두운 이미지를 벗어던진 새로운 장례식장의 모습을 선보임으로써 님비를 극복하는 한편, 지역 사회와의 협력하며 상부상조를 실천하는 상조 본연의 사업 모토를 이어가는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프리드라이프에 따르면 쉴낙원을 통해 각 지역에 소재한 기업과 협력하며 직·간접적 고용을 창출하고 있으며, 지역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혜택과 상생방안을 마련하는 등 시민사회와 협력하며 불투명한 장례식장 운영 관행을 극복하는 한편, 신뢰할 수 있는 장례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설명이다.
프리미엄 봉안당 ‘아너스톤’···고급화 전략으로 승부수
장례식장인 쉴낙원과 더불어 프리미엄 ‘장사시설’로 손꼽히는 곳은 용인공원이 운영하는 봉안시설 아너스톤도 빼놓을 수 없다. 풍수적으로 안성맞춤인 용인에 위치한 용인공원은 이미 50년 간 시를 대표하는 공원묘원으로서의 입지를 갖고 있다. 또한 상조 자회사인 용인공원라이프를 통해 시너지를 내며 업계에서도 그 저력을 입증하고 있다.
이 가운데 프리미엄 시설로 선보인 ‘아너스톤’은 용인공원이 10여 년에 걸쳐 고안한 실내 봉안당으로 5성급의 호텔식 시설을 장묘시설로 옮겨놨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지역을 대표하는 추모의 공간이자 휴식 시설로서 명소로 회자되고 있다.
탁트인 조망을 비롯해 야외 테라스, 라운지 시설, 민트 플라워숍, 화목정원 등등 고객 편의를 위한 다양한 부대시설이 마련돼 있으며, 봉안당 전체에 보이드 공법을 적용하여 풍부한 자연채광을 건물 가득 담아 사계절 따뜻한 햇살이 건물 곳곳에 스며들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이와 함께 나무, 화강석 등 원재료의 특성은 그대로 살리고 건물 높이를 최대한 낮춰 주변 자연 경관과 조화를 이루며, 4면을 통유리로 설계해 한 폭의 그림과 같은 자연 풍광을 오롯이 느낄 수 있게 설계돼 지난 2021년에는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IF 디자인 어워드 ’에서 커뮤니케이션 부문 본상을 수상, 건축물로서 가치를 입증받았으며 지난 6월엔 대한민국 소비자 만족 대상에서 장묘시설 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올해에는 노블관과 로열관 등 신관을 오픈했으며 프라이빗 한 룸 공간에 가족관으로써 사용할 수 있는 ‘로열 패밀리룸’과 국내 최초로 반려동물과 함께 안치가 가능한 펫동반관 ‘레인보우관’을 새롭게 조성해 명실상부한 장묘 명가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대명스테이션, 대명아임레디 장례식장 첫 오픈
교원라이프, 장례브랜드 ‘교원예움’ 런칭
상조업계 선수금 순위 2위인 대명스테이션과 3위인 교원라이프도 장례식장 운영에 박차를 가했다. 교원라이프는 지난 2017년 평택장례식장을 인수해 관련 사업에 처음 뛰어들었던 교원라이프는 현재까지 서울, 경기, 강원, 충남, 경남 등 전국 7개 지역에서 장례식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5월에는 이를 한데 묶어 장례 브랜드인 ‘교원예움’을 런칭하며 세를 과시했다. 교원예움의 ‘예움’은 예도와 공경을 뜻하는 한자 ‘예(禮)’와 새싹을 의미하는 순우리말 ‘움’을 더한 이름이다. 즉, 고인을 정성과 예를 다해 모시고, 유족에게는 진심 어린 추모와 애도,위로를 전함으로써 평온한 일상이 다시 움트길 기원하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직영 시설로 운영되는 만큼,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비롯해 유니폼, 서비스, 접객 방식 등 내부 서비스의 통합적인 운영이 가능해지면서 전문성도 배가됐다는 평가다. 교원예움 런칭을 기점으로 교원라이프는 더욱더 많은 장례식장 매입과 병원 장례식장 임차 및 위탁 운영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유족과 조문객들을 이어주는 온라인 추모 서비스와 플랫폼을 신규 도입하고, 식음 품질 관리 고도화, 시그니처 장례 상품 개발 등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막강한 회원 특전과 전환 서비스로 정평이 난 대명스테이션 또한 올해 거제 백병원 장례식장(대명아임레디 장례식장)의 운영을 맡으며 첫 장례사업에 뛰어들었다. 2021년 신축 완공된 대명아임레디 장례식장은 리모델링을 거친 현대식 시설을 바탕으로 ‘고급화’ 전략을 전개하고 있으며 프리드라이프와 마찬가지로 지역 주민과 회원에 대한 빈소 사용료 혜택 및 다양한 프로모션을 준비해 상생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 상조업체 관계자는 “최근 상품을 중개하는 수준에서 나아가 직접 장례식장을 차리거나 임대해서 운영하는 상조회사들이 늘고 있다”라며 “이러한 수익을 바탕으로 전체적인 재무개선은 물론, 회원서비스의 증진과 장례산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고취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이로운 점이 있을 것이다”고 평가했다.
관계자는 이어 “직영 장례식장과 더불어 상조회사들 대부분은 전국 규모 장례식장과 제휴를 맺어 할인 혜택 등을 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많다”라며 “더피플라이프, 교원라이프, 프리드라이프, 더리본, 예다함 등 내로라는 업체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회원 특전을 늘려가고 있으며 앞으로 장례식장과 관련한 상조회사들의 마케팅 전략은 계속해서 진화해나갈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