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상품 이용한 ‘내구제’ 대출 일당 징역형
최근 급전이 필요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 ‘내구제’ 대출이 성행하는 가운데, 결합상품을 이용한 불법 사금융 업자들이 징역형을 받았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형사부는 지난 15일 불법 사금융 등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와 B씨에게 각각 3년과 2년 6월을 선고했다. 이들과 함께 기소된 C, D, E, F에게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 및 사회봉사 등을 명령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수십 명의 피해자들에게 ‘상조 내구제’라는 변종 불법 사금융을 소개하며 상조상품에 가입하면 지급되는 사은품을 중고거래로 현금화시켜준다고 속여 수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았다.
‘나를 스스로 구제하는 대출’이란 뜻을 가진 내구제 대출은 대개 급전이 필요한 이들의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한 후 해당 휴대전화를 곧바로 매각해 급전을 마련하는 방식의 불법 사금융의 한 방식으로 흔히 ‘휴대폰깡’으로 통했다.
이런 방식으로 개통되는 휴대전화는 대개 한 사람당 3대로, 이 경우 막대한 선이자 및 수수료 등을 명목으로 수십만원이 불법 사금융 업체의 손에 돌아가고, 3대의 휴대전화를 매각한 대략 200만원 대의 돈을 지급하는 식이다. 온전한 매각대금을 받는 것도 아니거니와 이후 청구되는 휴대전화요금 또한 대출 명의자의 몫으로 남아 결국엔 내구제 대출을 실행하기 전보다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런 방식의 휴대전화 개통이 한계치에 다다르면서 더 많은 급전이 필요하게 된 이들은 급기야 또 다른 방식의 ‘내구제 대출’을 찾아보게 됐는데, 이때 불법 사금융 업체들이 눈을 돌린 곳이 상조 결합상품이다.
상조 결합상품은 상조상품과 가전제품 등의 ‘현물’을 동시에 구매할 수 있는 상조상품의 한 종류로 선불식 할부거래의 경제적 이점과 주요 가전제품을 오프라인 매장 대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등의 강점으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상품이지만, 최근 불법 사금융 업체로 하여금 내구제 대출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내구제 대출의 가장 큰 문제는 관리의 ‘사각지대’다. 이런 불법 사금융의 경우 정상적인 ‘대부업’으로 보지 않아 주무부서조차 없어 소비자 피해 관리가 어려운 현실이다. 정부에선 불법 사금융 척결 TF를 지난해부터 확대 운영하고 있지만 금감원 등 유관기관이 책임을 회피하면서 근본적인 근절 대책이 나오지 않아, 몇몇 업자들이 구속된다하더라도 내구제 대출을 알아보는 이도, 알선하는 이도 해마다 폭증하는 현실이다.
또 하나 문제는 불법 사금융 업체의 성행으로 인해 상조상품에 대한 이미지 훼손 등 그 피해가 상조업계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급기야 일각에선 결합상품 판매 시 교육 강화를 비롯해 결합상품 판매 자체를 부정하는 시각도 나온다.
물론, 상조업체들은 결합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가전제품 업체와 제휴한 경우, 판매원들에 대한 철저한 교육을 통해 적절한 상품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불법 사금융 업체의 경우는 다르다. 불법 사금융 일당이 애초에 상조회사와 제휴, 혹은 회사에 소속된 판매원인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상조업체에서 이런 불법 집단의 악용 가능성까지 염두하고 상품을 개발, 판매하는 것도 불가능한 얘기다. 상조산업을 관리·감독하는 공정위에서도 이런 불법 사금융 업체와 상조업체와는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는 만큼, 책임소재는 명백히 죄를 저지른 불법 집단에 있다고 봐야 한다.
한 상조업체 관계자는 “내구제 대출의 불똥이 상조업계로 튈까 걱정되는 부분이고, 실제로 상조업계의 결합상품에 대해서 그간 정부 곳곳에서 쌍심지를 켜고 주시하고 있다”라며 “휴대폰깡의 경우 휴대폰을 개발한 삼성이나 LG, 애플을 욕하는 경우가 없는데, 상조업계는 유독 소비자 분쟁과 관련해서 직접 얽혀있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도 이미지 타격에 취약하다. 내구제 대출이 서민의 절박한 마음을 악용해 사기를 저지르는 중죄인 만큼,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