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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별/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위대한 사랑
 
이정석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1/08/10 [10:24]

영국의 비평가 칼라일이 ‘인도와도 바꿀 수 없는 사람’이라고 칭송했던 셰익스피어. 지금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과 5대 희극은 반드시 읽어야할 고전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그의 작품 중에 순수하게 인기로만 치자면 4대 비극이나 5대 희극보다 더 널리 알려지고 읽히는 작품이 있으니, ‘죽음을 뛰어 넘은 위대한 사랑’의 바이블로 여겨지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바로 그것이다.


죽음을 뛰어 넘는 위대한 사랑 이야기

프랑코 제페렐리 감독의 1968년 作 로미오와 줄리엣을 살펴보자. 이 작품은 원작의 배경과 인물을 그대로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 중 가장 큰 인기를 누린 작품이다.

원수지간으로 언제나 결투와 분쟁이 끊이지 않는 몬태그가와 캐플렛가. 어느 날, 몬태그가의 청년 로미오는 우연히 캐플렛가의 축제에 참가하게 되고, 그곳에서 원수 집안의 처녀인 줄리엣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집안 몰래 그들만의 결혼식을 올리지만, 결혼식 직후 로미오가 사소한 언쟁으로 시작된 싸움에서 캐플렛가의 티볼트를 죽이게 되면서 비극은 시작된다. 이 사고로 로미오는 고향인 베로나를 떠나게 되고, 줄리엣은 약을 이용해 가사 상태에 빠져든 후 거짓으로 장례를 치르고 로미오를 찾아갈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로미오는 하필 그 때 줄리엣이 그리워 몰래 귀향을 하고, 줄리엣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가사상태로 잠들어 있는 그녀 앞에서 자살을 하게 된다. 그리고 로미오가 죽은 뒤에야 깨어난 줄리엣은 자살한 로미오를 보고 경악하며 그의 뒤를 따르고, 두 사람이 죽은 뒤에야 몬태그가와 캐플렛가는 긴 싸움에 종지부를 찍고 화해를 하게 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앞서 언급했듯이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등장하는 줄리엣의 환타지를 완벽하게 재현해낸 올리비아 핫세에 있었다. 그녀는 지고지순하면서도 죽음도, 집안의 반대도 두려워하지 않는 맹목적 사랑을 하는 비극적 여주인공의 모습을 자신의 이미지 하나만으로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여기다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주제가 ‘A time for us’의 역할도 빠트리면 서운하다. ‘A time for us’는 애절하고 잔잔한 멜로디가 로미오와 줄리엣의 현실을 뛰어넘는 사랑이 갖는 순수함과 결국 비극으로 끝맺게 되는 슬픈 이야기의 애잔함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명곡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었던 이 두 가지를 보면, 이 작품의 핵심은 바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순수한 사랑을 통해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감동을 전달하는데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기본적인 스토리에 최대한 충실하여 그 스토리가 갖는 매력 자체로 관객과 소통하는 작품이었던 것이다. 

 





 

태양의 도시에서 다시 태어난 ‘로미오와 줄리엣’

그렇다면 1996년 발표된 바즈 루어만 감독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어떨까. 이 작품은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일정한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어 놓는다. 배경은 중세 유럽의 도시에서 현재 남미의 해양도시로 옮겨온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고, 꽃무늬 셔츠를 입은 남자들이 은으로 장식된 커다란 권총을 주머니에 꽂은 채 스포츠카를 몰며 도시를 질주한다. 배경음악도 충격적이다. 물론 로미오와 줄리엣이 처음 만날 때 등장하는 ‘Kissing you’처럼 전형적인 발라드도 있지만, 이 영화의 OST는 ‘Creep’으로 유명한 라디오헤드 등 세계적인 락 밴드들이 참여해 화려하고 빠르고 감각적인 음악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차분하고, 낭만적이고, 잔잔한 느낌의 기존 ‘로미오와 줄리엣’은 사라지고, MTV 세대(MTV의 화려한 뮤직비디오를 즐기며 자란 세대)의 감성에 맞는 역동적이며 화려한 새로운 ‘로미오와 줄리엣’이 탄생했다. 1968년作에서 올리비아 핫세가 만든 줄리엣의 이미지가 너무 강했던 탓도 있겠지만, 주인공에 대한 관심도 줄리엣 역의 클레어 데인즈보다는 로미오 역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몰렸다. MTV 세대의 경우 대중문화에 열광하는 10대 소녀들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당연한 결과였을 것이다.



 


 

세대가 변해도, 표현이 바뀌어도 결국 변하지 않는 그것

그러나 바즈 루어만 감독의 로미오와 줄리엣도 원작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스토리는 벗어나지 않았다. 줄리엣은 죽은 척을 하고, 로미오는 그녀가 죽은 줄 알고 자살을 하게 되고, 줄리엣은 또 그런 그를 보며 목 놓아 울다 자살을 택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그 세대에 맞는 새로운 배경, 표현법을 가져왔지만, 이 작품이 갖는 본질적인 가치와 핵심 포인트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사랑에 대해 강한 환타지를 갖고 있다. 우리가 일생 동안 쫓는 유형의 가치, 꿈, 이기적인 욕망, 그리고 모든 것을 합리화하는 습관화된 논리까지 ‘사랑’이라는 개념 앞에서 일순간에 무기력해지는 모습을 우리는 드라마나 소설, 영화 등에서 여러 차례 목격했다. 어떤 이들은 이런 것을 보며 비현실적이라거나 구태의연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사랑에 대한 환타지는 유효하다. 어쩌면 삶이 힘들수록, 현실이 잔인하고 냉정하게 느껴질수록, 이러한 사랑의 환타지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막장드라마 소리를 들으면서도 출생의 비밀(현실적으로 넘어설 수 없는 벽), 불치병(죽음으로 완성되는 사랑)이 등장하는 드라마들이 매번 만들어지고, 또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 않던가. 가난한 여주인공이 죽으면서 끝나는 ‘별들의 고향’ 이후 죽음으로 끝나버린, 아니, 죽음을 통해 더욱 높은 무언가로 승화된 사랑을 그리는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 로맨스의 단골 소재가 되어왔다. 사랑이라는 환타지를 가장 극한의 지점으로 끌어올리는 장치로 ‘죽음’이라는 소재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 에피소드를 덧붙이자면,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로미오가 위험을 무릅쓰고 캐플렛가의 무도회장에 찾아갔던 이유는 당시 로미오가 로잘린이라는 여자를 짝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랬던 그가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 짧지만 강렬한 사랑을 하게 된 것.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셰익스피어가 현실에서 로잘린이라는 여자를 사랑하다 배신당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로미오로 하여금 가장 열정적이고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 로잘린을 지워버리게 함으로써 나름의 복수를 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로미오와 줄리엣이 사실은 원래 ‘로미오와 로잘린’으로 계획됐었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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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8/10 [10:24]  최종편집: ⓒ sangjo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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