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업계가 총체적으로 난국이다. 최근 정부의 상조업계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문을 닫는 업체가 늘고 있는데다 이들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가하면 연례행사처럼 터지는 불편한 언론보도에 영업현장도 점차 경색되면서 중견급 이상 업체의 실적도 사실상 주춤한 형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회사들이 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장례뿐만 아닌 여행과 레저 등을 포함한 신상품 개발에 나선 상황이지만 이러한 시도마저도 주무부서를 비롯한 정치권 등에서는 상조업계에 대한 짙은 색안경을 벗지 못한 채 아직 일어나지 않은 소비자 피해까지 운운하며 규제하려 드는 상황이다. 이에 상조매거진에서는 상조업계 성장의 저해 요인들을 살펴보고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주무부서 안일한 정책, 업계 불신 키워

상조업계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은 크게 전반적인 경기 악화와 소비층의 니즈 확대로 인한 장례 상품의 한계 등을 꼽을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지속적인 소비자 피해의 발생으로 인한 누적된 불신일 것이다. 물론 할부거래법 개정 이후 상조업계가 성장통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에서 경영 한계에 부딪힌 업체가 잇따라 폐업해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게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업계의 멍에다.

그러나 상조업을 불신의 온상으로 바라보는 여러 언론, 정치권 등의 우려 섞인 시각과는 반대로 상조업계의 신뢰를 실추시킨 것은 업계 스스로의 과오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정책 부족과 정책을 다루는 부서의 이해부족에 있다. 상조업계는 지난 2009년까지 아무런 법적 제재를 받지 않다가 2010년 급격히 법이 개정됐다. 이로 인해 선불식 할부거래업자로서 상조업을 영위하기 위한 각종 요건이 신설됐고, 이에 부실·영세 업체들이 경영 부담 등 법 적응의 애로를 겪게 될 것은 사실상 예고된 일이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할부거래법이 개정된 직후부터 줄곧 영세·부실 업체의 줄도산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피해를 해소할 수 있는 해법 마련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주무부서인 공정위에서는 이 같은 상조업계의 우려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일한 대책을 세움으로써 업계의 건전성장을 가로막은 결과를 낳았다.

선수금 미예치 업체 및 폐업 업체의 소비자 피해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해당 소비자들을 타업체로 이관시키는 방법이 가장 적절한 대안으로 꼽히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소비자보호지침을 제정, 부실·영세 업체의 퇴로를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할부거래법상 유권해석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소비자보호지침은 M&A와 회원인수 등 지위승계와 관련해 인도업체의 선수금보전계약을 유지한 상태에서 회원인수계약 체결, 인수동의 여부 확인, 미동의 회원에 대한 전액환급을 진행한 후 인수업체가 동의회원에 대한 선수금을 보전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명시했다.

이는 일부 업체에서 회원인수 등을 진행한 이후 소비자가 환급을 요구한 경우 책임소재를 이전의 업체로 전가하는 등의 소비자 피해가 증가한데서 내린 지침이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준수하기 어려운 절차가 문제가 돼 상조업계의 M&A가 아예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때문에 많은 폐업 업체의 소비자들이 거리로 내몰려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한 책임도 물을 곳 없이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공정위에서는 최근 상조업계 양 공제조합을 통해 부실·영세 업체의 피해를 일정부분 구제해줄 수 있도록 요구했으나 이는 비조합사의 피해구제를 공제조합이 대신 나서게 된 상황인 만큼 어디까지나 미봉책에 불과하다.

시장 상황 고려 않은 규제 압박, 사업자 '곡소리'

이처럼 부실·영세 업체의 소비자 피해 대책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공정위는 선수금 미예치 등 불법 업체를 단속, CMS를중지하는 등 여전히 규제일변도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집중감시반을 편성해 각 지역 검·경찰과 협력해 상조업체들을 전수조사한데 이어 불법 행위가 적발된 업체들에 대해 등록취소, 과태료 부과, 시정권고 등 강력한 행정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진정당의 노회찬 前의원은 지난해 발의한 할부거래법 개정안에서 선수금 5억원 이상 업체에게도 외부회계감사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공정위 등 정치권의 행보에 대해 업계에서는 불법 업체의 단속과 부실업체의 구조조정은 시장의 건전화를 위해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시장 여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법 적응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한 상조업체 관계자는 “할부거래법 개정 이후 법 준수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결국엔 많은 수의 업체가 도산했고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다”면서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방문판매법과의 이중규제, 소비자 입장에 치우친 표준약관개정, 급히 만든 법에 따른 부작용을 업계가 고스란히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책을 만드는 부서의 이해부족으로 인해 더욱 문제가 악화되는 결과가 나타났지만 소비자와 정치권 등에서는 모든 원죄를 상조업계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시장 상황을 보다 세심히 살펴 더욱 탄탄한 법을 만들었다면 상조업계의 성장과 불신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규제, 상조업계 비전 위협

한편 이 같은 업계를 향한 과도한 규제 분위기는 의도와 달리 소비자 피해를 더욱 양산시킴은 물론 상조시장의 비전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그동안 선수금 예치와 더불어 방문판매법의 규율까지 받게 된 상조업계는 영업활동의 주요 동력인 조직마저 개편해야 했다. 여기에 경기 악화까지 겹쳐 올해 전국의 상조 가입자 수가 2012년 351만 명에서 2만 명이 줄어든 349명으로 집계되는 등 전반적인 침체를 보이고 있다. 이에 중대형 상조업체에서는 경영 쇄신안의 하나로 장례상품 외에도 웨딩, 축연을 비롯해 여행, 레저, 의료 등 신상품 개척을 통한 활로 모색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신상품 개발은 기존 장례상품 이용에 국한됐던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상품 이용의 촉진을 불러일으킴으로써 매출액 증대와 더불어 자금의 순환이 이뤄져 더욱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업체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실제로 지난해 한강라이프에서 선보인 크루즈 여행상품은 새로운 소비층과 영업사원의 증원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했고, 선수금 규모가 1년간 53%가 증가하는 등 상조상품의 새로운 가능성을 입증했다.

한강라이프의 성과에 힘입어 최근에는 효원상조가 월 불입금 1만원 대의 크루즈 상품을 출시했고, 이 밖에도 여러 회사들이 크루즈 상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차세대 상조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비즈니스 모델로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크루즈 여행상품이 호황을 이루며 상조시장의 분위기를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자 또 다시 정치권에서는 규제의 잣대를 들이댔다.

지난 8월 이상민 민주당 의원이 상조업체에서 판매하고 있는 여행상품 등도 선불식 할부거래법의 규율에 포함해 선수금 예치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여기에 공정위에서도 각 업체들의 위법 사실 등을 점검하면서 동시에 여행상품의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상조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여행상품과 관련 뚜렷한 소비자 피해가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법안이 발의된 것은 단순히 ‘상조’라는 단어가 주는 막연한 불신감에 기인한 감이 없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조업 시장에서 가정의례와 관련된 여러 상품을 출시해 그 영역을 확대하는 것은 기업이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자유주의 시장경제에서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며 “기존의 사업영역을 다른 영역으로 확대 한다고 해서 그 새로운 영역에 대해서도 동일한 규제를 해야만 소비자가 보호되는 것은 아니며 새로운 영역에서 문제가 예상된다면 그 영역의 특성에 맞는 새로운 제도를 정비하면 되는 것이지 또 다시 선수금 예치의 부담을 안기는 것은 아예 사업 확대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여행상품까지 선불식 할부거래업으로 포함할 경우 기존 여행사에도 법이 적용될 소지가 있어 상당한 부작용이 따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기존 여행사의 경우 대부분 계약금을 지불하고, 여행을 가기 수일 전 나머지 잔금을 치르는 형태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이 역시 선불식 할부거래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여행상품은 장례상품과 달리 용역이 제공되는 시기의 확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선수금 예치 등의 법률을 준수하기가 다소 번거롭다.

여행상품을 계약한 소비자의 대부분이 예정 날짜를 확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령 가입 후 6개월 후에 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경우에도 매달 선수금을 예치하도록 하는 것은 기업의 영업활동에 대한 지나친 규제로 비쳐질 수 있어 보다 신중한접근이 요구된다.

대표단체 설립 통해 난국 이겨내야

이처럼 과도한 규제가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가운데 업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조업계의 현실을 바로 알리고, 의견을 어필할 수 있는 대표 창구의 마련이 절실하다. 현재 상조업계는 여러 개의 임의 단체가 각자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때문에 가입 업체가 분산되고, 단체 활동에 쓰이는 자금도 여러 갈래로 흩어져 원활한 업무의 처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영업활동이 위축되면서 업계 내부의 경쟁도 심해져 서로의 회사를 비방하는 크고 작은 고소·고발 건도 난무하고 있다. 이 밖에도 타사 비방 CF, 과도한 스카우트전, 무차별적 B2B 등 많은 부정적인 마케팅 전략들이 상조업계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

지금은 업계 내부의 경쟁이 아닌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을 갖춰 눈앞의 이익이 아닌 미래의 시장을 위해 건설적인 목표를 세워야 할 때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 삶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로 상조의 영역을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목표의 실현을 위해 필요한 것이 상조업계 대표단체다. 대표단체 활동을 통해 언론의 잘못된 보도를 바로잡고, 정치권 등에 상조업계의 실상을 전달함으로써 규제가 완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분명 이 같은 일들은 체계적인 단체가 없으면 제대로 추진할 수 없는 사안이다. 따라서 본격적인 상조업계의 도약을 위해 상조업계 대표단체의 설립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